2020년 올해의 뮤지션 | 지큐 코리아 (GQ Korea)

2020년 올해의 뮤지션

2020-12-18T19:51:23+00:00 |music|

2020년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올해의 음악과 순간들.

Pop

올해의 솔로 유아
오마이걸 바깥에서 만난 ‘숲의 아이’ 유아는 조금 낯선 공간에서 태어난 디즈니 프린세스, 특히나 뉴웨이브 디즈니의 경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프린세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곡에 내가 몰입하지 않으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을 안고, 유아는 연구와 연습을 거듭해 자기 자신부터 무대를 보는 대중까지 설득할 수 있는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바닥에 누워서 눈을 뜬 유아가 온몸에 부드러운 털이 자라 나고, 머리에 반짝이는 뿔이 자라나는 그런 아름다운 꿈을 묘사할 때마다 세심한 손짓 하나하나가 그저 스튜디오에 불과한 공간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오마이걸의 신비로우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 가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를 지닌 자신의 캐릭터를 솔로 활동을 통해 더욱 완벽하게 연출한 유아의 노력은 아마 앞으로 그룹에서 솔로로 전향하고자 하는 많은 K-POP 아이돌에게 거의 완벽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올해의 퍼포먼스 태민
태민의 ‘Criminal’은 다분히 성적인 의도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무릎을 꿇고 손이 묶인 남성의 이미지는 우리가 대중문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여성에게 적극적 인 상상의 여지를 선사하는 이 오프닝은 태민이 중반부에 입으로 끈을 풀어내면서 완 벽한 반전이 동반된 멋들어진 섹스의 순간 들을 연상케 한다. 이것은 그동안 태민이 여성과 남성, 그중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는 독특한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보여온 아름다운 콘셉트, 그에 따른 퍼포먼스의 방향성 덕분에 가능한 상상이기도 하다. “더 망쳐줘.”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웃든, 울든, 화를 내든, 히스테리를 부리든 상관없었을 것이다. 태민이 읊는 이 내레이션 한 줄은 누구라도 심연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을 법한 다소 비도덕적이고 비틀려 있을 욕망의 덩어리가 지그시 눈을 뜨도록 자극한다.

올해의 작사가 영케이
데이식스의 노래 대부분을 작사하는 영케이는 올해 발매한 <The Book of Us: The Demon>에서도 큰 역할을 해냈다. 다른 멤 버들의 능력도 꾸준히 빛을 발하고 있지만, 유독 영케이를 칭찬하는 이유는 그가 데이식스가 발표하는 앨범의 정서를 우뚝 서 있는 기둥처럼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 문이다. ‘Love Me Or Leave Me’에서 “모든 건 너에게 달렸어 / 난 지켜볼 수밖에 없어 / 끝이 날 건지 아닌지는 / 너의 말 한마디로 결정돼”라는 도입부의 가사는 아주 평범 한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곡의 보컬들이 감정을 억누르다가 “Baby love me or leave me tonight”이라며 화를 터뜨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해와 달처럼’처럼 다소 추상적인 관계성을 묘사해야 할 때도 “중간은 항상 잠깐이잖아 / 치우치거나 / 한쪽에서만 / 서로 원해왔잖아” 같은 쉬운 말로 연인의 거리를 단번에 이해시킨다. 몇몇 멤버의 부재로 유닛 활동을 했던 시기조차 ‘파도가 끝나는 곳까지’라는 제목으로 “옆자리를 지켜줘 / 너와 가고 싶어”라고 트랙 하나 의 서사적 완성도와 팬들에 대한 위로를 한 번에 해냈던 그다.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올해의 동생들 트레저, TXT, 에스파
올해 대형 기획사들은 차세대 아이돌 그룹을 띄우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YG의 트레저는 데뷔 3개월 동안 3번의 컴백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빅히트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방시혁 의장의 손을 거쳐 한층 성숙한 음악으로 돌아왔으 며, JYP는 이미 데뷔한 있지의 시장 연착륙에 큰 공을 들였다. SM도 신예 다국적 걸그룹 에스파를 (레드벨벳 이후) 6년 만에 선보였다. 결과로 보자면 모두 대박은 아니지만 안전하게 순항 중이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라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하는 시대는 지났음에도, 완벽하게 구축된 시스템이 키운 아이돌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누가 먼저 치고 나가느냐의 싸움이다.

올해의 무한반복 ‘Help’, ‘Candy’, ‘Ohio’
혁오의 정규 앨범 <사랑으로>는 반복이 갖는 아름다움을 다시금 증명한다. 레트로 사 운드를 기반으로 과거 영국의 스톤 로지스 가 보여줬던 댄서블한 반복 미학을 혁오 스 타일로 재해석해낸 느낌. ‘Help’의 쌓여가는 사운드는 겹쳐질수록 한층 더 중독적이고, 그 위로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오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몽환적으로 아름답다. 여전히 매일매일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백현. 그가 발표한 미니 앨범 <Delight>는 극강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Candy’는 아르페지오 신스를 기반으로 한 트렌디한 멜로디 라인과 비트가 더해진 곡으로 듣는 쾌감과 집중력을 최고로 고조시킨다. 공간의 빈틈을 예쁘 게 채워내는 사운드는 덤. 크러쉬는 대중적 인 감각이 뛰어난 뮤지션이지만 간혹 특정 곡에서는 본인만의 취향을 확고하게 드러내곤 한다. 그중 하나인 ‘Ohio’는 빠른 리듬이 곡의 표면 위로 돌출해서 시종일관 달리는 느낌을 전달한다. 달리는 말에 올라탄 기분 처럼. 우린 그저 크러쉬가 설정한 BPM을 따라 생체 리듬을 함께 고조시키면 될 뿐이다.

올해의 비대면 콘서트 언택트, 온택트, 드라이브 인 콘서트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다양한 비대면 콘서트.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결국 본 질은 ‘마음으로라도 만나기’가 아닐까 싶다. (올해는 음반 판매량도 많아졌다.) 그 덕에 기술도 진일보하고 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음악산업의 원스톱 서비스 구축을 내세웠고, SM과 네이버는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팬들의 신개념 응원법도 속속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시공간을 아우르는 온라인 콘서트는 엔터업계의 주요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 그래도 콘서트는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최고. 김홍범(KBS 라디오국 PD)

올해의 밴드 공중그늘
여전히 공중그늘을 피쉬만즈 (フィッシュマンズ, Fishmans)와 연결시키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 영향력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 다. 하지만 이들이 첫 정규 앨범 <연가>에서 들려주는 부유와 몽환은 공중그늘만의 것이다. 다섯 명의 젊은이는 조금씩 다른 정서와 취향을 가지고 자신들의 젊음을 기록했다. 그 젊음은 때로 무기력하기도 하고 한없이 부유하기도 한다. 때로는 찬란하고 때로는 어둡다. 이 다채로운 감상을 밴드의 연주로, 사운드로 표현한다.

올해의 싱어송라이터 김제형
김제형의 <사치>를 들으며 ‘가요’란 말을 생 각했다. 기묘한 가요, 그리고 좋은 가요다. 이걸로 충분하다 생각한다. 장르 어디에도 두 긴 애매하지만 김제형이 부르는 기묘한 노래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특히 ‘실패담’을 들을 때는 더 많이 무너진다. 학창 시절 라디오에서, 또는 음반점 앞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면 당장 카세트테이프를 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라디오에서, 또는 음반점 앞에서 들을 수 없는 2020년의 가요. 김학선(음악평론가)

올해의 블록버스터 나훈아
2020년 나훈아가 바이킹처럼 배를 타고 한가위 안방을 침탈했다. 닳고 닳은 마초의 독무대로 돌아왔다. 대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천국이 있느냐’ 묻는 ‘테스형!’으로 국정감 사장까지 쳐들어갔다. 2001년 올림픽공원 내 지구촌공원, 2005년 노들섬 특설무대, 그리고 2020년 KBS홀. 그는 여전히 블록 버스터다.

올해의 재발매 아침
한국적 시티팝의 고전을 더듬다 보면 이 금맥을 비켜갈 수 없다. 유정연 이영경의 듀오, 아침의 유일했던 앨범 <Land of Morning Calm(1992년)>은 ‘그대 숨쉬는 그 순간까 지’, ‘숙녀예찬’이 뿜는 미끈한 화성과 선율의 롤러코스터를 2020년까지 쏘아 올렸다. 젊은이들의 디깅 공세에 못 이겨 이들이 돌아왔다. 유정연이 199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녹음했던 미공개 2집을 곧 발표한다. 26년간 매장된 시티팝 미라가 깨어난다.

올해의 지구력 조규찬
월간 윤종신만 알고 월간 조규찬을 모르면 불행하다. 1989년 제1회 유재하음악경연대 회 최고상(‘무지개’)으로 등장한 천재 작곡가, 싱어송라이터. 언젠가부터 뜸해졌다 했는데 2018년 7월부터 매달 한 곡씩 누가 알아주든 말든 신곡을 내고 있다. 올 초 낸 ‘오래 된 가수’는 은퇴 선언이 아니었다. ‘모기의 추 억’부터 ‘렌커’까지 기상천외한 소재를 미끈한 어덜트 컨템퍼러리 팝에 받쳐 낸다. 손무현, 김현철까지 끌어당긴 숫자 ‘2020’. 천재 아재 소환을 뜻하는 UFO의 비밀 암호인가. 임희윤(<동아일보> 기자)

Hip Hop

올해의 래퍼 빌스택스
미국 힙합 신과 달리 후세대 래퍼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랩 스킬을 지닌 1세대 래퍼들이 거의 없는 한국 힙합 신에서 빌스택스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그의 랩은 여전히 타이트하고 이글거리며, 몇몇 순간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에 가 닿는다. 전 세계 트렌드 인 싱잉 랩 또한 인상적으로 구사한다. 올해 빌스택스는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로 대마초를 주제 삼은 앨범 <Detox>를 발표하고 역사에 기록되어야 할 발자취를 남겼다. ‘올해의 래퍼’란 분야를 보자마자 그의 이름을 떠 올리는 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올해의 피처링 넉살
올해도 적잖은 게스트 래퍼가 곡의 주인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고, 그중 몇몇은 주인을 피처링 자리로 밀어내버렸다. 딥플로우의 정규 4집 <Founder>에 수록된 ‘Harvest’에서의 넉살이 그랬다. 관록이 느껴지는 딥플로우의 랩에 이어 시작부터 비트를 밀고 당기며 들어와 곡에 활력을 불어넣고 순식간에 하이라이트를 가져간다. 그를 피처링으로 쓰려는 래퍼라면, 다음 둘 중 하나는 갖춰야 할 것이다. 밀리지 않을 랩 스킬 혹은 주인의 자리쯤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올해의 신예 콰이
올해 눈에 띈 신예 몇몇에겐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전부 기본적인 바이오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그들은 활자 소개를 탁월한 완 성도의 앨범으로 대신했다. 첫 번째 정식 앨범 <Flowering4>를 발표한 콰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 래퍼다. 이제 막 판에 발을 디뎠음에도 신 혹은 시장에 관한 그의 시선과 현실 인식은 날카롭다. 이죽거리다가도 독사처럼 잔뜩 독을 품은 채 웅크린 랩 속엔 랩 가사 특유의 함축미를 잘 살린 라인과 순간순간 빛나는 비유가 도사린다. 이 비범한 재능이 부디 무관심 속에서 사그라지지 않길 바란다. 강일권(음악평론가, 리드머)

올해의 음악책 <재즈가 된 힙합>
한국에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TCQ) 를 아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될까. ATCQ에 관한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건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글쓴이 하닙 압두라킵의 말처럼 ATCQ가 블랙뮤직 안에서 이루어낸 성취는 비틀스나 롤링 스톤스 못지않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 그리고 한국 출판시장도 조금씩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재즈가 된 힙합>에서 찾는다. 읽고, 듣자. 김학선(음악평론가)

Gugak

올해의 데뷔 상자루
우선 잠비나이와 상자루를 배출한 한예종에게 감사를 표한다. 모교에서 이미 많은 주목을 받으며 시작한 이들은 올해 첫 온스테이지 무대를 장식했고, 기세를 이어 3월에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종잡을 수 없는 편성과 그걸 신묘하게 엮어가는 이들의 합은 국악도, 재즈도, 그 무엇도 아닌 한국의 음악이다. 이 이름이 낯선 당신에게 ‘앨리스 공황상태’를 추천한다.

올해의 팀워크 악단광칠
9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악단광칠은 지난 해 세계 최대 월드뮤직 쇼케이스 워맥스 WOMEX에서 주목을 받더니 얼마 전 한 온라인 페스티벌에서는 그 힙하다는 가빈 투렉 Gavin Turek과 무대를 공유했다. 여우락 페스티벌을 통해 새 앨범을 성공적으로 알렸고,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리카르도 카볼로 Ricardo Cavolo의 앨범 커버로 주목받았다. 이 많은 인원이 똘똘 뭉쳐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올해의 조력자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이날치의 ‘범내려온다’는 각종 예능에서 배경 음악으로 들릴 만큼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만약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없었다면 이날치의 곡이 그만큼의 흥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예술감독 김보람의 멋이, 이날치의 흥이 이렇게 전국구로 알려져서 괜히 뿌듯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블럭(음악평론가)

올해의 걸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무가(무속 의식에서 무당이 구연하는 사설 이나 노래)와 블랙 뮤직 퓨전을 생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밴드 추다혜차지스는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아니 너무 의외여서 애초에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조합을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통해 실현해냈다. 그것도 정말 끝내주는 솜씨로. 본작은 무가와 펑크, 그리고 약간의 레게, 덥, 힙합이 혼합되어 탄생한 진귀한 결과 물이다. 콧소리와 요성을 주로 사용하는서 도민요 창법에 기반을 둔 추다혜의 보컬은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탁월한 프로덕션이 더 해져서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올 해 가장 놀라운 작품인 동시에, 한국 블랙 뮤직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꼽을만한 걸작이다. 강일권(음악평론가, 리드머)

Electronica

올해의 귀환 조동익
조동익이 5월, 26년 만의 정규 앨범 <푸른 베개>로 돌아왔다. ‘어떤날’의 멤버였고 수많은 가요 명작에서 베이스와 편곡을 맡은이. 이름 석 자를 건 작업엔 지독히도 인색했다. 15년간 제주의 풍광에서 길어 올린 자신만의 앰비언트 사운드로 중무장했다. 윌리엄 터너의 붓질처럼 뿌옇고 강렬한 그 팔레트로 장필순, 조동희의 신작까지 지휘한다. 그는 안개로 끓고 있다. 임희윤(<동아일보> 기자)

올해의 언택트 행사 언더레이드 2020
많은 언택트 라이브 · 디제잉 이벤트가 있었고 모두가 순수한 열정과 공동체 의식으로 멋진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넷 갈 라와 조하나 기획자가 일구어낸 이 이벤트는 2020년 한국 언더그라운드 레프트필드 일렉트로닉 신의 리얼리티 체크 Reality Check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일단 엄청난 준비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프로덕션과 사전 레코딩에 집착해 제시간에 시작하지 못했으며(어정쩡하게 몇 분 늦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시청 인원과 놀라운 호응, 허를 찌르면서도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타임테이블, 전화선을 타고 넘어오는 데이터의 희열을 다시 느끼게 해준 그래픽 등은 모두에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소울스케이프(DJ)

올해의 실험 스윔래빗
올해도 한국 일렉트로닉 신에 여러 실험적인 앨범들이 발표됐지만 그중에서도 스윔래빗 의 <POND>는 독특하고 완성도 높은 앨범 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국내에 드문 밝은 앰비언트 계열인 데다 보컬 협업, 비트 메이킹, 노이즈 실험 등 다양한 영역을 혼자서 능숙 하게 해냈다. 퀄리티 높은 뮤직비디오까지 발표된 ‘hiss’는 동양적인 선율과 하프 소리 가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실험적 트랙인 ‘natural bath’는 물방울 같은 전자음으로 시작해 노이즈 섞인 IDM으로 끝나는 반전의 매력을 선보인다. 이 정도 완성도의 앨범 이 1집이란 사실에 놀라움 또한 더해진다.

올해의 뉴트로 모과 <Open Mind>
시티팝에 이어 신스웨이브까지 인기를 끌며 옛날 전자 악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올해의 뉴트로 앨범은 오히려 그런 흐름과 한발 떨어진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유행의 차용을 넘어 깊은 이해와 애정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 또한 멜로디, 리듬, 사운드 등 어느 면에서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레트로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흔히 ‘발레아릭’이라 불리는 감성 짙은 해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이번에도 탁월하다. 전자음이 차갑다는 편견은 모과에게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올해의 에너지 글래스 캣, 미뇽
글래스 캣의 ‘Papillon’은 최근에 국내 댄스 신에서 듣기 힘들어진 드럼 앤 베이스를 멋지게 구사한 트랙이다. 글래스 캣은 일렉트 로닉 댄스 듀오 투 톤 셰이프의 멤버로, 이번 데뷔 앨범의 높은 완성도를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미뇽의 ‘Mind Flow’는 언더그라운드 댄스 프로듀서들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레이블 허니 배저 레 코즈의 세 번째 컴필레이션 <HBRTRX Vol.3>의 타이틀곡이다. 케미컬 브라더스를 떠올리게 하는 비트와 최근 다시 유행하는 애시드 사운드를 결합한 복고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트랙이다. 이대화(음악 저널리스트)

Venue

올해의 레코드 바 바 타이거 디스코
코로나로 인한 2020년 가장 많은 변화 양상 중 하나는 클럽이 아닌 레코드 바의 대흥행. 물론 그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합법적으로 (그리고 손가락질 받지 않으며) 음악을 대형 오디오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레코드 바였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본의 아니게 코로나 원년에 시작한 타이거 디스코의 바 타이거 디스코는 콘셉트와 원칙에 충실하며 유행이나 겉멋을 따라가지 않는 가장 한국적 인 레코드 바.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코로나가 종식되고 해외의 음악 애호가들이 찾아온다면 첫손가락으로 추천해주 고 싶은 공간임이 분명하다.

올해의 레코드 숍 다이브 레코드, 모자이크
각기 대척점에서 레코드 숍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이 두 레코드 숍은 2020년 가장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올해의 디제이 없음
올해의 디제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디제이라는 직종 자체가 시야에서 사라진 한 해였음을 상기하고 싶다. 의외로 한국 표준직업분류 “2833.5” 항목에 ‘디스크 자키’가 있다. 소울스케이프(DJ)

Jazz

올해의 새로운 물결 이하림, 임수원, 유하영
이하림, 임수원, 유하영. 세 사람 모두 각각 자신의 첫 앨범을 발표했다. 저마다 스타일 은 다르다. 임수원은 심플한 구성으로 동요 와 결합을 시도했고, 유하영은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계산 아래 변칙적인 진행을 배치 한다. 그런가 하면 이하림은 편성을 폭넓게 활용하며 대담한 진행을 선보이기도 한다. 세 사람 모두 이제 시작이지만, 몇 년 후에는 베스트 카테고리에서 경쟁했으면 한다. 블럭(음악평론가)

Rock

올해의 귀국 한대수
딸 교육을 위해 2016년 뉴욕으로 간 한대수가 4년 만에 귀국했다. 마지막 앨범을 녹음하러. ‘물 좀 주소!’(1974년)의 그 갈라진 목소리로 고통을 불러대는 ‘Pain Pain Pain’, 타코에 관한 가장 슬픈 노래 ‘Mexican Wife’…. 지난해 폐허탈증으로 두 번이나 119를 부른 뒤 50년간 피운 줄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어떤 마지막은 싱그럽다. 임희윤(<동아일보> 기자)

Soul & Funk

올해의 바이닐 <FUNKY COUP: Korean Soul, Funk & Rare Groove Nuggets>
곡 선정부터 라이너 노트까지 약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작업이었지만, 이번 컴필레이션은 마스터 테이프에서 추출한 오리지널 음원들과 미발표 음원들을 수록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희소성을 지닌 ‘레어그루브’ 컴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더군다나 국내외에서의 반응을 비추어볼 때, 아시아 음악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보다 깊이 있지만 즐겁게 다루고자 하는 지난 수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자축해도 될 듯하다. 비트볼과 에크루, 그리고 이 컴필레이션에 동참해준 많은 레이블, 뮤지션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소울스케이프(DJ)

R&B

올해의 따로 또 같이 까데호
코로나19 속에서도 까데호는 부지런했다. 이태훈은 밴드 ‘테호’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냈고, 계속 작은 공연을 이어갔다. 김재호와 김다빈은 김오키뻐킹매드니스부터 추다혜차지스까지 다른 영역에서도 얼굴을 비췄다. 그러면서도 무려 19곡, 2CD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부지런함 속 관성으로 만든 건 아닌가 싶지만, 오히려 더 깊고 넓어진 작품은 한참을 그 안에서 유영하게 만든다. 블럭(음악평론가)

올해의 보컬리스트 서사무엘
아무리 끝내주는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라 해도 짧은 텀을 두고 결과물을 계속 내다 보면, 보통 허점이 엿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사무엘은 매번 놀랍다. 그는 왕성한 다작가이자 치밀한 설계자다. 올해 발표한 두 장의 EP <D I A L>과 <UNITY II>도 눈부시다. 특히 후자에선 전보다 네오 솔에 더 가까이 다가간 프로덕션과 보컬이 또 다른 감흥을 줬다. 어워드 분류상 그를 ‘보컬리스트’로 한정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사무엘은 현재 한국에서 장르 불문 가장 훌륭한 싱어송 라이터이자 프로듀서다. 선우정아의 가사를 인용해볼까? “I’m classic 네가 감히 오르지 못할 곳”에 있는 몇 되지 않는 아티스트다. 강일권(음악평론가, 리드머)

Folk

올해의 귀환 김창완
시간의 문을 열고 돌아왔다. 솔로 1집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무려 37년 만에 통기타와 DIY 방식으로 만든 정규 앨범 <문門>을 들고서. 먼지 털 듯 기타를 때리며 저음으로 뇌까리는 ‘노인의 벤치’는 그가 ‘음유 펑크 吟遊 Punk’의 연금술사임을 증명한다. 에이블턴 라이브의 시대에 단 세 개의 코드로 날리는 KO 펀치. 산을 울리던 그가 심연을 휘젓는다. 임희윤(<동아일보> 기자)

올해의 목소리 정밀아
‘청파-’라고 발음할 때의 그 느낌. 말로 설명 할 수는 없지만 <청파소나타>라는 제목을 말할 때 전해지는 느낌이 그대로 앨범에 담겨 있다. 그래서 정밀아는 탁월한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탁월한 작명가이기도 하다. 마치 옆에서 불러주는 듯한 노래와 사려 깊은 연주. 그의 목소리와 그가 만든 곡에 감탄하다가, 연주와 사운드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이 모든 것이 더해졌을 때 우리는 그걸 좋은 앨범이라 부른다. 김학선(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