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참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이효리 "참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2020-12-26T17:18:31+00:00 |interview|

지난밤 이효리가 읽은 책, 태도가 작품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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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할 때 특히 돋보이면 좋겠다 싶은 부분 있어요? 저는 유독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요. 항상 그때그때 콘셉트나 분위기에 따라서 맡기는 편이고, 꼭 여기를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게 좀 없어요. 그래서 새로운 시도나 다양한 것도 많이 해볼 수 있었던 것 같고. 믿고 가는 편이에요.

오늘 메이크업 해주시는 홍성희 실장님과 굉장히 오래됐죠? 거의 17년 정도 함께인 걸로 알아요. ‘10 minutes’ 활동 때부터, 맞아요.

효리 씨와 오래 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잘하는 거.

단박에. 잘하지 않으면 아무리 친구고 정이 있어도 오래가긴 어렵죠. 그리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잘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긴 시간 동안 서로 맞춰가면서 그때그때 트렌드나 흐름에 대해 자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같이 성장해가는 느낌? 그런 걸 받아들이는, 같이 성장하는 것을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는 친구들과 오래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자기만의 고집이 너무 세다거나 한 곳에 안주한다거나 그러면 같이 못 갈 것 같은데, 계속 배우고 이 일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지금까지 같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화보 준비하면서 해보고 싶은 무드 중 하나라며 사진을 보냈잖아요. 스타일리스트 패티 윌슨의 작업. 그때 사실 좀 놀랐거든요. 왜요?

“이효리가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있나?” 하하하하하. 맞아요. 다 해봤지.

안 해본 걸 찾는 게 어렵죠. 안 해본 게 없는데, 이번에 (환불원정대) 천옥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팬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저 자신도 너무 즐겁고. 그동안 <효리네 민박>(2017)이나 이런 데서는 편안한 모습이었다면 천옥으로 활동하니까 제 안에 분출되지 못했던 화 같은 것이 분출되듯이 시원하기도 하고, 팬들도 오랜만에 그런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천옥 활동 마무리하면서 찍는 이번 화보는 좀 더 강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보내준 사진 속 여자 모델이 굉장히 터프하고 강하고 섹시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었죠. 왜 그 작업을 참고하고 싶었을까, 효리 씨 눈에는 무엇이 띄었을까 궁금했어요. 강한 것도 많이 해보긴 했지만, 그 사진은 남자 모델을 막 들어 올리고 그런 모습이었잖아요. 이런 건 또 안 해봐서 재밌을 것 같다, 그렇게 단순한 마음으로 골랐죠. 뭔가를 할 때 크게 고심하는 편은 아니고 그때그때 눈에 들어온 게 멋있다 싶으면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그 사진이 누구 작업인지, 누가 찍은 건지 그런 것도 몰랐어요. 그리고 이번에 환불원정대 뮤직비디오에서 액션 신을 찍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남자를 들어 던지고, 막. 너무 재미있었어요. 처음 해본 건데 요가하면서 평소에 몸을 많이 써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한다고 칭찬도 받고. 연습 몇 번 안 했는데 잘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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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디스트로이드 터틀넥, 하트 모티프 이어링 가격 미정, 모두 발렌시아가.

블랙 디스트로이드 터틀넥, 플레어 데님 팬츠, 스크런치 나이프 뮬 가격 미정, 모두 발렌시아가.

액션의 재능을 발견했군요. 너무 재밌다, 그랬죠.

어떤 모습이든 자신을 내보이는 데 주저함이 없어 보여요. 사실 별로 감출 만한 것도 없고.

그럼에도 ‘나란 인간은 대체 어떤 존재지? 왜 이렇게 다 보여주고 있지? 나는 그래야 만족하는 사람인가?’. <효리네 민박>을 처음 촬영할 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어요. 그에 대한 답은 찾았어요? 보여주고 싶어서 보여준 것도 없진 않지만 저는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누가 원한다, 누가 꼭 청을 한다, 그러면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하거든요. 방송도 이 프로그램은 이효리 아니면 안 된다, 안 한다, 그러면 ‘아이, 그까짓 거 그게 뭐라고’ 이런 생각으로 하는 게 많아요. 생각보다 마음이 약하고 그래서 웬만하면 다 해주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제작진이나 대중은 한없이 보고 싶은 요구가 있잖아요. 그걸 어느 선에서 내가 잘라야 하는데 너무 좋아들 하시니까. 그렇게 내가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행복을 얻는다면 그냥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으로 계속하는 것 같아요. 돈을 더 벌고 인기가 더 많아지고 그런 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제가 되게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사는 걸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고 재밌어하면 보여줄 수 있지. 내 휴대 전화, 프라이버시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고 재밌어하면 보여줄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휴대 전화 기록을 구석구석 다 보여줘요? <페이스 아이디>(2020) 첫 화 보는데 제가 다 조마조마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 전화 꺼내서 피디가 보여달란 대로 다 보여줬잖아요. 그거 다 리얼이었거든요.

설마, 그래도 사전에 뭔가 논의가 있었겠지 했는데. 없었어요. 다 리얼이었어요. 제가 만약 결혼 전이었으면 뭐가 있었을 수도 있겠는데, 흥흐흐흐, 이미 남편과 휴대 전화를 공유하는 사이라 일단 뭐가 없고, 그리고 이제는 약간…, 대중과 오래된 연인인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왜, 막 사귄 연인끼리는 서로 방귀도 안 트고, ‘생얼’도 안 보여주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20년 넘게 아주 친밀하게 다 보여주면서 활동하다 보니까 오래된 연인처럼 숨기고 싶은 것도 없고, 별로 숨길 것도 없고, ‘내가 보여주면 이분들이 실망하겠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이런 조바심 같은 게 좀 없어진 것 같아요. 서로… 몰라, 서로라고 하기는 좀 그런데 저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오버사이즈 롱 코트, 시티 오너먼트 이어링 가격 미정, 모두 발렌시아가.

믿는 구석이 있기에 이렇게 다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었는데 효리 씨에게 그건 대중인 거네요. 그런 것 같아요, 네. 내가 안 좋을 때도 있었고 실수할 때도 있었고 연예계 생활하면서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품어주시고 다시 사랑해주시고 그 사랑이 쭉 이어져왔잖아요. 활동을 4, 5년 안 해도 계속 관심과 사랑이 있었고, 너무 복받은 건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되게 편해진 것 같아요. 대중에게 보여주고 말하고 그러는 게.

SNS를 삭제한 지 세 달이 넘어가요. 금단 현상은 없어요? 순간순간 뭐 올리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어떤 걸 올리고 싶었어요, 최근에? 이거 올리면 팬들이 좋아할 텐데, 그럴 때가 있어요. 제 팬들은 20년 된 팬들, 오래된 팬이 많은데 저를 볼 일이 별로 없잖아요. 제가 활동이 많지 않으니까. 그래서 미안할 때가 많거든요. 특히 요즘 손편지 많이 없는데 팬들이 손편지도 보내주고, 천옥 활동할 때는 케이크도 만들어서 보내주고, 그런 걸 한 번씩 올리면 팬들이 엄청 좋아하는데 못 올려줄 때 미안하고. SNS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 좋은 도구였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고. 그리고 관심받거나 뽐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사람이. 그럴 땐 이제 상순 오빠 SNS에 빨리 올리라고, 자꾸 올리라고. 그러면 오빠가 너무 힘들다고, 다시 만들라고. 푸흐흐흐.

다시 만들 생각 있어요? 아직은 없어요.

SNS를 지운 이유 중 하나는 하루 한두 시간 계속 그것만 하는 자신 모습이 별로였던 걸로 알아요. 맞아요. 습관처럼 틈이 나면 딱 켜게 되더라고요.

요즘에는 그 시간을 무엇에 써요? 제가 원래 책을 많이 읽고 좋아했는데 한동안 안 읽었거든요? 남의 생각에 휩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 다르고 삶에서 얻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책에서 배우는 게 오히려 나를 가둔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멀리했는데, 요즘 다시 보게 됐어요. 오빠랑 잠자리에 누워서 원래는 각자 한 시간 정도 휴대 전화를 보다가 잠들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둘이 같이 책을 읽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 시간이.

지퍼 디테일 카 코트 가격 미정, 발렌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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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 읽어요? 요새는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읽었어요. (휴대 전화로 검색해 보여주며) 이 책인데, 현대 미술 비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일을 하는 분이 썼는데 미술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작품을 어떻게 내놨는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작가들의 삶의 태도 자체가 작품과 너무 연결돼 있는 거예요. ‘이런 작품을 만들어야지’ 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태도를 통해 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태도가 작품을 만드는. 저도 항상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어떤 노래나 가사를 만들 때 내가 평소에 그런 태도의 삶이 아니면 그런 노래를 쓸 수가 없잖아요. 내가 어떤 노래를 만들고 싶다면 평소에 내 삶 자체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책에 공감 가더라고요.

그 책은 어떻게 읽게 됐어요? 우연히. 가끔 서울에 오면 대형 서점 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재밌잖아요, 가면. 가서 필기도구도 사고 그러는데 얼마 전에 갔을 때 이 책이 전시돼 있는데 딱 꽂혔어요, 제목과 겉표지에. 저는 다 읽고 이제 오빠가 읽고 있어요.

저는 이번에야 이 책을 샀어요. 뭐요?

이효리 씨가 쓴 <가까이>. 아하하하하. 그게 2010년이었나….

2012년 5월에 냈어요. 맞다. 그런데 저는 지금 그 책 보면 좀 오그라들어요. 뭔지 알죠?

왜요? 그때는 막 동물 보호에 강경하게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하고, 내 의견을 피력하려고 굉장히 애쓰고, 그런 모습이 지금 보면 좀 어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건 다 때가 있고 흘러가는 흐름이 있고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그런데 그때는 그게 종착역인 것처럼 썼잖아요. 어차피 태도라는 건 또 변하는데, 그때는 그게 종착역인 것처럼 쓴 게 조금 부끄러워요. 그렇다고 후회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땐 그때 나름대로의 생각이니까.

그런데 방송에서 이효리 씨 모습을 아무리 봐도 저게 진짜 이효리인지 가짜 이효리인지, 그건 모르잖아요. 그렇죠, 네.

이 책은 이제 9년 전 이야기가 됐는데, 지금 이효리 씨가 보여주는 생활과 크게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여전히 유기 동물 봉사활동을 하고, 여전히 공장식 축산과 육식에 거리를 두려 하고. 그래서 오히려 이효리라는 사람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변함없어서. 응, 그건 그때와 지금도 똑같죠. 오히려 지금 더 하고 있기는 한데 그때보다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포용력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그때는 강아지를 버리면 안 되고, 동물을 이렇게 키우면 안 되고, 이런 걸 남에게 강력하게 ‘우리 이렇게 해요!’ 말했다면, 지금은 나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 내가 말로 보여주기보다 그냥 내 모습으로, 내 삶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더 강력한 효과가 있겠다, 그런 태도로 변한 것 같아요. 그때는 말로 많이 했다면 지금은 좀 더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그렇게 하는 느낌이에요.

<가까이> 책을 보면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그러죠. “지금 효리 씨 상황은 집 안에 금이 한가득 쌓여 있는데….” “정작 밥 해 먹을 쌀은 없는 것 같다”라고. 그 얘기했다, 맞아요.

본인을 더 아껴주라는 말이었잖아요. 지금은 어때요? 지금은 너무 쌀만 가득한데. 으하하하. 지금은…, 지금은 금을 쌀로 바꿨죠. 정말로. 상순 오빠가 금은 없고 쌀만 있는 사람이라 많이 융화된 것 같아요. 금전적으로서의 뜻이 아니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 말이죠. 예전에는 제가 옷 방만 거의 두 개였거든요. 큰 방으로. 지금은 아예 옷 방 자체가 없고, 지네도 아닌데 신발도 한 오백 켤레 있었던 것 같아. 그 이상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뭐 한 열 켤레? 그것만 봐도 많이 달라졌고, 대신 개가 많아졌죠. 금을 개로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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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효리 씨 자신을 위해 산 물건이나 한 일이 있다면요? 요새는 차. 차를 좋아해서 차를 사서 마시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 예전보다 많이 주는 편이에요. 옛날에는 고맙지만 그냥 고맙다는 말이나 마음만 갖고 넘기는 일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뭐라도 하나 선물하려고 해요. 그게 그 사람을 위한 것도 있지만 선물하고 났을 때의 그 기쁨, 내 자신을 위한 것도 되게 크더라고요. 선물은 내가 갖고 싶은 걸 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진짜. 오히려 선물하는 게 내가 갖는 것보다 더 기쁠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누구한테 선물했어요? 이번에 정화 언니랑 촬영하고 정화 언니가 저한테 목걸이를 사줬거든요. 저는 도수 치료라고 해야 하나, 그거 정기권 끊어드리고. 언니가 여기저기 아프다고 그러셔서.

2021년에 이거 한번 해봐야지 생각한 게 있다면요? 육아를 한번 해봐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요? 하하하하. 노력하고 있어요.

엄마가 된다는 게 두렵지 않아요? 돼보고 싶어요. 참사랑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제가 아예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엄마의 감정이라는 것은. 그런 것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요. 한 인간을 만들고 길러냄으로써 사람에 대한 어떤 깊은 이해가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그런 개인적인 소망이 있어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안 해봤고 그냥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어떤 한 인간을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깊이 한번 사랑해보고 싶어요. 사실 남편도 사랑하지만 대신 죽으라고 그러면 죽기는 싫거든요.

잠시 동석했던 이상순 씨가 나가자마자 지금 이런 말을. 그렇지 않아요? 남편 대신 죽으라 그러면 죽을 수 있어요? 그런데 나의 아기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마음은 도대체 어떤 감정일까? 어떤 사랑일까? 그런 궁금함이 커서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요, 죽기 전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말하길 행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기분인데 그 넝쿨이 집 지붕을 뚫고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생활이 초토화된다고. 우린 이미 개들 때문에 완전 초토화라서 그런 거에는 너무 익숙하고, 나의 행복…. 음, 나의 행복도 모르겠어요. 내가 얼마나 행복할까보다는 그 사랑이 무엇일까, 엄마가 아이한테 느끼는 그 깊은 사랑이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함이 커요. 경험해보고 싶다.

경험하게 되면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온 국민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동네방네 떠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