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의 "금방 회복하면 되니까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노정의 "금방 회복하면 되니까요"

2021-01-06T14:56:46+00:00 |interview|

하이 클리어, 높게 멀리 셔틀콕을 보내는 타법. 노정의는 배드민턴을 좋아한다.

드레스, 잉크. 스니커즈, 컨버스. 삭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2001년생이죠? <지큐>도 2001년에 창간해서 올해 20주년이에요. 와, 동갑이네요.

정의 씨의 스무 살은 어땠어요? 열아홉 살 때는 스무 살이 다른 삶일 줄 알았거든요. 물론 좀 다르지만, 제가 생각한 스무 살의 로망은 다 이루지 못했어요. 대신 드라마(JTBC <18 어게인>)도 찍고 영화(<내가 죽던 날>)도 개봉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건 뜻깊었어요.

스무 살의 로망을 다 이루지 못했어요? 무슨 로망이 있었길래. ‘샤랄라’하고 행복한 대학 생활이 될 줄 알았어요. 친구를 많이 사귀고,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도 많이 쌓고. 그런데 그보다 과제가 너무 많은 거예요. 제가 원래 컴퓨터를 잘 안 해서 타자가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타자 속도가 그렇게 빨라지더라고요.

연극영화학과 20학번이죠? 네, 저는 연극부. 영화부는 제작 위주고 연극부는 연기 쪽이에요.

연극부는 무엇을 숙제로 받나요? 예를 들어 연극 대본 60장짜리를 두고 해석과 분석을 해요. <대부> 시리즈 같은 고전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다양한 영화와 연극을 보고 감상문도 적고, 연기 실기 수업도 있고요. 이론을 바탕으로 무엇을 적용해야 할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이런 걸 배워나가는데, 처음에는 글로만 쓰니까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생각했는데 막상 정리하고 나니까 제 안에 하나하나 쌓여가더라고요. 그건 좋았어요.

티셔츠, 디올. 데님 팬츠, 낸시부. 스니커즈, 컨버스.

셔츠, 타이, 브레이슬렛, 모두 디올. 팬츠, 낸시부. 슈즈, 가니.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한창 촬영하던 2019년 하반기가 마침 대학 수시 준비로 바쁠 때여서 마음 고생도 많이 한 걸로 알아요. 입시라는 게 원래 그렇겠지만, 무엇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어요? 입시를 준비하면 할수록 불안함이 커지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합격한다는 보장은 사실 없잖아요. 주변 사람들도 많이 응원해줬는데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까 봐 그 불안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해답은 없고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서 자신감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잠을 줄여서라도 더 연습하고 준비했어요.

정의 씨가 배우로서 처음 이름을 올린 건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였죠. 2011년, 열한 살 때. 아역 배우로 활동해온 정의 씨에게 연극영화과라는 전공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당연한 선택이었을까요? 아뇨,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은 제가 열일곱 살 때까지는 체육교육학과에 가고 싶었어요.

체육교육학과요? 중학생 때 제가 너무 좋아하고 잘 따른 선생님이 체육 선생님이셨어요. 애들이 항상 앉아서 공부하다가 겨우 일어나서 하는 게 체육시간인데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거든요. 선생님께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각나요. 그리고 저는 운동할 때 오직 거기에만 집중하거든요. 다른 생각이 들 틈이 없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운동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저 다양한 운동 되게 많이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피구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고, 농구대회도 꼭 나가고.

농구도요? 농구도. 그 선생님과 함께했던 건 배드민턴이었어요. 선생님께서 배드민턴부를 만드셔서 중3 때 처음 배드민턴을 배웠는데, 너무 좋고 재밌어서 같이 운동하던 친구랑 고등학교 올라갔을 때 둘이 배드민턴부도 만들었어요. 1학년은 부서를 만들 수 없어서 운동 잘한다는 선배 찾아가 “저희 배드민턴 하고 싶습니다. 만들어주세요”라고 해서 만들었어요.

굉장히 적극적이었네요. 배드민턴으로 시 대회도 나갔어요. 뭔가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있었어요. 운동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즐기는 것도 좋고.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18 어게인>에서 괴한과 맞닥뜨리는 장면 있잖아요. 나름 반전이었죠.

밤길 가던 여고생 정의 씨에게 괴한이 접근하는데 여고생이 괴한을 엎어치기 하죠. 혹시 직접 액션한 거예요? 네, 제가 했어요. 물론 제가 액션에 전문적이지 않아서 옆에서 알려주시는 선생님과 대역 언니도 계셨는데 웬만한 건 제가 했어요.

몸 쓰는 데 두려움이 없군요. 음… 금방 회복하면 되니까요, 으헤헤헤.

이렇게 운동을 즐거워하는데 어쨌든 연극영화과로 노선을 잡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해서 연기를 해나가고 싶고, 해나갈 건데, 기초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배울 수 있는 곳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보자 싶었어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늘 경쟁을 거쳐야 하잖아요. 그것도 치열한. 운동을 좋아하니까 승부욕이 강하려나? 여기는 정말 치열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데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오디션장 등 현장에서) 보는 친구들이 거의 똑같아요. 함께 일하는 친구들 다 비슷한 또래이고 그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래서 오디션장에서 만나면 저희끼리는 그냥 친구 같은 느낌? 경쟁보다는 같이 놀다가 편하게 오디션 보고, 끝나면 다 같이 밥 먹으러 가고 그래서 경쟁이라는 생각은 최대한 안 하려고 했어요. 제가 떨어지면 당연히 제 작품이 아니었던 걸 테고, 어떤 친구가 되면 그 친구가 됐구나, 내게는 다른 작품이 오겠지 생각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일찍 철들었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것 같고. 누군가를 적으로 두고 그 사람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냥 ‘저사람은 저렇게까지 잘하는구나. 그럼 저걸 뛰어넘을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야지’ 이런 생각으로 저를 계속 키우고자 했어요. 그래야 저도 힘들지 않고, 다른 사람도 힘들지 않고, 서로 좋으니까. 저는 그냥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건 고친다고 고쳐지는 마음이 아닐 텐데, 아마 정의 씨의 타고난 재능 중 하나인가 봐요. 헤헤헤. 그것도 그런 것 같고요, 부모님이 그렇게 많이 해주셨어요. 저희 부모님은 항상 그래요. 그건 네 작품이 아니었나 보지. 하고 싶은 대로 해. 최선만 다해. 하기 싫어? 그럼 하지 마. 네 선택이야.

이 일이 왜 좋아요? 일고여덟 살 때 좋은 기회로 광고를 찍게 되면서 이 꿈을 처음 키우게 된 건데, 나는 남들 앞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구나 싶었어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게 어린 마음에 좋았어요. 더 다양한 걸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나도 모르는 더 많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어요.

재킷, H&M. 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터틀넥, 코스. 드레스, 앤아더스토리즈. 모자, 롱 베케이션 1996 at 서프코드.

준비 중인 드라마 <디어엠>은 캠퍼스 라이프 드라마잖아요. 현실에서는 과제에 치여 산다고 했는데 드라마로나마 로망을 충족하고 있나요? 한 150퍼센트는 충족시킨 것 같아요.

어떤 갈증이 가장 충족됐어요? CC 경험.

캠퍼스 커플? 으하하하. 네,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와, 고등학교 때까지는 다 다른 곳에서 서로 전혀 모르면서 살다가 이렇게 대학에서 만나 같이 시간표 짜고, 같이 수업도 듣고…. 벚꽃처럼 너무 이쁘구나, 너무 이쁜 시간들이구나 싶어요. 간접경험 중이에요.

현실에서도 해보면 되잖아요. 저는 CC 못 하겠어요.

방금까지 벚꽃처럼 이쁘다고 해놓고. 저는 친구 잃는 걸 안 좋아해서 사람을 만난다는 게 조심스러워요. 끝나고 저는 다시 친구로 맘 편히 지낼 수 있어도 상대가 그 마음이 아니면 그럴 수 없잖아요. 좋은 사람이면 좋은 만큼 그냥 친구로 옆에 두고 싶어요.

스무 살이 넘으면 하고 싶었던 일 3개만 꼽자면요? 부전공으로라도 체육교육학과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어쨌든 일단 제게 주어진 일들을 확실하게 해내고 난 다음에, 그때 배워보고 싶고, 그리고 제 자신을 가꿔보고 싶어요. 제가 옷이나 액세서리나 휴대 전화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충분히 더 가꾸고 꾸며도 되는 나이인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제 자신을 좀 더 다양하게 꾸미는 시간도 가져보고 싶어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 예능에 나가보고 싶어요. 제가 재밌는 캐릭터가 진짜 아니거든요? 그래서 해보고 싶어요. 자유롭고 편안한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뭔가 제게 숨어 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일단, 이따 촬영 때 높게 발차기해볼 수 있겠어요? 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