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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021.01.08박희아

[경이로운 소문]은 조병규와 김세정 두 배우만으로도 시청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OCN [경이로운 소문]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소문과 하나를 맡은 조병규와 김세정은 극중에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을 표현한다. 똑같이 가족을 잃었지만, 남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소문 역의 조병규는 밝고 활달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따뜻하게 남을 보살핀다. 그러나 하나 역을 맡은 김세정은 다르다. 그가 웃는 모습은 대부분 과거 회상 신에서만 나오고, 국숫집에서 서빙을 하면서도 손님들에게 건조하기 그지없다.

이 드라마는 실제로 소문과 하나라는 소년과 소녀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문은 어릴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자신의 아픈 기억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저승에서는 그를 악귀를 잡는 카운터로 간택하고, 소문은 이 과정에서 하나를 비롯한 국숫집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친구를 구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된 소문은 맑은 성품을 바탕으로 자신을 비롯한 친구들, 국숫집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치유해나간다. 그리고 소문이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악귀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사람들의 상처를 하나둘 마음에 품기 시작하면서 동반자살 속에서 살아남은 하나의 마음도 함께 열린다. 웃지 않던 하나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지는 순간, 이 드라마는 코마 상태에 빠졌던 두 청소년이 왜 카운터로 간택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왜 사자의 일을 선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병규와 김세정이라는 배우들 그 자체다. 조병규는 JTBC [스카이캐슬]에서 밝은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의 앞에만 서면 기가 죽어 벌벌 떠는 소년이었고, 인기를 얻은 후에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서는 적당히 먹고 살 만큼만 일을 하러 다니는 듯한 20대 청년의 허허실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이로운 소문]에서 조병규는 소문으로 분해 어떤 사람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때때로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지언정 자신만의 굳건한 정의의 기준을 세워가는 10대 고등학생의 성장을 힘차게 그려낸다. 또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해 I.O.I로 데뷔한 이후, 늘 웃고 있는 밝고 활달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각인돼있던 김세정은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에서 견지했던 이런 모습을 과감히 버렸다. 그는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액션 신을 소화하고, 악귀 앞에서 결코 겁먹지 않는 강한 사람의 모습을 연기한다. 그리고 이런 김세정의 모습은 이전에 그가 출연했던 어떤 드라마나, 그가 무대에서 보여줬던 어떤 모습보다도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김세정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이 이만큼 넓다는 것을 증명한다.

코마 상태에 빠졌던 사람들에게 주어진 두 번째의 삶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병규와 김세정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정반대인 두 번째의 이미지는 소문과 하나의 삶 안에서 완전히 그들의 것으로 자리 잡았다. 쉽지 않은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쉽지 않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면서 과감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는 두 20대 배우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경이로운 소문]이 단순히 퇴마 스릴러물이 아닌 성장 드라마로서 갖는 가치도 여기서 나온다. 게다가 그 성장 드라마는 소문과 도하나만의 것이 아닌, 조병규와 김세정의 것이기도 하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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