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노멀 피플]의 스타, 폴 메스칼의 매력

2021.01.13GQ

아일랜드에서 나고 자란 이 젊은 배우가 ‘노멀 피플’에서 <노멀 피플>의 스타가 되기까지, 그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빨랐다. 폴 메스칼과 마주 앉아 지금껏 알던 평범한 세상과 다른 세계를 돌파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셔츠, 보타이, 이너 셔츠, 트라우저, 모두 휴고 보스.

이스트 런던의 한 멤버십 클럽 안쪽 테라스, 그곳에 레이밴 클럽마스터를 쓴 폴 메스칼이 홀로 앉아 있다. 시간은 오후를 향해 가고 있고 테라스 바깥에서는 온화한 미풍이 불어왔다. 폴 메스칼 앞의 테이블에는 2파운드짜리 라이터와 물 한 컵, 그리고 뒤집은 채 둔 그의 아이폰이 있다.

그의 손에는 패티 스미스의 책, 그 유명한 <저스트 키즈>가 아닌, “지적인 친구가 소개한” 다른 책이 들려 있다. “유행하는 것들에 영향받는 걸 좋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유행과는 거리가 먼 무엇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보다 늦게라도 아는 게 낫지 않나요?” 자칫 가식적으로 들릴 법한 이야기이나 적어도 그의 어투에서 자만이나 허영심이 풍기지는 않았다. <지큐> UK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Men Of The Year 2020’ 수상자 중 한 명으로서 오늘 마주한 폴 메스칼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명확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슈퍼스타가 된 기분은 도대체 어떨까?’

폴 메스칼의 첫 TV 드라마 데뷔작이자 BBC와 훌루가 제작한 12부작 미니 시리즈 <노멀 피플>은 아일랜드 출신 1991년생 젊은 작가 샐리 루니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아일랜드에 사는 코넬(폴 메스칼)과 메리앤(데이지 에드거존스)이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부터 시작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관계를 담았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내적 갈증을 채우는 감정선을 바탕으로, 적나라한 섹스 신과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이 적절히 섞인 드라마는 앞으로 오랫동안 여러 작품에서 보게 될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데 손색없었다. 폴 메스칼은 2020년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노멀 피플>은 그의 첫 TV 드라마 데뷔작이다.

수트, 이너 셔츠, 모두 휴고 보스.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노멀 피플>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한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은 폴 메스칼의 매력은 고유한 그만의 남성성에서 온다고 추측했다. “지금까지 영화 산업을 보면 어깨가 넓고 체격이 크고 강한 배우가 스타가 되는 시대가 있었고, 또 호리호리하고 섬세하게 생긴 배우가 스타가 되는 때도 있었죠. 폴 메스칼은 그 두 가지 타입이 섞인 흥미로운 조합을 보여줘요. 그런 섬세함과 강인함의 아름다운 조합에 다들 마음을 뺏긴 게 아닐까 해요. 그건 정말 보기 드문 조합이거든요.”

폴 메스칼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웃는다. 대문자 A와 빨간 하트 모양이 왼쪽 가슴에 크게 박힌 아미 피케 셔츠가 그가 영락없는 20대(폴 메스칼은 1996년생이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하의는 그가 좋아한다는 반바지다. 우리는 커피를 주문했다. 메스칼은 우유 크림에 설탕을 한 스푼 추가했다. 대화는 그의 첫 번째 영화에 얽힌 에피소드로 시작됐다. 이번에는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딸 The Lost Daughter>이 원작인 영화다. 배우 매기 질렌할의 감독 입봉작이기도 하다.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수상 경력의 올리비아 콜먼,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는 이미 스타인 다코타 존슨이 함께한다.

“저는 우연히 배우가 된 게 아니라 단지 늦게 배우가 된 거예요.” 메스칼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저는 열두 살 때부터 배우를 꿈꾸고 그런 아이는 아니었어요. 전혀요. 사실 아버지가 연기를 하시긴 했거든요. 가끔 아버지가 연극 무대에 선 것을 보기는 했는데, 제가 무대 위에 있는 모습을 꿈꿨다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메스칼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은 열여덟 살 때 찾아왔다. “내가 영원히 지루해지지 않을 만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택해야 했어요. 연기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분야긴 했지만,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인지는 알고 있었어요. 연기란 팀으로 움직이는 환경이면서도 동시에 혼자만의 싸움이자 은둔자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나 할까요. 시작하면 거의 완전히 빠져들어야 하는 것이었죠. 그게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막연하게나마 연기자를 직업으로 꿈꿀 때는 그럴 만한 성정이 있기 마련이다. 메스칼은 항상 주목받는 아이였거나 반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는 아니었을까? “전혀요. 제 친구 누구를 잡고 물어도 저에 대해 ‘쟤는 절대 그런 애가 아니었다’라고 단호히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중학교 때 몇 번 연극에 참여하긴 했어요.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연기한 적은 있지만 전혀 거창한 경험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화려한 조명 아래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건? “노래는, 네, 좋아했습니다. 춤은 아니고요.” 그가 쑥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 아직도 그 2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절대적인 두려움과 희열 사이에서 거의 아드레날린 폭주기관차가 된 것 같은, 평생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경험했던 걸 기억해요. 그때의 그 선명한 경험을 계속 좇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러고 있는 거고요.”

그런 감정, 그리고 돌진. 메스칼은 연기를 배우기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의 국립 연극 예술 대학인 리르 아카데미 The Lir Academy 오디션을 찾아냈다. 결과는 합격. 친구들은 물론 본인도 놀란 결과였다. “그 수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을 수 있다니. 전 정말 운이 좋았죠.” 메스칼은 연기 교본 삼아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한 배우인 마티 레아, 오웬 로같은 사람들을 만나러 간 경험도 돌이켰다. “사실 그들을 처음 봤을 때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무엇이 다른지 몰랐죠. 하지만 그들이 리허설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침내 어떤 완성된 역할의 배우로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그게 제게 굉장한 영감을 줬어요. 오, 그리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러 갔던 날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2017년에 만든 이 영화는 메스칼에게 심오하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순식간에 메스칼의 눈이 한층 더 빛났다.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를 완전히 ‘찢었어요’. 완전히 장악해버렸죠. 정말 솔직히 말하는 건데, 저는 정말 헤어나올 수 없었어요. 너무 깊이 감동을 받았고, 그건 거의 쇼크에 가까웠어요. 티모시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었죠. 저와 또래인 젊은 배우가 내가 배우로서 도달해야 할 수준에 대해 어떤 깨달음을 준 거예요. 영화를 본 당시에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티모시의 연기에 완벽하게 충격받은 상태로 극장을 나왔다는 것만 또렷하게 기억나요. 티모시 샬라메가 배우에 대한 기준을 얼마나 높여놓았는지 지켜본 것이니까요. 그때가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제 턱뼈가 으스러진 것과 같은.”

‘뭐가 으스려졌다고?’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금세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노멀 피플>로 급부상하며 알려진 그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 하나로, 메스칼은 실제로 턱뼈가 으스러진 적이 있다. 메스칼은 어린 시절에 스포츠, 그중에서도 특히 축구와 럭비를 결합해놓은 경기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외부인의 눈에는 그저 맨손으로 몸싸움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게일릭 축구에서 두각을 보였다. 게일릭 축구는 오직 아일랜드에서만 즐기는 종목인데 우사인 볼트만큼 재빨리 뛸 수 있고, 리오넬 메시만큼 재간이 뛰어나면서, 코너 맥그레거같이 겁없는 선수만이 승자가 되는 강인한 몸의 대화다. 이 경기 중에 메스칼은 턱뼈가 으스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프로 운동선수가 되는 꿈을 접어야 했을 만큼 강력한 사건이었다. “턱뼈가 으스러진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라는 건 연기적으로 얼마나 큰 자극을 받은 건지 비견할 만한 표현일 것이다.

티셔츠, 트라우저, 삭스, 모두 휴고 보스.

스웨터, 트라우저, 시계, 슈즈, 삭스, 모두 휴고 보스.

“전 항상 운동을 좋아하는 애였어요.” 메스칼이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하게 된 시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운동을 정말 사랑했어요. 부상이 제 앞길을 바꿨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연기로 정하면서 메스칼은 몰래몰래 운동해야 했다. 이제는 배우 재목으로서 신체가 다치면 안 되니까. “그러다 학교(리르 아카데미) 마지막 해에 운동하다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을 꽤 심하게 다쳤죠. 그때 이제는 정말로 운동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어요.” 당장 월요일 아침에 있는 연기 수업 선생님께 메스칼은 뭐라고 말했을까? “가게에서

괴한이 습격했다고 둘러댔어요. 그때 당시에 정말 차량 정비소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께 그랬죠. ‘선생님, 진짜 못 믿으실 거예요. 어떤 놈이 계산대 안으로 점프해서 들어온 다음 제 얼굴을 쥐어패고 몇천 유로를 훔쳐 달아났어요!’ 선생님이 믿으셨는지 안 믿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하지 말라고 한 일을 했다가 멍청하게 다친 애한테 달리 하실 말씀이 없었던 것 같아요.”

폴 메스칼은 누구든, 그것이 당신이든 티모시 샬라메든, 무언가 잘하기 위해서는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이 남들과 다른 위대함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는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고 둘러댄 그 부상을 자신의 새로운 탐구에 헌신하라는 일종의 계시로 받아들였다. “스포츠가 제 인생의 한 축이라면 저는 그 축을 그냥 무너뜨려버려야 했습니다. 다른 한 축마저 흐트러지지 않도록요.”

그러나 메스칼의 연기에 대한 접근법은 그가 정말 사랑했지만 포기해야만 했던 스포츠에 대한 접근법과 다르지 않다. “제가 정말 그리운 것은, 다른 팀과 서로 완전히 대치하는 스포츠의 경쟁 구도예요.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내 몸을 내가 완벽하게 통제해야 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데, 그게 아주 중독적이거든요. 안전하면서도 아주 폭력적인 상황이죠.”

하지만 배우 세계의 경쟁 또한 살벌하다. “그렇죠.” 메스칼이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흉폭하지는 않아요. 저는 스포츠 생각을 아주 많이 해요. 특히 여름에요. 땅이 점점 단단해진다는 걸 느껴요. 혹시 겨울에 밖에서 운동해봤어요? 겨울에 운동을 하다 보면 땅이 질퍽거려서 뛸 수가 없는 지경이거든요. 그런데 땅이 말라서 단단해지기 시작하면 공이 튈 수가 있단 말이죠. 공이 더 높이 튀어오를 때부터 모든 게 빠르게 시작되죠.”

‘꽤. 멋진. 프로젝트.’ 세 단어가 전부였다. 메스칼과 지금까지 같이 일하는 소속사 커티스 브라운의 라라 비크가 <노멀 피플>의 TV 드라마 버전 캐스팅과 관련해 당시 신인이자 무명 배우였던 메스칼에게 보낸 첫 번째 이메일 내용이다. 2018년 10월, 그가 리르 아카데미를 졸업한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충분히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졸업하기 전부터 계속 일을 해왔으니까 이 기회가 저한테 왔을 때 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참, 소속사가 보내는 영입 제의는 그가 리르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부터 있었다. 그건 리르 아카데미의 우등 졸업생에게 그리 대단한 이변은 아니다.

조금 특별한 일이라고 한다면 메스칼이 졸업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더블린 게이트 극장에 올라가는 연극 <위대한 개츠비>의 주연으로 발탁된 일이다. 업계에서 권위 있는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작품이었다. “제 주위 배우들 모두 그 제작사가 후에 <노멀 피플> 캐스팅을 맡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동료들은 메스칼이 <노멀 피플>의 코넬 역에 이미 적격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는 배역을 원하기 때문에 친근하지만 팽팽한 라이벌 의식 같은 게 있죠. 우리 모두는, 여러 의미로, 확실하다거나 보장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메스칼은 사실 오디션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오디션 안에서 실제로는 오디션이 아닌 부분들을 싫어한다. “엄청 최근에 이런 내용에 대해 데이지하고도 얘기를 나눴는데요….” 여기서 데이지란 12개의 에피소드, 96일간의 촬영 기간 내내 코넬의 상대역 메리앤을 연기한 데이지 에드거존스를 말한다. 아마 <노멀 피플>이 방영된 2020년 4월 이후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메스칼이 겪은 경험과 거의 완벽한 유사성을 가진 유일한 인물일 거다. “데이지하고도 얘기를 나눴는데요, 오디션을 시작할 때 하는 대화가 너무 싫어요. ‘어떻게 지냈어요?’라든지 ‘어제 저녁에는 뭐 했어요?’ 같은. 분위기를 좀 편안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전 그냥 방해가 될 뿐이에요.” 아주 상냥하고 수다스러운 스타일의 사람에게는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집중하는 그의 우직하고 헌신적인 태도에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스칼은 그래야 한다고 믿고, 누구나 그러기를 바란다.

셔츠, 보타이, 이너 셔츠, 트라우저, 슈즈, 모두 휴고 보스.

수트, 이너 셔츠, 슈즈, 삭스, 모두 휴고 보스.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코트, 수트, 이너 셔츠, 시계, 슈즈, 삭스, 모두 휴고 보스.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사실 데이지와 같이 <노멀 피플>을 시청한 적은 없어요.” 왜인지 폭탄 발언 수준이다. 메스칼이 순수한 표정으로 말한다. “다른 게 아니라 락다운 때문에요. 지난주에야 만나 전편을 ‘정주행’했어요. 마지막쯤에는 술 마시기 게임으로 마무리했는데요, 화면 속에서 코넬이 말을 제대로 끝맺지 않을 때나 메리앤이 코넬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단호하게 말할 때마다 한 잔씩 마셨어요.” 그날 메스칼과 데이지는 “같이한 날들을 떠올리며 갈아입었던 의상이나 기억나는 순간까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서야” 헤어졌다. “그녀와 그렇게 나눈 시간이 아주 특별했어요. 우리가 공유한 것들, 앞으로도 절대 잊지 않을 그것들은 정말로 특별하니까요.” 메스칼은 코넬이자 폴 메스칼로서, 메리앤이자 데이지 에드거존스와 함께한 경험에 대해 말을 이었다. “제가 일하는 모습을 아주 디테일한 형태로 지켜봐 온 사람과 함께 그 결과물을 본다는 건, 저희 둘 모두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경험인 것 같아요.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온갖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저는 우리 둘 모두 그 캐릭터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작품 자체를 위해서도, 또 배우로서의 우리의 커리어를 위해서도요.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잘 알고 있었어요. 우리는 이번 작품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신인인 우리가 대중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메스칼의 진정한 고통은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시작됐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때부터 첫 화가 방영된 2020년 4월까지 메스칼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 표현했다. “할 일은 끝났고 이제 내 손을 떠났다는 기분을 경험하는 게 힘들었어요.” 마침내 <노멀 피플>이 세상에 공개됐고, 그는 그제야 안도감이 들었다고 숨을 토해냈다. 이후의 유명세는 메스칼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또 다른 영역이다. “방송을 시작한 다음에도 우리는 모두 락다운 상태였어요.” 메스칼은 <노멀 피플> 첫 화 방영 후 점차 뜨거워지던 열기를 떠올렸다. “저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락다운 때문에 혼자 작품을 시청해야 했어요. 저를 지지해주고 지켜봐주는 가족들이 없는 상태로 아주아주 빨리, 거의 하룻밤 사이에 많은 게 변했죠. 가게에서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쫓아온다든지, 그런 급격한 변화는 곧바로 익숙해질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었어요.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배우는 건 아주 흥미로운 일이에요. 확실히요.” 그런 폭풍 한가운데 있는 기분은 무엇일까? “야만적이죠. 솔직히 말해서 아주 난폭해요. 처음에는 ‘이거 꽤 화려한 삶이군’ 싶다가, 누가 와서 먹기 적당하게 익은 아보카도를 고르거나 무허가 가게에서 담배를 사는 나를 찍기 시작하면 뇌가 절여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뇌가 절여진다고? “집을 나서기 전에 뭘 입을지 신경 쓰게 되는 멍청한 생각을 한다고요.” 메스칼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저는 배우란 상당한 익명성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익명성이 부족해진다는 걸 곧바로 느끼게도 되죠.”

메스칼은 수많은 포토그래퍼, 사실은 파파라치라고 불러야 더 맞겠지만, 그들이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들이 제게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많은 말에 아무렇지 않은 척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넘길 순 없어요. 이게 다 그들을 위한 게임이고, 이런 말이 저의 배부른 소리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불편해요. 우리 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어머니가 현실 속 저보다 SNS에 올라온 제 사진을 더 자주 접할 때 ‘내가 공공재가 되었구나’ 싶어요. 이런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제게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렇다. 슈퍼스타가 되는 절대적인 방법도 없지만 슈퍼스타가 되면 해야 할 일에 대한 안내서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메스칼이 택한 대처 방법 한 가지는 SNS를 끊은 것이다. “특히 트위터는 그냥 쓰레기잖아요. 아닌가요? 누가 뭘 써도 복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저희 작품에 대한 지지가 트위터에서 크게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선 잘 알지만, 궁극적으로 트위터란 선동하는 발언들과 분열을 일으키는 말들에 반응하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것이 메스칼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을까? “당연하죠. 그들은 그런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하겠죠.” 특별히 어떤 점에서 그럴까? “모든 것에서요! 작품에 대해, 제 몸에 대해, 옷에 대해,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요.” 그래서 그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새로운 남자가 되는 게 싫은 걸까? “섹스 심벌 같은 쪽으로는…. 절 그런 쪽으로 생각한 댓글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요.” 메스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앉아 있다가 다시 입을 떼었다. “갈수록 부정적인 댓글들로 채워지더군요. 그걸 보는데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문제였죠. 몇 시간이고 그 댓글을 다 읽게 돼요. 제 정신 건강이 신호를 보내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독이었죠. 지금은 댓글을 거의 안 읽어요.”

몇 주 후, 나는 메스칼과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엔 줌으로 만났다. 그는 그리스의 어느 섬에서 <잃어버린 딸> 촬영을 시작하기 전 일주일 이상 지켜온 자가 격리가 거의 끝나가던 참이었다. 메스칼은 그의 새로운 배역을 준비하는 일에 대해, 어제 매기 질렌할 감독과 나눈 통화에 대해, 아직 나머지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은 만나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고 싶지 않은 그의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짧게 이야기했다. “제 삶의 구원자. 누구든 이런 미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는 너무나 소중할 거예요. 정말로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어요.”

폴 메스칼은 지금 쓰고 있는 월계관에 안주할 사람이 아니다. 그는 슈퍼스타가 된 상황과 동시에 전 세계가 팬데믹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이 고립의 시기를 생산적으로 쓰고 있다. 그중 하나는 어쿠스틱 기타를 배우는 일이다. 그는 짧은 연주를 들려줬다. 꽤 완성된 실력이었다. “핑거 피킹을 배우는 중이에요. 아직 갈 길이 머네요.” 겸손한 아일랜드 청년은 허밍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가 기타를 도로 집어넣으려고 움직일 때 나는 그의 왼쪽 팔꿈치 안쪽에서 타투를 발견했다. 비밀 친목 도모 모임의 로고인가? 아니면 고대 문명 모양? 메스칼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주 최근에 한 건데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어요.” 대신 그는 옷소매를 더 걷어 올려 왼팔 위쪽을 보여주었다. “여기 작은 제비 보여요?” 약 4~5센티미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돼 보이는 크기에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새 디자인이었다. 날고 있는 모습이다. “아버지와 저는 항상 3월 즈음이 되면 정원에 가서 그해 봄 첫 제비를 찾곤 했어요. 제게는 그 기억이 아버지와 집에 대한 이미지예요.” 나는 런던에서의 지난 만남 때 그의 오른편 팔에서 본, 마치 볼펜으로 그린 낙서 같던 타투를 떠올렸다. “볼펜으로 낙서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봐줘서 고마워요.” 메스칼이 키득거렸다. “그건 사슴이고, 어… 사슴인데….” 그가 말을 멈추고 사슴을 매만지는 손길에서 그 타투의 의미를 완전히 이야기할지 말지 고심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음… <노멀 피플>과 관련된 어떤 거예요.” 그는 더 이상 멀리 가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깊고 밝은 눈웃음을 무기로 말을 멈췄다.

며칠 후 나는 샐리 루니의 소설책 <노멀 피플>을 넘겨보며 사슴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훑어보았다. 찾았다. 극중에서 멀리 스웨덴으로 공부하러 간 메리앤에게 코넬이 보낸 편지 속에서다. 코넬은 밤중에 운전을 하다 사슴을 본 일에 대해 편지에 이렇게 썼다. “사슴이 멈췄을 때 난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어. 왜냐면 난 그들이 엄청 똑똑한 동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때부터 난 ‘멈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 아마 네가 사슴이었다면 그 사슴보다 훨씬 더 난리를 피웠겠지. 그들은 우아할 뿐 아니라 사려 깊은 얼굴과 매끈한 몸을 가졌잖아. 아마 그런 사슴조차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어서 굉장히 놀란 것 같더라고.”

사려 깊은 얼굴. 매끈한 몸. 예상치 못한 상황. 나는 이를 통해 메스칼이 무언가 말하려 한다고 느꼈다. 답은 알 수 없지만. 대신 그리스 어느 섬에 머무르고 있는 그를 생각한다. 그곳의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땅은 더욱 굳어가고 있을 것이다.

    Jonathan Heaf
    포토그래퍼
    Mariano Vivanco
    스타일리스트
    Luke Day
    헤어 & 메이크업
    Joe Mills
    세트 디자인
    Joshua Stovell
    어시스턴트
    Al habjan, Saskia Coomb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