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과 오존, 지큐의 강렬한 랑데부 | 지큐 코리아 (GQ Korea)

카더가든과 오존, 지큐의 강렬한 랑데부

2021-01-27T16:30:06+00:00 |interview|

카더가든과 오존은 <지큐>와 어울린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강렬한 랑데부.

오존이 입은 바이커 재킷과 팬츠, 모두 7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블랙 슬립온, 반스.
카더가든이 입은 바이커 재킷, 7 몽클레르 프래그먼트. 데님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레이스업 부츠, 쥬세페 자노티.

카더가든이 입은 패딩, 몽클레르 + 릭 오웬스. 레더 팬츠, 던힐. 러버 슬라이드, 지방시.
오존이 입은 패딩, 몽클레르 + 릭 오웬스. 데님 팬츠, 리바이스. 스니커즈, 프라다.

지큐 유튜브 채널의 <오래된 정원>을 본 사람들은 웃을 준비가 돼 있다. 화보를 잘 찍을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는 뭔가? 카더가든 일단 잘생기게 태어나라. 팔다리가 길어야 한다. <지큐>와 찍어라.

<오래된 정원>에서 <보그>가 최고라고 도발하는데 그사이 생각이 바뀌었나? 카더가든 옜다, 오늘은 <지큐> 인정한다. 화보를 찍으면 괜히 다른 사람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오늘 화보는 진짜 잘 나왔다. 오존 이제껏 형이 찍은 화보 중에서 제일 낫다. 키도 무슨 2미터처럼 나왔다.

근데 몰랐다. 오존이 이렇게 포토제닉한 줄. 오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찍은 사진을 모니터링하면서 명품을 잔뜩 두른 힙합 뮤지션처럼 화보를 찍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카더가든 야, 오늘 네가 입은 거 다 명품이야.

세상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거다. 카더가든과 오존의 <오래된 정원>을 봤거나, 아예 모르거나. 근 6개월간 <오래된 정원>을 하면서 느끼는 변화는 무엇인가? 카더가든 인생을 바꾸어 놓을 파급력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1~2주일마다 정기적으로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앨범 말고 아카이브를 남기는 작업은 전혀 없었으니까. 금방 싫증을 느끼는 편이라 솔직히 처음에는 몇 번 하다가 그만두지 않을까 그랬다. 오존 나도 오래 못 갈 거라 생각해서 애정을 쏟지 않았다. 근데 회를 거듭할수록 <오래된 정원>을 봐주고 댓글을 써주는 분들과 이상한 유대감 같은 게 생겼다. 나의 다른 영상에 댓글을 달기도 하는데 그걸 보면 기분이 좋다. 고마운 일이다.

미식 탐험기로 출발했으나 예능 콘텐츠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오래된 정원>의 세계관이 어떤 건지 말할 수 있나? 카더가든 체계가 있지만 체계가 없고,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대로 될 리 없고, 에디터가 우리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컨트롤하지 못한다. 이게 뒤죽박죽 섞여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늘 위태위태하고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헤맨다. 서로 표정 안 좋아지고. 오존 원래 제목이 ‘카더가든의 오래된 정원’이다. 모든 게 형한테 달려 있으니까 초반에는 형이 엄청 힘들어하더라. 부담을 덜어주려고 시즌 2로 바꿨지만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그런 와중에 아무런 제약 없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은가? 카더가든 언젠가 음악 토크쇼를 해보고 싶다. 해외 토크쇼처럼 라이브 밴드가 있고 가수와 배우 상관없이 게스트를 초대하는 거다. 그런 자리라면 재미 없는 오존도 지금보다 잘할 것 같다. 오존 말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정적인 자리에서 떠드는 게 나와 잘 맞는다. 지난 연말 특집처럼 유라, 죠지, 뱃사공과 날것의 예능을 찍어도 재밌을 것 같은데. 카더가든 어떻게 보면 <오래된 정원>은 어떤 주제든 비교적 가볍게 다룰 수 있고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난번에 재미 삼아 트럼프한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썼는데 전혀 못 꺼낼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TV 예능이었다면 “그런 거 하면 안 돼요”라는 소리를 들었겠지. 정해진 얘기만 해야 하는 건 싫다. 그래서 예능 출연을 기피한다. 나가더라도 가만히 있다 온다. 제작진도 ‘왜 쟤는 말을 못 할까’하고 답답할 거다. <오래된 정원>은 그런 제약이 없으니까 토크쇼를 하면 게스트도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그러게. <오래된 정원>은 첫 회에서 입 안의 작은 축제, 입 안의 작은 담요, 입 안의 작은 쉼터라고 김밥 맛 평가를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카더가든의 웃자고 하는 소리와 말발 덕을 봤다. 어떻게 하면 뻔뻔하고 재밌게 말을 잘할 수 있나? 카더가든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말이 많다. 나도 그렇다. 여기에 어떻게든 남들을 웃기고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해졌다. 오존 형처럼 말을 재밌게 하고 싶지만 잘 안 된다. “네 이야기를 해봐”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그래서 포기했다.

아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영상을 보면 빵빵 터지던데. 그때 실검 1위까지 올랐더라.  오존 아주 가끔 터질 때가 있는데 그날이 그랬다.

오존이 입은 코튼 셔츠와 나일론 팬츠, 블랙 타이, 모두 프라다. 레이스업 슈즈, 쥬세페 자노티. 캡은 에디터의 것.
카더가든이 입은 롱 코트, 펜디. 코튼 셔츠, 코스. 스트레이트 팬츠, 프라다. 레이스업 슈즈, 처치스. 실버 링, 모두 불레또.

둘의 궁합을 봤던 에피소드에서 없으면 허전하고, 서로한테 부족한 부분이 이상하게 시너지가 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내심 공감을 했나? 카더가든 맞긴 한데 잘 찍어 맞춘 것 같다.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나. 오존 형은 모를 수 있는데 사석이 아닌 지금 같은 자리에 내가 같이 있으면 형은 말을 더 편하게 한다. 내가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서포터 역할을 잘 수행하는 거다. 카더가든 평소에는 <오래된 정원>에서처럼 오존을 막 대하고 그러질 않는다. 진지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음악을 어떻게 해야 될지, 그런 고민들.

서로에 대한 제일 오래된 기억은 뭔가? 카더가든 2015년쯤 신사동에서 공연을 할 때였을 거다. 오존 그때 우리 처음 봤나? 카더가든 이 친구가 신세하의 밴드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음악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카더가든 오존의 요즘 음악은 둥글둥글하다고 해야 할까, 곡 전개 방식이 물 흐르듯 한데 초창기 음악들은 구성이 딱딱 나뉘고 후렴구도 명확했다. 내가 좋아하는 모던 록 느낌이라 듣자마자 끌렸다. 오존 형은 팝에 가깝고 한국에서 세련된 음악을 하는 외국 사람 같았다. 목소리 때문에 더 그랬다. 외모적으로는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친해지기 꺼려지는 스타일이었다. 카더가든 하필 지금보다 덩치가 더 컸다.

군대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오존 내가 선임이든 후임이든 최악인데. 카더가든 나는 까라면 까고 그런 게 없어서 선임한테 마구 대들었다. 하지만 후임은 절대 괴롭히지 않았다. 근데 오존은 예외일 것 같다.

괜히 물어봤다. 누가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인가? 오존 형이 술을 마신 날 새벽에 자주 연락한다. 요새는 내가 <포커스 : Folk Us>라는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고 있으니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카더가든 걱정은 그렇게 안 된다. 알아서 잘할 테니. 오존 출연을 결심한 데는 형의 영향도 컸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인지도를 확 높였으니까. 공연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게 날 알릴 수 있는 제일 좋은 홍보수단인 셈이다. 카더가든 다음 활동 계획이 잡혀 있는 뮤지션에게 경연 프로그램은 정말 좋은 기회다. <쇼미더머니>를 봐도 방송 직후 앨범이 나오는 래퍼들이 더 돋보인다. 오존도 앨범을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 잘될 거다.

과연 우승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오존의 목표도 당연히? 오존 결승 무대만 남았으니 이왕이면 우승을 하고 싶다. 더구나 그러지 못하면 형이 겁나 놀릴 게 뻔하다. 첫 방송이 나간 후 우승 못 하면 쪽팔린 거라고, 망신살 뻗친다고 엄포를 놨다.

첫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오존 과도기의 성격이 짙은 앨범이다. 대중성을 고민하지 않던 시기와 대중성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시기에 만든 곡들을 다 수록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뒤죽박죽 통일성이 없을 거다. 내가 듣기 좋아야 좋다는 게 작업 원칙이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괜찮아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나 혼자 좋자고 음악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더가든의 정규 1집 앨범에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른 Beyond에는 매일 토해내는 젊음을 누군가 알아주길이라는 가사가 들어 있다. 성공에 매달려 살아남겠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카더가든 그 곡을 쓴 시점에는 이름이 더 알려지고 인정받고 싶다는 갈증이 컸다. ‘이토록 열심히 하는데 왜 내 음악을 듣지 않지?’라는 억울함 같은 응어리가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음악을 하면서 인정을 갈구했지만 뜻대로 안 되다 보니까 허무함만 컸다. 요새 곡 작업은 앨범 준비 때만 하고 하루에 3시간도 안 한다. 냉정하게 말해 음악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내가 매일 눈에 불을 켜고 작업에 에너지를 쏟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결과물만 좋으면 된다. 그래서 ‘Beyond’의 가사를 다시 쓸 수 있다면 매일 젊음을 토해내지 않아도 된다고 할 거다.

 

카더가든이 입은 패딩, 몽클레르 + 릭 오웬스.
오존이 입은 패딩, 몽클레르 + 릭 오웬스. 미러 선글라스, 펜디.

현재 이르고픈 목표는 뭔가? 카더가든 대단한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여유로운 주머니 사정과 음악 신에서 내 자리를 갖는 걸로 충분하다. 카더가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드는 게 숙제다. 오존 뮤지션에게 성공의 지표 같은 공연장들이 있다. 어떤 무대에 서고, 그다음에는 더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하고, 이게 목표였는데 공연을 아예 할 수 없으니 성공의 기준이 불분명해졌다. 올해는 무사히 정규 앨범을 발표해서 오존이 대중적인 음악을 하려고 하는구나,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그걸 이뤘다 치자. 그다음은 무엇을 기대하나? 카더가든 오래 음악을 하는 거겠지.

음, 말은 쉽다. 어떻게 해야 음악을 오래 할 수 있을까? 카더가든 이 일이 돈벌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순수하게 음악을 해서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직업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음악을 지속할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대중성을 완벽히 떼어놓기 어렵다. 누군가는 그런 사고방식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이면 음악은 본인만의 것이 아닐 수 있다. 폴 매카트니조차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매일 고민한다고 들었다.

오존은 언젠가 인터뷰에서 음악을 만들며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금 더하거나 빼고 싶은 게 있나? 오존 음악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작년에 이런 고민을 했다. 음악을 취미로 시작했는데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너무 진지하게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내가 원하는 곡을 만들지 못했을 때 죄어 오는 스트레스, 죄책감이 상당했다. 요즘은 캐주얼하게 생각한다. 음악은 누구든 만들 수 있다고. 카더가든 나도 예전에 음악 작업이 고되니까 여기에 하나둘 핑계를 댔다. 뭔가를 창작하느라 힘드니까 술을 많이 마셔도 되고 삶이 고꾸라져도 된다고. 근데 옛날처럼 소리를 하나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 컴퓨터로 작업하는 건데 이게 뭐라고 힘들걸까? 정말 미칠 정도로 어려운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 뒤로 마음을 가볍게 먹었더니 일도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카더가든과 오존의 공통점은 매력적인 음색이다. 많은 사람이 둘의 음악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은 목소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카더가든 오존의 음색은 나도 인정한다. 오존 <포커스>를 하면서 알게 됐다. 아,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해주는구나. 카더가든 난 목소리가 원래 이러지 않았다. 엷으면서 하이 톤에 가까워 금방 질릴 만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목소리가 갈리고 한 옥타브 낮아지면서 지금의 톤이 됐다. 그게 딱 경연 프로그램에 나갈 때였는데 발라드와 어울리고 다양한 연령대에 어필할 수 있었다. 곧 선보이게 될 앨범도 목소리에 중점을 뒀다. 남자 솔로의 특색이 잘 드러나도록 가창이 돋보이는 곡들로 구성했다. 오존 하면 약간 냉소적인 바이브와 기타를 메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나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예전에 올백 머리와 정장 차림으로 스탠드 마이크를 세워놓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 이미지를 확고히 하려고 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하게 될 이야기는 무엇인가? 카더가든 전반적으로 사랑 이야기다. 경험에 기반한 곡도 있고 이별의 순간을 지어 쓴 곡도 있다. 장기하 형이 써준 가사는 한 여자를 향한 외로운 심정을 그렸다. 오존과 함께 부른 곡은 우리는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이성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래를 부를 때도 있나? 카더가든 그럼. 필살기다. 내게 무심한 사람도 관심 정도는 갖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알 법한 노래를 선곡해야 유리하다. 콜드 플레이의 노래라든가.

그런 치트키 말고 지금까지 한 가장 로맨틱한 행동은 뭔가? 카더가든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오존 진짜? 징그러워. 난 손 편지. 짧게라도 뭔가를 써주는 게 좋다.

어느새 밖은 눈이 미친 듯이 휘날리는 새하얀 밤이 됐다. 맛집을 위해서라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남자라는 <오래된 정원>의 초심으로 돌아가 요런 날 당기는 게 있을까? 카더가든 듣자 마자 ‘야, 오늘은 기계 우동이다!’라고 생각했다. 오존 아늑하고 따뜻한 데면 족하다. 술을 마시는 곳이라면 더 바랄 게 없다. 카더가든 이런 분위기에서 한 잔 한다면 잔나비의 노래가 딱이다. 서울전자음악단의 ‘꿈에 들어와’도 좋고. 오존 이 형은 술자리에서 늘 노래에 취한다. 남들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카더가든 요사이 잔나비에 푹 빠졌다. 단골 바의 사장님이 맨날 얘기한다. “우리 재생 목록이 다 잔나비 노래야. 자네가 다 신청한 거라고”. 심지어 손님한테 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잔나비 노래 말고 내 노래 좀 들으라고.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한 뒤 다시 틀었다. 잔나비 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