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유노윤호의 진심이 소중한 이유

2021.01.27GQ

허세와 고뇌 따위도 유노윤호를 거치면 진실과 진심이 되는 이유.

지난 1월 1일, SMTOWN의 비욘드 라이브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유노윤호는 카메라를 보며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분명히 관객이 없는데 어딘가를 향해서 호응을 유도하시는 걸 보고!” 이 모습을 본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의 MC 재재가 놀리듯이 이야기하자, 유노윤호는 웃으며 답했다. “현장에는 없지만 우린 연결되어 있다는 걸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자 재재는 “정말 비욘드 라이브를 하셨네요”라며 그의 열정에 놀라움을 표했다.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너머의 사람들을 향해 유노윤호는 신호를 보냈다. 여기 우리가 있고, 그곳에 당신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행위였다. 이런 모습은 자칫하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아무도 그 모습을 보며 비웃지 않았다. 팬데믹 사태를 맞이해 직접 만나기 어려워진 팬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습이 화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모든 무대를 통틀어 SM엔터테인먼트가 지은 ‘비욘드 라이브’의 ‘비욘드’라는 개념을 가장 의미 있는 키워드로 만든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유노윤호였다.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보는 공연이잖아요. 저희한테는 수백만 번의 공연일지 모르겠지만 그 한 번을 보려고 먼 길에서 오셨을 거란 말이에요. 그 한 번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대로 하는 게 그분들을 위한 거고 저도 보람돼요.” ‘문명특급’에서 유노윤호는 자신이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이유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명특급’ 제작진들은 모두 다 탄성을 내뱉었고, 아마도 이 영상을 보고 있었을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데뷔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가수가 여전히 “처음 보는 공연”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은 같은 무대를 여러 차례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일부 가수들, 나아가 매일 같은 일상의 지루함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에게도 하나의 답을 제공한다. 왜 열심히 살아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커다란 위로 말이다.

“수백만 번의 공연일지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공연”인 사람들이 느낄 기쁨과 행복을 위해 나를 갈고닦을 필요가 있다고, 유노윤호는 자신의 삶을 본보기로 들어 말한다. 작정하고 자신이 모범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겠다고 꾸며내는 것이 아닌, 지난 십여 년간 그가 한결같이 보여줘 온 성실함이 지금 대중에게도 일말의 의심 없이 그의 진심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춤 실력으로 캐스팅이 되었지만 엄청난 연습량을 통해 노래 실력을 키웠고, 과거 메인 보컬과 리드 보컬이 소화하던 영역을 서브 보컬이자 랩을 담당하던 자신이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성장한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생생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이번에 발표한 앨범 [NOIR]의 한 곡 한 곡이 그가 생각하는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는 영화 같은 작품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욱 흥미로워진다. 잔뜩 멋을 부린 허세와 반쯤 듣고 흘릴 철학적 고뇌가 유노윤호의 것이라는 이유로 모두 진짜, 진실, 진심이라는 수식어를 단 콘텐츠로 바뀌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유노윤호’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걸 설득시킨다. 진심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에, 이런 연예인은 분명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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