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즐기는 차와 술 | 지큐 코리아 (GQ Korea)

잠들기 전에 즐기는 차와 술

2021-02-01T16:13:46+00:00 |culture|

잠들기 전 한잔. 어둠 속 목을 적시는 것들.

밀크 글라스, 프레드 앤 프렌즈. 라테 컵, 소서, 모두 스틸 라이프 × 정준영 at 챕터원.

라테와 커피우유
나는 밤에 작은 간식을 먹는다. 매일 밤샘 작업을 하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밤새 머리를 굴려야 하는 만큼 당분과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라면 무엇이든 좋지만 주로 달콤한 라테 계열을 마신다. 문제는 더 이상은 체력이 안 되어서 밤샘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지난 십여 년의 관성이 남아 당분과 카페인을 밤마다 섭취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후의 건강이 걱정되어 요새는 커피우유를 마시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 이 역시 미래가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레시피 집에서는 커피믹스(무조건 단맛으로!)를 적은 물에 개어 데운 우유에 넣은 ‘간이 라테’를 즐긴다. 카페인과 함께 즐기는 음악 요새는 1970년대 한국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들으며 일한다. 근래 가장 좋아해서 꼭 듣는 음악은 김소월 시에 곡을 붙인 정미조의 ‘개여울’과 낸시 시내트라와 리 헤이즐우드의 동명의 곡을 번안한 뚜아에무아의 ‘썸머 와인’이다. 황인찬 시인

캔들 홀더, 햅. 손잡이가 달린 유리잔은 임병진 대표의 것.

핫 버터드 럼
힘든 하루 끝에 나를 위해 한잔 줘야겠다 싶을 때 핫 버터드 럼을 마신다. 성의 있게 마시는 칵테일이다. 버터와 꿀을 1:1로 넣고 버터가 투명하게 녹을 때까지 살짝 데운다. 이걸 버터 믹스라고 한다. 버터 믹스를 소주잔 한 잔 반, 럼을 소주잔 한 잔 넣는다. 그다음부터는 마음대로다. 차를 더하거나, 우유를 더해도 좋다. 버터의 풍미를 즐기고 싶다면 물을 넣어도 된다. 나는 사과를 좋아해서 애플 사이더를 자주 넣는다. 무엇을 더하든 따뜻하게 데워 넣는 게 좋다. 한 모금에 포근해진다. 몸이 녹는다. 자주 마시고 싶다면 한 번에 버터 믹스를 많이 만들어둔다. 이것을 럼에 적당량 넣으면 금세 완성이니까. 버터 믹스는 냉장 보관만 잘하면 오래 간다. 럼 대신 집에 있는 위스키, 오래된 코냑, 무엇이든 괜찮다. 갈색의 술들, 브라운 스피릿이면 된다. 임병진 바 뽐 & 바 참 대표

와인 글래스, 이첸 도르프 at 더콘란샵.

레드 와인과 탄산수
의사로서 할 말은 아니나 이틀에 한 잔 정도, 잠들기 전에 레드 와인을 즐긴다. 쌓아두고 마시면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마실 것 같아서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가장 무난한 와인으로 하나 고른다. 와인 한 잔에 뭉근해지는 몸의 열기가 기분 좋다. 이틀에 한 잔이니까, 뭐. 탄산을 좋아해서 탄산수도 즐긴다. 탄산음료의 대표는 콜라지만 살찌는 것도, 치과 가는 것도 싫어서 플레인 탄산수로 대체한다. 조삼모사이려나. 마트에서 자주 집는 와인 옐로 테일 와인. 특히 쉬라즈가 있으면 쉬라즈를 마신다. 전문가가 아니라 세밀한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아로마가 가장 좋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마트에서는 쉬라즈가 자주 떨어져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사오기 일쑤다. 한 번쯤 쌓아두고 마시고 싶은 와인 샤토 칼롱 세귀르. 보틀 라벨 가운데 커다란 하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기념일에 아내와 마시고 싶다. 권순재 정신건강의학 & 뇌 건강의학 의사

차관, 숙우, 모두 아즈마야 at 티더블유엘. 인센스 홀더, 클리어 비. 호지 찻잎을 담은 그릇은 김희선 대표의 것.

밀크티와 생강차
편히 잠들고 싶은데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할 때 마시는 차들이 있다. 미드나잇 밀크티, 이 경우엔 아쌈 대신 호지를 우리기도 한다. 몸이 으슬하면 생강을 쪄서 말린 것 3~4조각을 끓는 물에 2분 정도 우려 그대로 마시고, 기운을 내고 싶을 땐 거기에 꿀을 조금 탄다. 따뜻한 차 자체의 위로만큼이나 좋아하는 건 차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부엌에 작게 불을 켜고 가스레인지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정해진 용량의 차와 재료를 준비하고, 잔을 데우고, 물이나 우유가 스르륵 끓어오르며 만드는 온기와 수증기를 느끼며 일정 시간을 말없이 기다리는 일. 사소해도 순리대로 따라야 하는 질서가 마음을 잠재워준다. 작고 뜨끈하고 향기로운 한 잔의 차는 보너스로 느껴질 만큼. 레시피 가능한 잎차로 마신다. 직업 특성상 좋은 차 도구가 많은데 그걸 사용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고, 맛도 월등히 좋아서다. 호지차를 따로 마실 때는 교토 류오엔의 토요 스페셜 호지를 가장 좋아한다. 밀크티를 만들거나 블렌딩하는 경우라면 ‘지금 가장 많이 남은 호지차’를 사용한다. 굳이 고르자면 줄기 부분만 모아 덖어서 은은한 단맛이 도는 카리가네 호지차를 추천한다. 김희선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티더블유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