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훈 "사랑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민경훈 "사랑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어요"

2021-02-23T15:02:56+00:00 |interview|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민경훈은 메아리처럼 언제나 변함없이 무대로 되돌아온다.

그레이 브이넥 니트, 팬츠, 모두 펜디. 도트 프린팅 셔츠, 산드로 옴므. 타비 플랫 슈즈, 메종 마르지엘라.

레드 셔츠, 그레이 진, 모두 리바이스. 부츠, 코스.

스트라이프 피케 셔츠, 포츠 브이. 데님 팬츠,리바이스. 브라운 로퍼,살바토레 페라가모.

오픈 칼라 셔츠, 산드로 옴므. 블랙 팬츠, 질 샌더. 스니커즈, 컨버스. 팔목에 감은 체인 네크리스, 포트레이트 리포트.

가죽 재킷, 에이징 CCC. 레드 셔츠, 그레이 팬츠, 모두 리바이스.

민경훈의 화보, 흔치 않은 일이죠. 카메라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어요? 기죽지 말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가뜩이나 이런 촬영은 익숙하지 않아 위축되면 더 안 되겠더라고요. 카메라와 은근한 기싸움을 벌였죠.

효과가 있었네요. 영상 인터뷰를 할 때도 막힘 없이 말을 쏟아내던데요. 별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고요? 하하하. 예능 출연의 영향도 있고 군대를 기점으로 성격이 약간은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말수가 별로 없고 낯을 많이 가렸어요. 활동할 때는 진짜 말을 한마디도 안 했어요. 다른 멤버가 나서겠지, 이런 생각이었죠. 생각해보면 책임감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젠 좀 바뀌었어요.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인사도 먼저 하고. 나름 철이 들었나 봐요.

성향보다 생각이 바뀐 거죠? 네. 사람은 확 바뀌지 않잖아요. 내성적인 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걸 티 내지 않으려고 해요. 가끔 예능에서 이게 진짜 나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고 나서 어떻게 내가 이걸 했지, 깜짝 놀라요.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에게 이단옆차기를 한 장면이 회자되죠. 또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하하. <아는 형님>에서 반말로 대화를 하는 콘셉트를 처음 도입했을 때 진짜 그렇게 해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호동이 형한테 이렇게 말했죠. “뭘 봐?” 형이 그걸 유쾌하게 받아줬어요. 그때부터 제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한 것 같아요.

활발히 예능 활동을 하는 지금, 제일 달라진 게 있을까요? 버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에요. 예능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그거였거든요. 버즈도 데뷔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공백도 길었고요. 엄밀히 말하면 어느 순간 우리가 더 이상 주류는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그 시작점은 <히든싱어 4>였죠. 2014년에 재결합을 한 뒤 8년 만에 정규 앨범을 내고 꾸준히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예전과는 반응이 다른 거예요. 공연 규모도 점점 축소됐어요. 소속사는 제가 <히든싱어>에 나가길 원했어요. 나가기만 하면 화제가 되니까. 하지만 과거의 히트곡을 예전과 똑같이 부를 자신이 없었고, 어쨌든 예능이니까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부담스러워 1년 넘게 출연 제안을 거절했어요.

어떤 결정적 계기가 생겨서 출연한 건가요? 하루는 공연 뒤풀이를 하는데 다들 표정이 침울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그래프로 치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어요. 마음이 착잡했죠. 그래서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부담을 좀 내려놓았나요? 성격상 그게 안 돼요. 그래서 백패킹을 취미로 시작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스스로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휴대 전화가 안 터질 정도로 외진 지역을 가기도 하는데, 그런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 좋아요. 밤새 눈이 내린 날은 아침에 일어나 발자국 하나 없는 깨끗한 눈을 밟으면 뭔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러고 보면 전국을 누비며 캠핑과 백패킹을 하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공개해왔어요. 처음에는 기록으로 남길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혼자 떠나서 혼자 찍고. 취미일 뿐 조회수에도 연연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봐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자 욕심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하하. 힘들게 찍었는데 조회수가 적으면 은근히 섭섭하고, 그러니까 괜히 혹할 만한 제목을 고민하게 돼요.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에 예능 활동이 음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것과는 별개라고 말하기도 했죠. 버즈의 음악적 색깔은 뭐라고 생각해요? 멤버들끼리 우리 음악은 회색 같다고 이야기해요. 몽환적이고 흐릿하면서 오묘한 분위기랄까. 누구 하나 엄청 밝거나 어두운 멤버도 없어요. 하지만 대중의 관점에서 보면 버즈의 색깔은 아주 명확해요. 그 부분을 저도 잘 알아요. 그래서 음악을 하는 내내 어려움을 느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하지만 실패도 맛봤고, 그렇다고 해서 예전의 음악으로 돌아가는 게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딜레마인 거죠.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음악을 한 적이 있을까요? 재결합해서 발표한 정규 4집 <Memorize>. 당시 우리가 추구했던 음악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죠. 저만 하더라도 기존 창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어요. 이전에는 노래를 멋있게 부르려고만 했어요. 노래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고 해외 밴드의 영상을 참고해 연습했거든요. 하지만 4집 앨범 때는 멋 부리지 않고 감정을 표출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비브라토를 일정하게 구사하지 않거나 일부러 힘을 좀 빼고 노래를 정확하지 않게 불렀어요.

그런 이유도 모른 채 민경훈의 창법이 달라졌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그랬죠. 그런데 기존에 하던 걸 그대로 하면 정작 우리가 재미를 못 느껴요. 그렇다고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리가 좋은 것만 고집할 수 없으니, 어렵긴 어려워요.

가시, 겁쟁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남자를 몰라, 모놀로그 등이 굉장히 크게 각인됐지만 오래전의 일이기도 해요. 그만한 히트곡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도 해봤어요? 그건 항상 숙제예요. 이전에 앨범이 잘됐을 때는 사람들이 듣기에 노래가 괜찮았나 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래가 잘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미니 앨범도 가사에 중점을 뒀어요. 저를 제외한 멤버들은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어요. 사랑 이야기만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어요. 가사도 좀 더 성숙해지고, 메시지를 던져야 해요.

이번 앨범에 쓴 가사는 좀 다른가요? 사랑 노래도 있고 앞만 보며 숨차게 달린 사람들을 위로하는 곡도 담았어요. 캠핑에서 영감을 받은 곡도 있어요. 작업을 하다 잘 풀리지 않을 때 작업실의 불을 끄고 다 같이 캠핑을 가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렇게 해서 ‘별들이 말해준 길 따라’ 같은 가사가 나왔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엇을 따라가고 있나요? 음,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보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고 싶은데요? 아마도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모습은 예전에 상상했던 그대로인가요? 사실 음악을 지금까지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냥 집에서 혼자 게임하고 영화 보고 음악 들으며 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땐 어리고 미숙했어요.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죠. 힘들면 나 못 해, 그런 욱하는 순간도 있었어요. 당연히 지금도 힘들 때는 힘들어요. 하지만 차분하게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해요.

힘들고 답답할 때 위로가 되는 버즈의 노래가 있을까요? 첫 번째 미니 앨범 <Be One>에 수록된 ‘동행’이라는 곡이 있어요. 멤버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가서 낚시를 하다 만들었는데, 그걸 듣고 있으면 아이처럼 신나게 놀았던 그날이 떠올라요. 가사도 그렇고, 위로를 많이 받아요.

버즈의 구체적인 목표는 뭔가요? 데뷔 무렵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콘서트 1천 회를 얘기한 적이 있어요.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인데 이게 얼마나 많은 횟수인지 몰랐죠. 그게 너무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조금씩 와 닿고 있어요.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잘 헤쳐 나가다 보면 언젠가 도달하지 않을까 싶어요.

활동하면서 굴곡이 적지 않았는데 언제 제일 좋았어요? 아, 어렵네요. 새삼 여러 장면이 떠오르는데…, 군대에서 제대할 때? 하하.

네? 그럼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뭐예요? 데뷔 전에 연습 삼아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 노래도 없을 때라 기존 노래들을 연주했죠. 학교명은 모르지만 여고생들 앞에서 첫 무대를 가졌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해요. 엄청 떨었어요.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말을 못 해서 다른 멤버가 멘트를 대신하기도 했어요. 두 곡쯤 불렀는데 무사히 공연을 마치자 환호성이 들렸어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거예요. 관객의 함성 소리를 그때 처음 들었어요.

오늘 찍은 사진을 보내줄 건데, 집에 자기 사진도 걸어두고 그래요? 부모님과 같이 사는데 부모님이 제 사진을 곳곳에 걸어두셨어요. 집에 손님이 오거나 하면 쑥스러우니까 치우자고 말하지만 손사래를 치며 그러세요. 이걸 누가 보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