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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디테일하게 뜯어본 샤이니 정규 7집

2021.02.23GQ

샤이니라는 책 한 권을 읽은 당신에게.

샤이니의 정규 7집 ‘Don’t Call Me’는 매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이 앨범에 실린 9개의 트랙은 각기 다른 장르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 펑키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타나 강렬한 드럼 사운드,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건반, 보이스 샘플의 활용까지 악기란 악기를 모두 활용하며 사운드 소스만으로도 최고로 배부른 음반을 완성해냈다. 예를 들어 타이틀곡 ‘Don’t Call Me’의 마지막 후크 부분에서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며 신경질을 내는 남자의 목소리 사이로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건반은 그의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하듯 날카롭고 히스테릭하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절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K팝의 행보에 가장 적합한 예시로 내놓을 수 있는 곡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것은 샤이니 멤버들의 목소리를 이 작품이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위에서 예로 든 ‘Don’t Call Me’는 한 곡 안에서도 마디마디 곡의 형태가 바뀔 정도로 복잡한 구성을 자랑하지만, 그 중심을 잡는 것은 멤버들의 목소리다. 도입부부터 후반부까지 중간중간 이어지는 키와 민호, 태민의 내레이션은 각각 다른 세 명의 남성이 ‘이별’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음을 드러내지만, 각자의 목소리 톤이 다르기 때문에 이별을 고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식으로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세 사람 사이에서 가장 멜로딕한 부분을 담당하면서 상대적으로 온순하다는 인상을 주던 온유는 ‘내게 전화하지 마’라는 말로 냉정하게 마무리를 짓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네 사람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장르가 무엇인지를 떠나 샤이니는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동안 대중이 이 팀에게 던졌던 하나의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막내인 태민을 제외하고 2년하고도 반이 넘는 동안 군대에 가느라 공백기를 가졌던 멤버들, 그것도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던 네 명의 청년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틀곡을 비롯해 ‘Heart Attack’, ‘CØDE’와 같은 곡에서 가장 큰 대조를 이루는 무드를 지닌 키와 온유의 목소리가 ‘빈칸 (kind)’에서 하나의 파트로 합쳐질 때 느껴지는 쾌감이라든가, ‘Kiss Kiss’, ‘Body Rhythm’에서 더 이상 ‘막내’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않는 나이대의 태민을 마주할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오랫동안 샤이니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이 팀의 멤버들이 충분히 짜임새 있게 파트를 연구하고 불렀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만든다. 간간이 중저음의 목소리로 ‘판단은 필요 없어 이럴 땐 / 타고 내려 내 몸에 넌 이렇게 / I got it I want it(’Body Rhythm’)’과 같이 섹슈얼한 자극점을 찾아내는 민호의 목소리는 어른이 된 소년들의 현재를 직시하게 만드는 새빨간 책갈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느 한 곳 빈 데 없이 능수능란한 퍼포먼스로 꽉꽉 채워 넣은 이 앨범에서 특히 귀에 들어오는 부분은 이전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로워진 코러스 라인이다. 네 명의 목소리가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낸 이 조화는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함께 단단히 새로운 책을 펴낼 각오를 한 사람들만이 이룰 수 있는 성취다. 얼마 전 태민이 지난 솔로 앨범을 통해 음악으로 영화 한 편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면, ‘Don’t Call Me’는 네 사람의 다양한 얼굴과 포즈가 담긴 삽화와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섬세하게 쓰인 글 한 줄 한 줄로 완성된 소설에 가까운 이유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줄은 다음과 같다. ‘늘 비워 둔 빈칸 / 답을 적을 Time(’빈칸‘).’ 자, 이제 빈칸에 기쁨과 슬픔을 모두 겪으며 어른의 목소리를 갖게 된 샤이니를 본 당신, 여기에 감상을 적을 일만 남았다. 이 풍요로운 소리의 문장들로 가득한 책의 마지막 장은 열린 결말이라, 빈칸을 마주한 당신을 통해 완성될 것이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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