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로제가 발을 딛고 선 곳 | 지큐 코리아 (GQ Korea)

블랙핑크 로제가 발을 딛고 선 곳

2021-03-15T13:08:54+00:00 |music|

블랙핑크의 멤버로서 지닌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창법의 변화로 새로 만든 캐릭터까지. 로제의 싱글 ‘R’은 단 두 곡만으로도 블랙핑크와 로제의 현재를 모두 설명한다.

“Everything is on the ground.” 이 한 줄은 걸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 데뷔곡인 ‘On The Ground’의 뮤직비디오 속 모습을 함축한다. ‘On The Ground’의 뮤직비디오에서 로제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신나게 터지는 폭죽을 뒤로 하고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듯이 달리고 또 달린다. 화면을 응시하는 그의 모습은 반항적이지만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때로는 쓸쓸하다. 늘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을 소중히 여기며 “모든 것은 내가 존재하는 여기에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왔지만 정작 중요한 가치는 내 안에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라고 설명한 로제의 ‘On The Ground’는 “You find out that your gold’s just plastic”이라는 가사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피지컬 앨범 선주문량 40만 장을 돌파했다. 블랙핑크의 ‘How You Like That’ 안무 영상은 8억뷰를 넘겼고, 매번 곡이 나올 때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높은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블랙핑크가 현재의 성과를 이루는 동안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온 로f제는 삶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말처럼, 앨범의 타이틀인 ‘R’이 로제의 새로운 이름이 된다. ‘On The Ground’와 ‘Gone’에서 로제는 블랙핑크의 곡에서와는 달리 좀 더 힘을 뺀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 기타 소리가 부각되는 ‘On The Ground’의 도입부에서는 오히려 악기 뒤에 숨은 듯한 부드러운 창법과 소리를 앞으로 끌어서 내는 창법을 번갈아 사용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는 창법으로 일관했던 블랙핑크의 곡에서와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Gone’에서는 ‘On The Ground’에 남아있던 블랙핑크의 인상조차 지우고 인스트루먼트의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린 보컬로 처음부터 끝까지 청자에게 말을 걸듯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블랙핑크의 곡에서는 들을 수 없던 새로운 로제의 목소리다.

영어로 된 가사, 지금 팝 시장에서 들을 수 있는 세련된 사운드의 조합, 여기에 로제가 블랙핑크의 멤버로서 지닌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창법과 가사의 메시지 변화까지. 그가 새로 만든 캐릭터와 “what goes up it must come down”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로제의 싱글 ‘R’은 단 두 곡만으로도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이자 자기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하는 그의 현재를 모두 설명한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등장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ROSES ARE DEAD, LOVE IS FAKE’라는 한 줄은 또다른 의미로 상징적이다. 블랙핑크의 ‘Lovesick Girls’와 ‘Kill This Love’에 담긴 사랑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가 로제의 콘텐츠에서도 그대로 강조되면서, 사랑의 의미를 보다 넓게 바라보게 된 로제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On The Ground’ 뮤직비디오에서 로제는 장미 꽃밭을 만나 우아하게 뛰놀다가 이내 활활 불에 타고 있는 자동차를 뒤로 한 현실로 돌아온다. 물론 이 모습조차 현실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블랙과 핑크가 공존한다는 특별한 이름을 자신의 솔로 앨범에서조차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사실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로제가 발로 딛고 선 이곳이 바로 로제와 블랙핑크를 위한 무대라는, 자신감에 찬 선언. 로제의 ‘R’이 그의 이름의 첫 글자이기도 하지만 ‘R’eal이라는 자신감 말이다. 그게 로제의 현재고, 실재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