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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간을 관통하는 지큐의 질문

2021.03.17GQ

인터뷰는 <지큐>의 쇠하지 않는 감각이다. 숙고를 거쳐 질문을 장전하고, 때로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그 질문을 마주했던 이들에게 되물었다. 두 개의 시간, 하나의 질문.

문소리 2013년 9월호

문소리의 자신감은 뭐예요? “정확하게는 모르죠. 그렇지만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배우는 욕망의 꽃인 직업이잖아요. 쉽게 많은 욕망을 실현할 수 있고요. 그게 굉장히 위험한 지점인 것 같아요. 자신을 잘 파악하기 어렵고 화려한 것에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일상에서는 욕망들을 좀 자제하고 싶어요. 좀 더 생산적인 고민을 하면서 살고 싶고. 그런 노력이 저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요.”
Now “자신감? 잘 모르겠는데…, 있다 없다 해요.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면 체력 단련. 그때 대답에 비해서 심플해지고 간결해졌네. 생각이 명확해졌다고 해야 되나. 그치만 모든 노력이 저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같아요.”

서강준 2019년 1월호

어떤 게 진실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한 것. 솔직하다는 건 단지 마음속 말을 다 내뱉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살면서 선의의 거짓말이나 가식, 의례적 예의도 필요하지만, 전 필요한 선까지만 지키고 다른 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솔직하게 해요. 제 마음이 원하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Now “예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요새 들어 부쩍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목적 없는 마주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렇게 마주하는 게 가장 진실되어 보여요. 타인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 또는 권력 등을 의식하고 마주한다면 그다지 진실된 관계가 아니겠죠. 저 역시도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어요.”

한예리 2014년 10월호

아름다움이란 말을 들으면 뭐가 떠올라요? “아름다움이란 말에선 향기가 나요. ‘예쁘다’와는 전혀 다른 말이죠. 서양란과 동양란의 차이랄까? 서양란은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고, 동양란은 작지만 자연스럽고 가늘고 강인한 느낌이에요. 동양란 꽃은 작아서 향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론 향이 강렬하고 그윽해요.”
Now “요즘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꾸준히, 성실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라요. 많은 연고의 시간을 가지고 담금질한, 저마다의 노력이 멋지고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어요.”

김영철 2010년 11월호

11년이 지나면서 당신은 어떻게 성숙했나? “욕심을 버리면 내가 산다는 거다. 예전엔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그게 왜 안 나와? 피디 진짜 감 없는 거 아니야?’ 그랬다면, 요즘은 ‘내가 좀 불안하게 못 살렸어’로 바뀌었다. 그 정도다. 완급 조절은 지금도 잘 못 한다. 라디오 나가서 내가 막 ‘오버’하면 (최)화정 누나가 그런다. ‘영철 씨, 옛날 어른들이 하는 말 알죠? 작작하라는 말요. 작작해라 영철아 두 번 했잖아, 누나가 두 번 웃어줬잖아. 그런데 세 번 해야겠니?’ 그게 영원한 숙제다.”
Now “제가 ‘오버’하는 쪽으로는 타고난 것 같아요. <지큐>에서 10년 전 나의 인터뷰를 다시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고 설레더라고요. 달라진 게 있다면 제가 라디오(SBS <김영철의 파워FM>) 이해도가 높아졌고 늘었고 잘해요. 방송 <아는 형님> 보다가 라디오 듣는 사람들이 놀란대요. 이렇게 잘하냐고. 신이 공평하게 두 개를 다 주진 않아요. TV(진행 능력)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안 는 것 같아요. 그때보다 더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10년 전 인터뷰 보면 내가 왜 편집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그랬는데 지금 보니 그때 저는 삐친 거였더라고요. 지금은 안 삐쳐요. 지나온 나를 예뻐해야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나무밖에 못 봤더라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서 숲을 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사이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잖아요. 라디오에서는 긍정적이고 ‘TMI’스러운 수다로 이른 아침을 깨워주는 모습, 가짜가 아닌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고, TV에서는 나를 놀리면 놀리는 대로 가면 되니까. 못 하는 것에 대해 못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게 그냥 ‘나’인 거죠. 진짜 못 하면 잘랐겠죠. 그런데 아픈 손가락처럼 나를 데리고 있는 <아는 형님> 제작진이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하하하하. 10년 전엔 내가 작작하는 게 영원한 숙제라고 했지만 이제는 숙제는 아닌 것 같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양희은 선생님이 저보고 늘 그러세요. ‘너는 웬만하면 맛이 안 갈 성대야. 너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 ‘미친년’ 같이 잘하고 있어.’”

차은우 2018년 12월호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게 뭘까요? “각자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 못 하는 것이 있잖아요. 그걸 잘 아는 거예요.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드러내지 않아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겠죠. 못 하는 데도 계속하는 건 답답하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스스로한테 엄청 냉정한 편이에요.”
Now “잘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아는 것은 저한테 여전히 중요해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그 과정에는 끝이 없다고 봐요. 노력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와 틀을 허물고 깨는 게 가능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다 안다고 쉽게 단정 지울 수 없는 거고요. 대신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욕심일 수 있지만 이런 생각도 뭐든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아요. 결국 자기 자신을 안다는 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고, 그 욕심에는 끝이 없어요.”

천우희 2014년 5월호

살면서 가장 용서하고 싶은 실수는 어떤 거예요?  “심오한데요? 젊었을 때 너무 소극적으로 살았어요.”
Now “실수라는 것은 조심하지 않아서 잘못하는 건데 조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딱히 아니니까 실수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히려 실수할까 봐 걱정하고 조심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이 아쉬워요. 그래도 내 자신을 용서하고픈 것이 있다면, 나를 몰아세우고 사랑해주지 못한 것. 상황과 타인을 배려하고 신경 쓰느라 나 자신은 정작 보듬어주지 못한 것. 그래서 나부터 우선시하지 못하고 삶을 소극적으로 대한 것에 아쉬움이 있었고, 물론 지금도 있지만, 결국은 이것도 나인 것이니까 받아들이고 있어요. 자유와 경험과 이해는 자연스레 얻어지고 배워질 거라 생각해요.”

이준 2015년 8월호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우로서 어떤 지향점이 있다면요? “나탈리 포트만요. 그 사람의 연기를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그런 범접할 수 없는,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특히 <블랙스완>.”
Now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찍으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껴요.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들을 보면서 연기적인 측면에서 많이 배워요.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그러려면 선배들이 그랬듯이 저도 묵묵히 제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겠죠.”

타이거 JK 2011년 3월호

두려운 게 생겼나? “두렵다기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때가 묻었다. 뭔가를 많이 알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용기가 줄었다. 용기와 자신감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 없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까 촬영할 때도 그렇다. 예전엔 자다가 막 일어나서 준비도 안 된 상태로 머리도 털고, 인상도 쓰면서 카메라 앞에 섰다. 요새는 아무래도 형식적인 포즈가 좀 생긴 것 같다. 내가 너무 한류스타처럼 말하나?”
Now “두려움에 대한 정의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앞날의 내 생각은 또 바뀌어 있을 테지만, 지금은 죽음도 두렵지 않다. 죽음이 별거 아닌 투사의 용기 같은 게 아니다. 세월의 아픔에 해탈한 도인의 마음은 더더욱 아니다. 객기도 철학도 없다. 그냥 죽음이 두렵지 않을 뿐. 사실 이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내 자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진정한 내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마치 배심원들의 심판을 기다리는 한 사람의 간절함, 타인의 따가운 시선만큼 더 무서운 건 내 자신이 나를 보는 시선인 것 같다. 그것이 두렵다. 난 언제쯤 내 자신에 대해 솔직해질 수 있을까? 할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요즘은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죽음도 두렵지 않은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는 나는 아직 내 자신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 진정한 내 모습을 보면 싫어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소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와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다.”

유세윤 2007년 5월호

솔직히 내가 재능 좀 있지, 남들보다 좀 잘하긴 하지 그런 생각하지 않나? “재능 있는진 모르겠고 ‘난 왜 이럴까’라고 자꾸 걱정하면 더 안 된다는 것은 안다. 난 내가 잘하는 부분만 본다. (강)유미는 나보고 나르시시즘이라고 그런다. 그러면 난 유미한테 이런다. ‘난 뭐가 되도 되지 않을까?’ 꿈은 코미디 배우인데 그냥 지금처럼 해보라는 것 다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럼 나중에 코미디 배우를 여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코미디 배우가 안 되면 절대 안 돼’ 그게 아니고 ‘코미디 배우를 언젠간 할 거야’ 그런 거다.”
Now “남들보다 잘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지만 요즘 유튜브나 SNS를 보면 자꾸만 나라는 존재가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세상에는 창의적이고 남다른 사람이 왜 이리 많지? 내 분야에서 난 더 이상 상위권이 아닌 것 같다. 아니, 상위권이었던 적이 있었나? 결국 휴대 전화에서 유튜브를 삭제했다. 인스타그램도 지웠다. 언제부턴가 나 자신을 낮추거나 감추고 있다. 하지만 내가 불행하다는 뜻은 아니다. 남들보다 잘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주목받지 않아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훈련 중이다. 방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다시 깔았다. 올릴 게 있어서. 섬네일을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더 많이 봐줄까?”

문세윤 2017년 7월호

요즘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 “음…,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자기 전에 아내랑 맥주 먹을 때? 아침엔 너무 정신없이 나올 때가 많고, 요즘은 회사원처럼 고정 스케줄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 <코미디 빅리그> 끝나고 긴장이 쫙 풀렸을 때, 목마를 때까지 꾹꾹 참았다가 동료들이랑 나가서 맥주 한잔 먹을 때도 행복해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훨씬 더 행복한 기분?”
Now “지금도 일상 가까이서 행복을 얻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서 가족과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특히 행복하죠. 소소한 변화라면 최근 자전거를 샀는데, 아직 한 번도 못 탔어요. 어휴, 요즘 엄청 춥잖아요. 날이 풀리고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하면 이것도 행복해요. 뭐, 크게 바뀐 게 없네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죠.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에릭남 2016년 12월호

사람들에게 에릭남은 어떤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좀 특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저에게 ‘팬이에요’ 하는 건 뭐, 잘생겼어요, 이성적으로 좋아요, 이런 게 아니라 ‘I respect him that’s why I’m his fan’ 이런 느낌이에요. 형처럼 공부하고 싶고, 형 보고 봉사활동 다녀왔어요, 이런 말도 하고요. 저한텐 의미가 커요.”
Now “솔직히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방송 활동을 잠시 쉬고 있는 데다 쏟아지는 콘텐츠의 양이 워낙 많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가늠이 되질 않아요. 음악과 방송 활동 외적으로 저의 행보를 지켜본 분들이라면 제가 꾸준히 새로운 걸 계획하고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가끔 지치고 힘들고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삶이 너무 편안해지면 마음이 불편해지더라고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부분들이 잘 완성되면 자랑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때도 에릭남은 멋진 사람이라고 봐줬으면 좋겠어요.”

나얼 2014년 4월호

음악에서 보컬의 지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독특한 영역이죠. 음악은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면서 저절로 생겨났다고 봐요. 왜냐면 질서니까.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고, 우주가 생기면서 나온…. 소리의 형태가 일정한 진동에 의해 들리는 게 음악이거든요. 진동이 일정하지 않으면 똑같은 소리라도 소음이 돼요. 그런데 거기에 사람의 목소리가 덧입혀져요. 굉장히 독특한 거죠. 왜냐하면 사람한테는 지각능력이 있잖아요. 음악이란 질서에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건 굉장한 특권이죠.”
Now “보컬이 없어도 음악이고 보컬만 있어도 음악이에요. 이 부분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요. 음악이라는 건 참 놀라운 질서인데 모든 창조물 중 오직 사람만 할 수 있어요.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성경은 사람을 가리켜 ‘살아 있는 혼’(Living Soul)이라고 기록하고 있어요. 하나님은 온 세상을 자신의 ‘말씀’으로 창조하셨는데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동시에 하나님의 ‘숨’이 나와요. 모든 창조물에는 그분의 숨이 들어 있고 특별히 사람의 콧구멍에는 생명의 숨이 들어 있어요. 사람은 말을 먹고 사는 존재예요. 말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요. 세상을 파괴하기도 하고 회복시키기도 해요. 말 때문에 사람이 죽고 말 때문에 사람이 살아요. 사람이 말을 할 때나 노래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로 ‘숨’이 나와요. 악기에는 말과 숨이 없지만 보컬에는 말과 숨이 있어요.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요. 오히려 음악도 세상과 함께 타락해요. 그러나 적어도 아름다운 화성과 선율에 담긴 선하고 고운 말과 숨이 참빛(True Light)에 반응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진리의 길로 인도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더스틴 니퍼트 2016년 6월호

니퍼트에게 마운드란 어떤 곳인가? “내 모든 것. 동료들, 형제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곳.”
Now “마운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사진 앨범이 펼쳐지듯 수많은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안에는 좋은 기억만 있는 게 아니라 그렇지 못한 기억도 담겨 있는데, 모두 소중하다. 이 모든 것이 쌓이고 뭉쳐 나라는 선수가 완성될 수 있었으니.”

김연수 2007년 11월호

그런 당신이라면 소설이 읽히지 않는 이 시대에 대한 고민도 있겠네요. “나는 소설을 매우 사랑해요. 아주 위대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소설이 가진 많은 장점들을 포기하면서까지 읽힐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이 장점을 가지고 읽히는 방법이 뭔가, 그것은 2004년에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싶다와 똑같은 과제예요. 지금으로선 해결할 수 없는, 근데 그걸 해보고 싶은 욕망이 이제 생겨요. 아무튼 해볼 때까지 해볼게요.”
Now “소설은 늘 읽히거나 읽히지 않거나 합니다. 제게는 그 두 가지가 같아요. 왜냐하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읽히거나 읽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하거든요. ‘많이 읽히면 좋겠지’도 아닙니다. ‘아무도 읽지 못하는 소설을 쓸 거야’도 아니고요. 그런 질문은 언제나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럼 중요한 것은 뭘까요? 사람들의 인생과 함께 나아가느냐입니다. 서른 살, 마흔 살이 지나면 사람들은 수많은 책을 버립니다. 대부분의 책이 그런 운명입니다. 제 고민은 거기에 있습니다.”

주희정 2015년 2월호

긴 경력을 마치고 주희정이란 선수가 어떻게 기억됐으면 해요? “놀라운 선수?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선수. 아, 저 선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걸 추구하던 선수였구나. 트리플 더블이든 뭐든요.”
Now “지도자 경험을 쌓고 있는데 선수 시절 마인드와 똑같아요. 기존 틀과 방식에서 벗어나 농구계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싶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도하고 과감한 도전을 하는 거죠. 그래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선수와 지도자, 둘 다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농구만큼은 욕심이 좀 많아요.”

황인찬 2015년 11월호

시는 아름다운 무엇이지요. 황인찬의 시도 아름다운 무엇이고요. 그런데 황인찬은 뭔가를 아름답게 꾸미려는 태도가 없죠. “저는 애초에 문학을 좋아했던 이유가, 아니 좋아할 때까지는 그런 감성에 와 닿는 걸 좋아했는데, 제가 문학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배수아 때문이에요. 배수아가 너무 이상해서. 이게 뭐야 싶어서. 이렇게 이상한 게 문학이면 나도 문학 할래. 그게 제가 문창과에 들어가는 불행이 시작된 이유거든요.(웃음) 시작이 그렇다 보니, 그런 욕심은 덜한 것 같아요. 못 참는 것도 있죠. 아, 그냥 이 말은 넣자, 그게 있긴 있어요. 그러면서 느끼는 거죠. 내가 이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구나. 그니까 내 기분, 내 생각, 내 감정이 착각이잖아요. 일시적인 거고. 누구를 죽이고 싶고, 누가 진짜 너무 좋아도,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나 싶잖아요. 그런 걸 뺀, 제 생각에 올바른 형태를 찾아가는 시가 좀 더 오래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하자면 저한테 그게 더 맞는 일인 거죠. 그래서 휙휙 넘겨버릴 수 있어요. 제가 강의할 때 꼭 하는 말 중 하나가, 나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머릿속이 다 똥이니까 똥인 거를 인정해라,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건 다 거기서 거기다, 당신의 감정도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너무 인간이라서 감정을 다 빼고 생각을 다 빼도 당신이 거기 이미 들어 있다. 너무 심하게 들어 있어서 빼고 빼고 빼도 티 나게 남아 있으니까 그냥 다 빼라. 근데 진짜로 그래요. 빼고 빼고 빼도 그 인간이 드러나잖아요. 심지어는 그 뺀다는 행위 속에서 인간이 드러나기도 하고요. 그니까 빼도 돼요. 안 중요해요.”
Now “아름다움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저에게 아름다움은 수단입니다. 아름다움을 다루는 시 역시 수단이고요. 그런 점에서는 예전과 같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달라진 점이라면 역시 ‘그 수단이 어디에 활용되는가’라고 생각되는데요. 문학도 아름다움도 모두 삶에 속한 것이고, 삶이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고, 그러니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시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요새는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박상연 2011년 12월호

극본을 잘 쓴다는 건 어떤 기준으로 나뉠까?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진짜 있는 것보다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극본도 마찬가지다. 진짜 잘 쓰는 것보단 잘 쓴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 나보다 잘 쓰는 작가는 많지만 잘 쓴 것처럼 보이는 작가는 많지 않다.”
Now “난 10년 전, 진짜 잘 쓰는 것보다 잘 쓴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지금은 정말 심하게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잘 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잘 쓴 게 아니라든지, 잘 쓴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이게 진정 잘 쓴 작품이라든지, 이렇게 작품의 이면 혹은 내면의 진정성을 따로 살피기엔 이제 작품이 너무 많아졌다. 2011년에서 2021년 사이, 미디어의 숫자는 너무 늘어났고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졌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이다. 보이는 것만 제대로 보기에도 우리의 일상이 이토록 각박한데, 어떻게 ‘잘 쓴 것처럼 보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 깊게 보려 하는 자를 위한 무대는 점점 작아지고 더 많이 보려는 자를 위한 영토는 광활하게 펼쳐진다. 이제 ‘잘 씀’이 보이지 않는 작가, 시선을 끌지 못하는 작가는 점점 잊혀지리라. 슬프게도 그 작가는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정수빈 2015년 12월호

야구 선수로서 꼭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어요? “마흔 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어요. 저는 외국 갈 생각 없고요. 하하. 한국에서 유명한 선수로 남고 싶어요.”
Now “프로에서 여섯 번의 우승을 맛봤는데 네 번 더 우승해 열 손가락을 꽉 채우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는 1백 개 이상의 3루타. 통산 3루타 역대 1위 선수로 이름을 남기면서 두산 베어스에서 은퇴식을 하고 싶어요.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곳에서 유니폼을 벗는 거죠. 이왕이면 은퇴식은 성대하고 화려하게.”

임동민 2007년 12월호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나? “그저 현재에 충실할 뿐이다. 어렸을 땐 참 꿈이 많았지만 피아노만 치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피아노가 어렵게 느껴진다.”
Now “현재에 충실할 뿐이라고, 피아노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변함없이 현재에 집중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김애란 2011년 8월호

당신이 선배인 날도 오겠죠? “그렇겠죠? 옛날에 이문재 선생님이 쓰신 산문집에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선생님도 어느 정도 연세가 있을 땐데,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들었다고. ‘선배들은 그 많은 술값이 다 어디서 났을까?’ 작품이나 뭐 다른 걸로 선배인 것보단 나중에 후배들 술 사줄 여유는 있는 선배이고 싶어요. 물론 선배나 후배보다는, 나이 차가 좀 있더라도 친구가 제일 좋긴 해요. 작품으로 만나서 그런지, 동료 의식이 더 강하거든요.”
Now “이전 대답을 살펴보니 저 말의 옳음이 아니라 저 말에 담긴 저의 욕망이 보이네요. ‘좋은 말이네, 그렇지만 관습적인 말이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동시에 ‘그렇지만 그때는 충분히 그렇게 말했을 수 있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건 아마 저 말 속에 저의 진심과 허영이 조금씩 다 섞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저 당시 저의 저런 태도를 가능하게 해주었던 소중한 인연들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10년 전 저를 ‘순진하다’ 나무라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좋은 선배’란 때로 후배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사람이 아닌(상대가 그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잘 하는 사람, 그 자리에 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몫을 해내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물론 그때도 틀렸을 수 있고, 지금도 틀릴 수 있겠지만요. 그렇게 제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지만 또 세상에는 그렇게 전적으로 맞거나 전적으로 틀린 일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저를 겸손하게 만들어줍니다.”

이형택 2007년 12월호

지금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족이죠. 테니스도 좋지만, 가족과 테니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가족이에요. 전 어렵게 자랐어요. 식구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살게 해주고 싶어요. 여유를 주고 싶고. 그러려면 성적도 더 잘 내야겠죠.”
Now “가족이죠. 늘 가족이 첫 번째, 테니스는 두 번째예요. 테니스를 통해 세상에 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성적이 잘 나왔어요. 만약 가족이 없었다면 테니스의 이형택도, 지금의 이형택도 존재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가족이 4명이었는데 지금은 5명이 됐어요. 막내딸이 운동에 소질이 있어요. 잘해요. 누굴 닮았는지. 하하하.”

유아인 2017년 12월호

지금 유아인에게 제일 무서운 건 뭐예요? “감정이죠. 정말 그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념, 판단, 정답, 그 모두가 밖에 있는 것들 같고 내 안엔 감정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유스>에서 그러잖아요. ‘감정이 우리가 가진 전부야.’ 우리는 사회관계망 안에서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냥 껍데기를 누가 더 잘 드러내느냐의 전투만 하고 있고, 정작 내 감정이 뭘 반영하는지 살피는 덴 두려움이 커요. 제가 흔히 받은 공격 코드들 있잖아요. 중2병, 오글거림, 허세. 근데 쿨, 쿨, 쿨, 시크, 시크 이런 트렌디한 걸로 정작 정서가 피폐해져가는 건요? 전 감정이 전부라는 걸 말하면서 인간성을 환기시키는 거예요. 우리가 어떤 감정과 기분을 가져야 하는지조차도 통제되는 건 아닌지.”
Now “삶을 방치하는 것, 천박해지는 것, 사랑을 포기하는 것, 의심하는 것, 적대심을 갖는 것, 무서운 것을 제대로 들여다보거나 겪어보지 않고 피하기만 하는 게으르고 어리석고 나약한 나의 본성.”

    피처 에디터
    김영재,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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