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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내고 싶은 드라마 [괴물]의 세 가지 포인트

2021.03.20박희아

괴물처럼 등장한 이 드라마를 당신이 봐야하는 이유. 메시지, 연기력, 연출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

인스타그램 @hoduent, @janus_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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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시지: 인간은 인간을 구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을 구한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뮤지컬화한 뮤지컬 <검은 사제들>을 관통하는 한 마디다. 드라마 <괴물>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에 얽히고설킨 의심의 굴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을 필두로 모든 인물들에게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을 입힘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연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쩌면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 등장하는 마귀는 실체가 없기에 “인간이 인간을 구한다”는 말이 가능했지만, 드라마 <괴물>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실체를 갖고 있는 형상들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구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갇힌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의심을 거두고 진실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리라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던진다.

2 연기력: 누가 누구를 이기는가?
<괴물>에서는 유독 인물들이 서 있거나 앉아있는 장면에서 그들의 서열이 결정되는 듯한 모습이 부각된다. 한주원(여진구)이 자신이 추리한 내용과 불법으로 알아낸 몇 가지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이동식(신하균)을 협박하듯이 행동할 때, 한주원은 서 있고 이동식은 앉아있다. 인물들 간의 서열을 나타내는 평범한 지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관계의 핵심은 이동식이 한주원의 추측을 우스운 이야기라고 반박하며 소름 돋게 웃으며 서서히 한주원의 위로 군림하듯이 몸을 세우는 순간 드러난다. 햇병아리지만 속에 열등감과 불안을 가득 품고 있는 경위 한주원과 어릴 때부터 살인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경찰이 된 후로 끊임없이 자신이 서 있는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된 두 사람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들이 계속된다. 신하균과 여진구를 비롯해서 여러 배우들이 이런 식의 섬세하고 기묘한 서열 싸움을 해대는 장면은 단 하나도 놓치기 아쉬울 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3 연출: 육신은 무엇에 비견될 수 있는가?
이 작품에는 유독 고기를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특히 드라마의 초반에는 살인 장면이나 살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과 날고기를 써는 장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인물들이 고깃덩이를 썰거나 썰어진 고기를 굽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지역의 이름을 딴 정육점이 경찰들의 회식장소이면서, 그들이 회식을 하며 고기를 먹는 동안에도 작은 마을의 사각지대에서는 인간의 몸을 마치 고깃덩이처럼 대하는 살인이 계속되고 있다. 이 장면을 보다 섬뜩하게 교차해 보여주면서 어두침침한 가운데에서도 날고기의 붉은 색감과 동물의 뼈와 근육이 잘리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끼워넣는 치밀하고 섬세한 연출은 살인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상당한 몰입을 유도한다. 또한 사람을 죽인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의 얼굴 위로 제목인 ‘괴물’이라는 두 글자를 띄우거나, 순간적으로 광기에 어린 눈빛을 보여주는 몇몇 인물들의 모습을 ‘웃다’, ‘울다’ 같은 단순한 부제로 요약하며 시청자에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보다 강렬하게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방식은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호두 엔터테인먼트, 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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