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이제훈 "아직 저는 뜨거운 여름 같아요"

2021.03.24GQ

의지의 방향을 따라 달려온 이제훈이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볼드해진 세로형 그릴을 적용해 강한 존재감과 독보적인 인상을 이룬 THE new 4. 화이트 레더 재킷, 네이비 슬랙스, 모두 휴고 보스.

블랙 재킷, 산드로. 화이트 톱, 톰 포드. 블랙 레더 팬츠, 매스노운. 블랙 체인 부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BMW 역사적인 모델에서 영감을 받은 수직적 키드니 그릴로 센슈얼한 디자인을 완성한 THE new 4. 화이트 레더 재킷, 네이비 카무플라주 패턴 톱, 네이비 슬랙스, 모두 휴고 보스.

오늘 촬영은 자동차와 호흡을 맞췄네요. 꼭 만나보고 싶은 파트너였어요. 이번에 새롭게 확 바뀐 THE new 4를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직접 보니 어떻던가요? 멋지죠. 사진으로 처음 접했을 땐 세로로 길어진 그릴이 낯설기도 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까 마음에 들 정도로 괜찮던데요? 그릴 위 번호판 위치도 안정적이고. 역시 아름다운 건 직접 봐야 해요.

촬영하는 동안 차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자동차에 관심이 많죠? 좋아해요. 운전하는 것도, 지나가는 차 구경하는 것도. 그런데 더 정확히는 차 안에서 혼자 시간 갖는 걸 좋아해요. 거기에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이런저런 생각하는 게 좋더라고요. 시간도 잘 가고.

요즘 또 자동차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요. 맞아요. 드라마 <모범택시>를 촬영 중인데, ‘김도기’라는 운전기사 역할을 맡았어요. 운전을 통해서 캐릭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아 정말 차는 원 없이 타고 있어요.

작품 속에서 김도기라는 캐릭터는 해결사로 나오죠? 낮에는 모범택시 운전기사, 밤에는 약자의 편에 선 해결사로 활동해요. 평범한 운전 기사(driver)와 평범하지 않은 기사(knight), 두 캐릭터가 공존하죠.

새롭네요. 단순히 빌런들을 사냥하는 뻔한 해결사 같진 않아요. 김도기는 법이 해결해 주지 못한 억울한 피해자들 편에 서서 일을 해요.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대신 해결해주죠. 이런 부분들이 캐릭터를 응원하고 지지하게 되는 지점이라면, 반대로 고민되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해결사의 집행 방법 같은 걸까요? 비슷해요.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 커요. 악을 구분하고 벌하는 해결사지만, 과연 그런 그의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도 분명 고민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은 어떻게 결론 났어요? 아직은 말할 수 없어요.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그렇듯 판단은 시청자가. 하하하.

브라운 재킷, 셔츠, 모두 산드로.

BMW 모델 중 가장 짧은 오버행으로 스포티한 감성을 배가시킨 THE new 4. 카키 풀오버 톱, 카키 슬랙스, 블랙 로퍼,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

<모범택시> 소식을 듣고, 이번에도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구나 싶었어요. 이전과 겹치지 않는 캐릭터라서 좋았고요. 변신이나 도전에 기꺼이 뛰어드는 편이에요. 익숙한 이미지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과정에서 연기의 재미를 찾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변화를 시도했을 때 어떤 코멘트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받게 될 코멘트들이 두렵진 않아요. 내게 잘 어울리고, 익숙한 연기들을 계속하면 안정적일 순 있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거든요. 전부 신선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연기를 하는 저도, 제 연기를 보는 분들도 재밌죠!

재미가 이 되면 힘들어진다고들 하잖아요. 연기를 여전히 재밌게 즐기고 있어요? 음, 생각해보면 또 그렇진 않아요. 연기의 재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의 영역이에요. 그건 저만 느끼는 거니까. 하지만 현장에서는 연기를 ‘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절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거든요.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서 현장에서는 나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게 돼요.

책임감이죠. 아니, 여유일까요? 둘 다 같아요. 처음 연기할 땐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내가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죠. 그렇다고 지금은 연기가 쉬워졌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일을 할수록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신의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이건 책임감 같아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네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제게 의지하고 있다는 걸 깊이 느낀 적이 있어요. 그다음부터 생각이나 태도가 조금씩 바뀌게 됐어요. 내가 더 힘내야지, 더 잘 이끌어 가야지. 이제는 이런 부분들이 제게 연기하는 자세, 배우의 자세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됐어요. 물론 절대 수고스럽진 않아요.

화이트 재킷, 카고 팬츠, 모두 휴고 보스.

운전자 중심으로 기울어진 쾌적한 센터 패널 디자인을 갖춘 THE new 4. 블랙 레더 재킷, 앤드로스.

화이트 프린트 톱, 블랙 팬츠, 모두 오프화이트.

오픈 칼라 셔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at 무이. 네크리스, 크롬 하츠.

어느덧 14년 차 배우예요. 벌써 그렇게 됐어요?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오싹해요. 하하하.

세월은 오싹하지만, 그래도 지나온 시간은 많은 것을 선물해줬죠? 그럼요. 조금 전 이야기랑 비슷해요. 연기 경험이 하나둘 켜켜이 쌓이다 보니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정말 큰 선물이에요. 예전에는 변화 앞에 신경이 곤두서고, 날카로워지고 그러다 결국 연기까지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상황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분명 생겼어요.

그렇게 지나온 스스로를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 헛되지 않았구나. 잘 가고 있구나. 잘 즈려밟으며 가고 있구나.

영화 <파수꾼>이 2011년 3월 3일에 개봉했어요. 지금 꼭 10년이 됐어요. 벌써요? 이것 봐. 이럴 때 오싹하다니까요.

지금 <파수꾼>을 다시 보면 어떨 것 같아요? 저에게는 특별한 작품이에요. 다시 보게 된다면…. 그러게요. 가장 먼저는 그때 촬영 현장이 생생하게 기억날 것 같고, 작품을 보는 중에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했는지 느끼고 되새기며 보게 될 것 같아요. 좋은 기억이 많은 작품이에요. 그때와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가짐이었어요? <파수꾼>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제게 깊이 뿌리내린 작품이에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정성껏 다듬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물론 때로는 즐기기도 했고요.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도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과 열정이 지속되고 커지기를 바라고요.

연기 욕심이 순수해요. 계속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열정이 식지 않도록 계속 꿈꿔야 하고, 도전해야 하고 그렇죠. 작품들을 돌이켜봤을 때 아쉬운 부분들이 분명 있어요. 마음이야 내가 출연한 모든 작품, 모든 연기가 자랑스러우면 좋겠지만 쉽지 않잖아요. 계속하는 수밖에요.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때때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가혹하게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이 고생스러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자문해요. 그럴 때마다 ‘영화’는 좋은 처방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고,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원동력은 ‘영화’라는 매체에 있어요. 스크린 속 배우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제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자극제이자 영양분이죠.

배우에게 할 질문인가 싶지만, 영화를 얼마큼 좋아해요? 제 집이 굉장히 단순해요. 집 구조가 영화와 잠 이렇게 딱 두 공간으로 구분돼 있어요. 거실에서 영화를 보고, 방에서는 잠을 자죠. 그런데 최근에 빔 프로젝터를 샀어요. 방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요즘에는 잠들 때까지 영화를 봐요. 영화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하죠. 아, 왜 진작에 사지 않았지?

작년 인터뷰에서 내 나이에 맞는 사랑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기억나요. 아직도 가지고 있는 바람이에요.

그럼 30대의 사랑은 20대와 어떤 부분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20대 때는 서로 좋아하는 걸 공유하면서 감사하고 감동하며 사랑했다면 지금은 거기에 미래가 더해지는 것 같아요. 미래에 관한 생각들을 서로 나누면서 더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이런 게 신중해진다는 걸까요? 한편으로는 재미 없으려나 싶기도 하고요. 아, 생각보다 어렵네요? 하하하.

우선 지금은 빔 프로젝터와 사랑에 빠져 있는 걸로. 그러니까요. 진심 후회가 될 정도예요. 그동안 왜 안 샀는지 몰라요.

다시 봄이에요. 제훈 씨의 연기 인생을 계절로 치환해보면 어떤 계절 같아요? 이것도 어렵네요? 왜 사계절밖에 없는 거죠? 음, 아직 저는 뜨거운 여름 같아요. 아지랑이 피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계속 걷고 뛰고 있는 것 같아요. 땀도 많이 나고, 찌들고, 고통스러운데 계속 가는 거죠. 쨍쨍한 태양을 에너지 삼아서. 아마도 제 열정이 태양처럼 영원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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