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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범잡>과 <꼬꼬무2>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2021.04.06GQ

실화 사건을 풀이해주는 이야기꾼들이 TV에서 자주 보인다. 납량특집 영화만이 오싹한 기분이 들게하는 건 아니다.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최고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범죄심리학자, 판사 출신 법무심의관, 물리학 박사, 영화 감독, 그리고 가수. 공통점 하나 없어 보이는 그들이 함께 얘기하는 건 다름 아닌 범죄 얘기다.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서 지난 4일 tvN의 새 예능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이하 ‘알쓸범잡’)>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알쓸범잡>은 전문가들이 범죄 사건에 대해 얘기한다는 점, 이미 큰 인기를 얻은 기존 프로그램 <알쓸신잡>의 연장선 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끌어 모았다. 방송 시작 이틀 전 출연자들이 진행한 ‘알아두면 쓸데있는 라이브’ 방송에서 3,000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고, 영화부터 과학 주제까지 폭넓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알쓸범잡>이 사건을 이야기 형식으로 다루는 첫 프로그램은 아니다. 최근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이하 ‘꼬꼬무2’)>는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지난 시즌 1부터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그러나 <꼬꼬무2>는 <알쓸범잡>과 달리 전문가가 아닌 ‘이야기꾼’ 연예인 세 명이 수다를 떠는 듯한 분위기에서 역사적, 사회적 사건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다른 재미를 준다. 식사 혹은 술자리에서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듯 진행되는 프로그램 형식은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이야기친구’로 불리는 게스트와 같은 관점에서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꼬꼬무2>만의 매력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미제 사건, 범죄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잊혀져가는 사건을 되짚어보고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일종의 ‘옐로우 저널리즘’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 선을 오가며 스스로 중심을 잡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다양한 미스터리, 범죄, 정치, 미제 사건을 폭넓게 다루며 20년 가까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제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히 훨씬 더 화려한 ‘예능’의 옷을 입고 시청자들 앞에 등장하고 있다. 예능적 재미는 물론이고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까지 할 수 있을지, 두 프로그램의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에디터
    글 / 박선희(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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