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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라서 특별한 커스터마이즈 물건

2021.04.06GQ

이 세상에 단 하나, 오직 나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즈 물건과 이야기.

2015년 라이프 앤 타임의 정규 1집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물론 moollon사의 1960년대 사양 텔레 캐스터. 우리가 하는 음악을 기타 보디에 표현해보고 싶어 2018년 정규 2집 활동을 앞두고 좋아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김영빈에게 드로잉을 의뢰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유롭고 거친 느낌으로 꽉 채워지길 바랐다. 새로워진 기타를 받았을 때 심장이 요동치던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이후 이 기타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항상 함께했다. ‘정점’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히말라야에 갔을 때나 중요한 공연에도 빠짐없이 내 옆에 있었다. 하나뿐인 우리 집 강아지 루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처럼 다른 기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애착이 생겼다. 진실 프로듀서 & 기타리스트

카디건은 사이먼 도미닉 형이 집에 묵혀두었던 루이 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블랭킷을 해체한 후 새로운 패턴을 제작해 만들었다. 당시 협업 의류 컬렉션과 겹치지 않으면서 스트리트적인 분위기는 덜어내고 싶어 고민을 꽤나 했던 기억이 난다. 윤경덕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고 의상실을 운영하셨던 어머니께서 마무리 작업을 해주셨다. 그래서 목 부분 라벨이 3개다. 루이 비통, 다크룸, 어머니 의상실 라벨. 에르메스 버킨 백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한 커스텀 백은 슈프림의 스컬 파일 프린트로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어서 슈프림의 데님 토트백을 해체한 후 버킨 백과 동일한 패턴으로 제작했다. 커스텀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이번엔 얼마나 뜬금없을까?’를 염두에 둔다. 누구나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뻔한 건 재미없으니까. 정영목 ‘다크룸스튜디오’ 디렉터

내 별명이자 수집하는 캐릭터 쿠마 Kuma를 닮은 곰돌이 모양 커스텀 목걸이는 주얼리 아티스트 퀜테즈가 만들었다. 2019년 5월에 의뢰해 2개월 정도 기다린 끝에 가장 더운 여름날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론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연주할 때도 대부분 이 목걸이와 함께한다. 멀리서 보면 예수를 형상화한 지저스 피스 같기도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곰의 형태가 드러나는 오묘한 매력. 직접 디자인해 애정이 가고 나를 닮아서 그런지 내 분신처럼 느껴진다 . ‘누가 봐도 내 것인 것’. 커스터마이즈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목걸이의 가격을 매기기는 아직 이르다. 내가 지금보다 유명해지면 훨씬 더 비싸질 테니까 그때로 미루겠다. 한승민 재즈 색소포니스트

정말 내 멋대로 만들어본 나이키 샥스 R4 커스텀 스니커즈. 단순히 컬러를 바꾸거나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보단 아이덴티티가 드러나는 재료로 디테일을 만드는 방식이 좋다. 보통 기존 디자인을 아방가르드한 무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편이다. 작업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지만 디자인 아이디어를 찾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들인다. 재료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거나, 반대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에 맞는 재료를 찾아내는 식. 스니커즈 텅 중심부에 비즈 키링을 달고 끈이 지나가는 통로에 지퍼를 달았다. 커스텀할 때는 무엇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 이 스니커즈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고 만든 후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 경매에 내놓으면 얼마에 팔릴까? 최행원 ‘조거쉬’ 디자이너

재작년 생일 선물로 받은, 한동안 차지 않았던 지-샥 시계를 다시 꺼냈다. 차 한 대 값인 명품 시계, 보석으로 도배한 커스텀 시계보단 10대 시절 추억이 있는 브랜드에 내 스타일을 살려 제작하면 재밌겠단 생각에 바로 주얼리 아티스트 다비드 아발론에게 연락했다. 나의 슬로건인 ‘FAKE ART’를 그래픽 이미지로 디자인해 시곗줄을 만들고 케이스와 러그 전면에 주얼리를 세팅했다. 작업 시간도 꽤 오래 걸리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가격을 매길 수 없는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팔 생각은 전혀 없다. 커스텀할 때 내가 직접 만든 그림이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게 철칙인데 나만 갖고 있다는 희소성 때문에 중독처럼 계속 만들게 된다. 커스텀은 스스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을 위한 것. 김세동 그래픽 아티스트

첫 롤렉스를 잃어버린 후 2년 전 재구매한 롤렉스 데이데이트. 다신 내 손을 떠나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이얼을 좋아하는 컬러로 특별히 제작했다. 기존의 모델엔 없고 단번에 시선을 끄는 비비드한 스카이블루. 커스텀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와 어울리는가’다. 결과물이 아무리 멋있어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면 실패작이니까. 손목에 타투가 많아 지나치게 화려한 주얼 커스텀보단,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다이얼 컬러로 간결하게 취향을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오랜 고민 끝에 해외에 있는 롤렉스 커스텀 전문 업체에 의뢰했고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데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그 이후론 잘 때, 샤워할 때 빼곤 항상 착용한다. 김준엽 타투이스트

사소한 것부터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한다. 커스텀의 매력은 새롭게 바꾸는 과정에 있으니까. 어렵고 복잡한 과정은 생략하고 쉽고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내 생각이나 느낌을 물건에 투영한다. 값비싸고 희귀한 물건을 커스텀하기보단 평소에 내가 자주 입고 쓰던 물건이 질릴 때 새롭게 만든다. 보통 커스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편. 색연필과 물감을 직접 붙여 만든 스웨트 셔츠는 새로 준비하는 앨범 프로모션 콘셉트에 맞춰 만들었다. 실제 사용했던 미술 도구들을 글루건으로 붙이고 아크릴 물감을 뿌려 쉽게 완성했다. 앨범 커버 이미지와 연장선상에 있는 기분이라 입으면 마음가짐도 단단해진다. 나만의 것을 만드는데 거창할 필요가 있을까? 빅나티 래퍼

직접 제작한 티셔츠를 활용해 만든 스티브 잡스와 위켄드 에어포스원. 티셔츠를 잘라서 기존 스니커즈에 붙이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래픽 작업과는 다르게 매 순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라 만드는 동안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도 있어서 함께 만드는 친구들과 포스 테라피 Force Therapy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티브 잡스 에어포스원은 잡스 사망 9주기에 만든 티셔츠로 만들었다. 그의 혁신가적 이미지를 나에게 대입하고 싶은 의지가 담겼달까. 위켄드 에어포스원은 세부에도 꽤 신경 썼다. 위켄드의 레이블 이름인 ‘XO’를 각인한 듀브레와 신발끈에 비즈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 이거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작업한다. 대한항공의 보잉747도 내 스타일로 커스텀 해보는 게 목표다. 김도영 그래픽 아티스트

기존의 디자인을 해체하고 재결합하면서 새롭게 만드는 커스텀 방식에 관심이 많다. 우연히 선물 받은 리복 펌프의 올드 모델을 겉감과 안감 모두 샅샅이 분해한 뒤 안 신던 부츠에 손바느질로 붙여가며 만들었다. 결국 두 개의 신발이 하나가 된 셈. 스케치는 따로 하지 않고 색감을 맞춰가면서 원단 조각을 부츠에 대본 후 자르고 붙여 만들었다. 하루 두 시간씩 꼬박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스니커즈를 실루엣이 완전히 다른 투박한 부츠로 만든 것도 아방가르드한 느낌을 살리는 데 한몫했다. 커스텀하는 물건들은 나와 어울리는 느낌으로 재해석해 만들고 내가 직접 신고 테스트 해가며 문제점을 보완해 완성한다. 결국 평소 내 스타일과 어울리고 계속 착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지 모델

재작년 가을 오프화이트의 멀티 컬러 니트를 구매했는데 소매 부분이 너무 길고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커서 입지 않고 옷장 구석에 방치해뒀다. 옷의 존재조차 잊어갈 때쯤 오래되고 밋밋한 체어의 커버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방법은 보다시피 정말 간단하다. 의자 보디에 니트를 뒤집어씌우고 소매와 네크라인을 예쁘게 잘 정리하는 정도. 안 쓰는 물건들을 다른 용도로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활용도가 무한해진다. 커스텀 제품은 결국 본인 마음에 들면 된다. 제품을 보고 직접 사용하는 사람도 나니까. 꼭 한 번 커스텀해보고 싶은 제품은 고야드 트렁크. 색깔별로 여러 개 사서 한쪽 면만 내가 만든 페이크 고야드 패턴으로 채워 집 안에 두고 싶다. 빌리 공간 아티스트

    패션 에디터
    신혜지
    포토그래퍼
    김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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