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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 웨스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

2018.06.26GQ

카니예 웨스트는 언제나 시끄럽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만든 이지 부스트를 못 구해 안달이다. 그런 와중에 그는 트럼프 지지, 노예제 선택 발언으로 논란을 몰고 다닌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대중문화 인물로서 카니예 웨스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카니예 웨스트는 얼마 전 새 앨범 <Ye> 발매와 함께 티셔츠와 후디 등으로 이뤄진 앨범 발매 기념품 ‘와이오밍(Wyoming) 머천다이즈’를 선보였다. 음반 <Ye>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한 것보다 더 화제가 된 건 와이오밍 머천다이즈가 공개된 후 30분 만에 50만 달러(5억 5천만원)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카니예 웨스트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거기엔 부정적인 논란도 있다. 그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카니예 웨스트는 트럼프가 자신과 같은 “용의 에너지”를 가졌다면서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 전 대통령인 오바마가 한 일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발언 이후 켄드릭 라마, 리한나 등 1천만명이 그의 SNS 계정을 언팔로우했다. 트럼프 지지는 한두 번 한 게 아니라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노예제 선택 발언이다. 미국 연예매체 TMZ와 대담 방송을 하면서 “노예제가 400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그 정도의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면 흑인들이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단체인 NAACP는 카니예 웨스트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나이지리아의 상원 의원은 “지금도 존재하는 나이지리아의 노예 항구에 와서 직접 보라”고 비아냥 섞인 초대를 했다.

이런 논란들은 카니예 웨스트에 대한 반응을 여러 방향으로 갈라 놓는다. 여전히 그의 이름이 붙은 물건들은 불티나게 팔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이콧도 존재한다. 지난 5월 5일, 시드니에서 열렸던 호주 스포츠웨어 브랜드 2XU와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 컬렉션 런칭 현장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 시작 45분만에 행사가 취소됐다. 트럼프 지지 발언 같은 논란이 나올 때마다 가지고 있던 이지 부스트를 불태우겠다는 사람들도 꾸준히 등장한다.

패션 디자이너 카니예 웨스트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이견들이 있다. 하이 패션 시장을 바꿔놓았다는 의견도 있고, 콘서트 굿즈를 마케팅으로 비싸게 판다는 의견도 있다. 그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영역, 즉 스니커즈, 머천다이즈, 시즌 컬렉션으로 나눠서 그간의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스니커즈 스트리트 패션 문화에서 스니커즈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누군가 에어 조던의 희귀 아이템을 신고 있다면 그 사람은 그걸 신고 있다는 것 자체로 멋져 보인다. 그래서 컬렉터들과 리셀러들이 존재하는 거고 그들이 시장을 키우고 새로운 멋을 만들어낸다. 과거 스니커즈의 모델들은 주로 스포츠 스타였다. 하지만 2009년, 나이키는 힙합 뮤지션인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에어 이지라는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이 새로운 운동화는 프리미엄 스니커즈의 생태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전설적인 인기를 누린 기존 스니커즈와 마찬가지로 리미티드 발매, 리셀링, 가격 폭등의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나이키와 카니예 웨스트와의 협업은 2012년 에어 이지 2를 발매하면서 끝나게 된다. 로열티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고 다른 문제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이후 카니예 웨스트는 아디다스와 새롭게 손을 잡았다. 2015년에 발매한 첫 제품은 아디다스 이지 750 부스트 라이트 브라운 컬러였다. 발매 수량은 9000켤레였고 예약을 한 사람들만 뉴욕에서 아디다스 스마트폰 앱으로 살 수 있었다. 아디다스는 이 협업을 시작으로 나이키가 중심을 이루고 있던 리셀링 마켓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디다스의 매출과 주가는 폭등했다.

 

2. 머천다이즈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다른 의류 제품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팔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거다. 카니예 웨스트는 머천다이즈를 통해 스니커즈 이외의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앨범, 콘서트, 투어,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이 있을 때 선보이는 카니예 웨스트의 머천다이즈는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원리는 같다. 스니커즈와 마찬가지로 한정된 수량이 특정 기간 동안 발매되고 그 이후에는 리셀링 마켓이 형성되는 거다. 희귀성 그 자체가 패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이 머천다이즈를 구입하고 되파는 건 단지 패션 때문만은 아니다. 카니예 웨스트의 음반을 구입하고 그의 콘서트 티켓을 구입하는 수많은 음악 팬들이 머천다이즈에 대한 초과 수요를 만들어낸다. 카니예 웨스트는 뮤지션들이 투어를 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판매하는 티셔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고 싶게 만들었다. 더 비싼 값어치가 나가도록 투어 티셔츠의 형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시즌 컬렉션 카니예 웨스트는 2011년 처음으로 파리 컬렉션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가 야심 차게 선보인 옷들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평범했다. 결국 그 컬렉션은 두 시즌 만에 끝이 났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아디다스와 이지 부스트를 출시하면서 ‘이지 시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컬렉션을 시작하게 된다. 이지 시즌 1은 이지 부스트 운동화를 연상시키는 색에 밀리터리, 스포츠웨어 스타일이 섞여 있는 독특한 컬렉션이었지만 그의 스니커즈만큼 잘 팔리진 않았다. 이후 그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완성도를 더해갔고 특유의 도발적인 홍보 덕분에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니커즈 정도는 아니다.

사실 스트리트 웨어로 하나의 일관된 컬렉션을 만들어 내고 시장에 강력한 충격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베트멍과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오프화이트와 루이비통의 버질 아블로가 카니예 웨스트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렇다면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카니예 웨스트에게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까? 그는 단지 상술과 마케팅의 귀재일 뿐일까?

2012년 카니예 웨스트는 트위터를 통해 ‘돈다(DONDA)’라는 크리에이티브 컨텐츠 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22개 이상의 영역으로 구성된 이 회사는 다양한 분야의 창조적인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에게 더 훌륭한 체험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분야는 패션,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학교, 도시 시스템 등 삶의 모든 범위를 아우른다. 버질 아블로를 비롯해 리카르도 티시, 바네사 비크로프트, 무라카미 다카시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굉장한 결과물을 내놓진 않았지만 돈다의 이름으로 칸 영화제에 단편 영화를 출품하기도 하고 무대 디자인, 뮤직 비디오 제작, 광고 캠페인 등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다. 곧 화장품 라인을 출시할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돈다의 구상을 보면 패션 디자인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카니예 웨스트는 패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패션 디자이너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는 게 맞을 거다. 때론 디자인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지나치게 원대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여전히 SNS를 통해 이상한 소리도 많이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의 목표에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하이 패션 시장의 모습을 지금처럼 바꿔놓는 데 큰 기여를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에디터
    글 / 박세진(패션 칼럼니스트, 책 <패션 vs. 패션>, <레플리카> 저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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