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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 영화 <로켓맨>의 태런 에저턴이 고른 인생 음악

2019.06.06GQ

엘튼 존 전기 영화 <로켓맨>에 등장하는 세 명의 젊은 영국 배우, 태런 에저턴, 제이미 벨, 그리고 리처드 매든. 지금 이 시대에 빛나는 그들은 엘튼 존이 기여한 문화적 기반에서 자라난 세대이기도 하다. 엘튼 존의 히트곡과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들, 그리고 그의 음악이 각자의 삶에 미친 내밀한 영향들에 대해 나눈 어느 늦은 오후의 이야기.

Taron Egerton 폴로 셔츠, 팬츠, 모두 브리오니. 로퍼, 구찌. 양말, 팬더렐라. 시계, 까르띠에. 팔찌, 데이비드 여먼. 반지, 구찌.

왼쪽부터 | 리처드 매든이 입은 수트, 데이비드 하트. 셔츠, 조르지오 아르마니. 로퍼, 구찌. 선글라스, 레이밴. 반지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제이미 벨이 입은 셔츠, 산쿠안즈. 팬츠, 하이더 아커만. 벨트, 맥시멈 헨리. 부츠, 바바네라. 태런 에저턴이 입은 수트, 돌체&가바나. 셔츠, 톰 포드. 부츠,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선글라스, 자크 마리 마지. 팔찌, 데이비드 여먼. 반지, 구찌.

Taron Egerton 셔츠, 산드로. 탱크톱, 톰 포드. 팬츠, 돌체&가바나. 벨트,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로퍼, 구찌. 선글라스, 빌리 리드.

Richard Madden 재킷, 프라다. 팬츠, 조셉. 팔찌, 루이스 모라이스.

Richard Madden 재킷과 팬츠, 모두 디올 맨. 셔츠, 데이비드 하트.

Jamie Bell 재킷, 벨트, 부츠, 모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셔츠, 스텔라 매카트니. 팬츠, 구찌. 선글라스, 레이밴.

왼쪽부터 | 리처드 매든이 입은 폴로 셔츠, 발리. 팬츠, 랄프 로렌. 팔찌, 루이스 모라이스. 제이미 벨이 입은 재킷, 스텔라 매카트니. 셔츠, 앙팡 리쉬 데프리메. 팬츠, 구찌. 테런 에저턴이 입은 폴로 셔츠,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팬츠, 까날리. 시계, 파텍 필립.

해가 낮아지는 늦은 오후, 웨스트 할리우드의 선셋 마퀴스. 신작 <로켓맨>의 주연을 맡은 태런 에저턴은 엘튼 존을 연기하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는지 설명하는 중이다. 일단, 엘튼 존은 생존인물이다. 게다가 그냥 살아 있기만 한 게 아니라 ‘페어웰 옐로 브릭 로드’라는 3년짜리 고별 투어를 도는 중이기도 하다.(기회가 된다면 꼭 관람을 권한다. 마지막 투어라는 점을 감안해 작심한 듯 온 힘을 다해 자신의 히트곡 20~25개를 연달아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제이미 벨이 연기한 엘튼 존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인 버니 토핀도 아직 살아 있으며, 리처드 매든이 연기한 당시 존의 매니저 존 리드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을 연기하는 것은 철저한 분신이 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보이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브라이언 싱어가 <보헤미안 랩소디> 감독직에서 해고당한 후 구원투수로 영입된 덱스터 플레처가 연출한 <로켓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로 홍보되고 있다. 플레처가 에저턴에게 한 첫 번째 당부는 엘튼 존을 연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로켓맨>은 엘튼 존의 삶을 관통하는, 그리고 그의 화려한 의상들을 일람하는 일종의 뮤지컬이다. 에저턴은 영화 속에서 엘튼 존의 곡을 여러 개 부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의 버전으로 하는 거예요. 제가 엘튼 존이 될 수는 없거든요”라고 한다. (영화를 위해 기존 곡들을 새롭게 편곡하는 작업은 조지 마틴의 아들 자일스 마틴이 맡았다.)

엘튼 존의 작품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어떤 식으로든 함께해왔다.(대화 도중 벨이 ‘로켓맨’을 부르며 식당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와 토핀에 빙의된 것처럼 “이것 봐, 내가 만든 곡이야”라고 말을 건넨다.) 에저턴(29세), 벨(33세), 그리고 매든(32세)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각자의 삶에서 엘튼 존의 음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개인적이며 내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태런 에저턴
밝고 유쾌한 그는 <킹스맨> 두 편에 출연한 떠오르는 신예 스타이자 할리우드판 최신 로빈 후드의 화신이다.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1994
많은 제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저는 <라이온 킹>에 흠뻑 빠져 있었어요. 몇 번이나 보고 또 봤죠. 그 당시 어머니와 저는 웨일스 북쪽 해안에 붙어 있는 섬인 앵글시의 방갈로에 살고 있었어요. 꽤나 외진 곳이에요. 무척이나 아름다운 바다가 아래에 펼쳐진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이죠. 잉글랜드 북부에 살다가 그곳으로 이사했는데, 아마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몇 년쯤 지난 후의 일이었을 거예요. 멀리 떨어진 낯선 곳에서 보낸 그 시절은 참 흥미롭고 모험적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본 <라이온 킹>은 저의 성장기에 상당히 중요한 영화가 되었죠. 제가 처음으로 진짜 사랑하게 된 것들 중 하나예요.

‘I Guess That’s Wh The Call It The Bluse’ 1983
음악 취향 면에서 본다면 저는 늘 꽤 조숙한 편이었어요. 제가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 중 큰 부분을 데이비드 보위가 차지하죠. 엘튼 존도 당연히 포함되고요. 비틀스나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그리고 모타운 소속 뮤지션들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게 됐어요. 2002년에 엘튼 존의 <그레이티스트 히츠> 앨범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커버가 하얀색이었죠. 1976에서 1978년 사이 정도로 보이는 시기의 엘튼 존이 아주 커다랗고 뻣뻣한 70년대풍 옷깃을 두른 모습이 박혀 있었어요. 양아버지는 이따금 저를 학교에 태워다 주곤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차 안에서 ‘아이 게스 댓츠 와이 데이 콜 잇 더 블루스’를 가장 먼저 틀었어요.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그 당시 어머니와 저는 웨일스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상황이었어요. 할머니가 편찮으셨거든요.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는 양아버지를 만나셨고 지금도 함께 지내고 계세요. 제가 열세 살 아니면 열네 살 때의 일이에요. 조금은 우울하고 또 조금은 스스로 자연스럽지 못했던 시절이에요. 체중이 갑자기 확 늘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더벅머리를 수북하게 길렀었죠.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은 모르는 그런 상황? 하지만 집안의 분위기는 좋았어요. 어머니와 양아버지의 관계도 괜찮아서 좋은 가족으로 지냈어요.

‘Your Song’ 1970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연기학교 오디션을 봤어요. 대부분의 영국 연기학교는 오디션에서 퍼포먼스 실력을 보기 위해 노래를 시키죠. 노래를 부를 수 있든 없든 상관없이 말이에요. 제가 부른 건 ‘유어 송’이었어요. 당시 저는 술이든 마리화나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보는 시기였어요. 짜릿함으로 가득한 새 삶을 사는 것 같았어요. 스스로 무적이라고 생각했죠. 앞으로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았고요. 어쨌든 제가 그 노래를 부른 건 열일곱 살 때였고, 응시한 모든 곳에서 다 떨어졌어요. 오디션을 준비하는 방식과 마음가짐이 미숙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열여덟 살에 다시 도전했어요. 그리고 그 1년 사이에 이런저런 경험들을 쌓았죠. 아프리카 케냐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옷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고, 커피숍에서도 일했어요. 결국 재도전을 통해 몇 군데 합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노래를 불렀죠. ‘유어 송’은 가슴에 와 닿는 곡이에요. 99.9999퍼센트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마법이 깃든 곡이죠. 단순하면서도 순수해요. 마음을 움직이는 힘과 개성이 있으며 인간적인 노래예요. 저의 친한 친구들 중 두 명이 최근 결혼했는데, 크리스마스에 열린 그들의 결혼식에서 제가 축가로 ‘유어 송’을 불렀어요.

제이미 벨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배우로, 성인이 되어서도 연기를 쉬지 않고 <판타스틱 포>, <님포매니악>, 그리고 <설국열차>에 출연했다.

‘Candle In The Wind’ 1973
어렸을 때 집에 노래방 기계가 있었어요. 여섯 살 무렵부터 무용을 했는데, 가족 모두 무용을 좋아했고, 음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집이었어요. 오디오로 ‘캔들 인 더 윈드’를 듣고 엄청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노마 진이나 마릴린 먼로도 모르던 때였죠. 엘튼 존이나 버니 토핀은 말할 것도 없고요. 하지만 그 곡에 담긴 스토리에 많은 감명을 받았어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여하튼 그랬어요. 저는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제가 좋아한 숱한 음악은 아버지가 남긴 음반들 덕에 알게 된 것들이죠. 오래된 음반들을 들으며 묘하게도 아버지와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휘트니 휴스턴이나 톰 페티부터 뮤지컬 스코어, 클래식까지 다양했어요. ‘캔들 인 더 윈드’의 경우, 마음을 울리고 슬픔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가사에 멜로디까지 더해져서 “그래, 이건 틀림없이 클래식 곡이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직도 생생해요.

‘I’m Still Standing’ 1983
<빌리 엘리엇> 개봉일에 영화를 보러 온 엘튼 존을 만난 적이 있어요. 당시 저는 열네 살이었죠. 영화가 끝난 후 만난 엘튼 존은 흐느끼고 있었어요. 저는 그때까지 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영화에 묘사된 부자 관계를 보며 그가 자기 자신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떠올렸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빌리 엘리엇>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안무 구간에 ‘아임 스틸 스탠딩’을 사용하자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곡에 맞춘 안무 연습을 몇 주간 반복했죠. 결국 다른 곡을 쓰는 것으로 결정 났지만, 제가 처음으로 ‘아임 스틸 스탠딩’을 알게 된 게 그때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러다 엘튼 존을 직접 만났는데 “맙소사, 정말 정말 유명한 사람이구나”라고 비로소 알게 된 거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상황이었어요. 말도 안 됐죠. 엘튼 존이 눈물을 흘리며 제 손을 꼭 잡고 흔들었어요. 말 그대로 감동이 흘러넘쳐 저를 안아주려 했죠.

‘Rocket Man’ 1972
저에게는 다섯 살 된 아들이 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팝이나 록 음악을 자장가로 편곡한 그런 노래들. 데이비드 보위도, 레드 제플린도, 그리고 라디오헤드도 하나씩 있죠. 제 아이에게 자장가로 라디오헤드를 들려주진 않아요. 아무리 자장가 버전이라 해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엘튼 존은 달라요. 멜로디 구조가 뭔가 굉장히 매끄럽고 말을 건네는 듯해서 자장가로 제격이죠.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데, 분명히 엘튼 존의 음악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건 아니에요. 어쨌든, 아들 녀석은 두 살 때부터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와 ‘유어 송’, 그리고 ‘로켓맨’을 들으며 잠에 들곤 했어요.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하루 종일 ‘로켓맨’을 들었는데 아들이 그러더군요. “와, 내 자장가잖아.”

리처드 매든
<왕좌의 게임>에 롭 스타크로 등장해 활약했고, 잔인하게 살해당했으나 지난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BBC/Netflix 공동 제작 드라마 <보디가드>의 주연으로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Circle Of Life’ 1994
부모님은 집 안에 늘 음악을 틀어두셨고, 엘튼 존도 그중 하나였죠.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로 엘튼 존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시절 누나, 여동생들과 함께 주말 저녁에 보던 <라이온 킹> 같은 디즈니 영화들을 통해서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애들은 보면 안 된다고 하는 영화들을 어떻게든 몰래 보려고 애를 쓰곤 했죠. 할아버지 장례식 날, 부모님과 친척 등 모두가 정신없는 틈을 노려 ‘시청 금지’ 목록에 들어 있던 <택시 드라이버>와 <쉘로우 그레이브> 두 편을 봐버렸죠. 확실히 둘 다 어두운 내용이었는데, 제가 딱히 어두운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가 본 ‘어린이 시청 금지’ 영화들 중 최고로 수준이 높았던 건 분명해요. 여하튼 저는 <라이온 킹>을 보고 나서 <택시 드라이버>를 트는 그런 아이였어요.

‘Tin Dancer’ 1971
헤비메탈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두루 즐겨 들었어요.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노래를 듣는 그런 평범한 꼬마였던 거죠. 좋아하는 곡들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기도 했고요. 미니 디스크가 나왔을 땐 용돈을 죄다 모아 MD 플레이어를 샀는데, 노래를 다운받아 통학하는 길에 듣곤 했어요. 당시 10대였는데 이미 연기 활동을 시작한 시점이었고, 일부러 찾아 들은 건 아니었지만 엘튼 존도 꽤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언제나 ‘타이니 댄서’였죠.

‘Benn And The Jets’ 1973
모두가 엘튼 존의 노래를 많이 알고 있지만, 제 경우 영화에 캐스팅되고 나서야 그의 음악을 깊게 파기 시작했어요. 뮤직비디오도 다 보고 앨범도 다 찾아서 들었죠.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곡도 여러 개 생겼어요. 엘튼 존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히트곡의 반열에 들어도 좋을 만큼 흥겹고 기쁨이 넘쳐요. ‘베니 앤 더 제츠’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독특하면서도 묘한 곡이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영화에서 이 곡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방식은 관객들에게 큰 선물이 될 거예요. 저는 <신데렐라>의 대규모 왈츠 신 외에는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제게는 적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같이한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가능하더군요. 촬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촬영이 없을 때는 댄서들과 함께 안무를 연습하거나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연습했죠. 뭐랄까, 그게 제 일상이었어요.

    에디터
    Zach Baron
    포토그래퍼
    Yoshiyuki Matsumura
    스타일리스트
    Tony Irvine
    그루밍
    Johnny Hernandez for Fierro Agency
    프로덕션
    Marie Nahon at Quadri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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