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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가 나가노라

2016.02.24GQ

고프로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나가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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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는 액션 캠코더의 ‘고유명사’다. 한데 경쟁자가 많아 불안하게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고 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이 열렸던 하쿠바 지역은 동양의 알프스로 불린다. 스키를 타기에 최고의 설질인 ‘파우더 스노’ 가 차곡하게 쌓여 있다. 덕분에 전 세계의 스키어와 보더들이 선망하는 스키장이지만 올림픽 이후 빚에 시달리고 있다. 고프로와 나가노 모두 질적인 면에서는 ‘업계’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합당하지만, 명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프로 미디어 트레이닝 행사가 나가노 하쿠바에서 열렸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면서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여러 기회를 통해 고프로를 사용해봤기 때문에 기기에 대한 흥미보다는 행사를 주관하는 스태프들에게 더 눈길이 갔다. 대부분 전문적인 스키, 스노보드 선수 출신이거나, 평상시에도 팻바이크를 즐겨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들이었다. 고프로 창업 당시 열세 번째 직원이자 본사 홍보 책임자인 릭 로커리는 “고프로를 사용하는 건 열정적인 삶을 공유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에 바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만화, 최근 스키를 타다 아찔했던 순간들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때론 말로, 왁자지껄 쏟아냈다. 스키와 보드를 타면서도 서로의 모습을 찍어주고, 자신의 모습을 연신 촬영해 바로 공유했다. 어디서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뭘까? 재작년, 친구는 고프로 히어로 4 실버를 샀다며 “어디든 가고 싶다”고 했다. 두 달 후 우린 호주로 떠나 일주일 동안 캠핑을 했다. 친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영상이란 것을 만들고 유튜브에 올렸다. 많은 사람이 보진 않았지만, ‘우리가’ 그 영상을 보며 다시 여행을 꿈꾼다. 우연인지 하쿠바에선 호주의 젊은이들을 자주 봤다. 어떤 호주인은 스포츠 바를 운영하고, 그 바의 디제이는 멜번 출신이었다. 정류장에선 예쁜 딸을 둔 시드니 출신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키를 타며 고프로를 즐겨 사용한다는 그는 하쿠바에 매년 휴가로 온다고 말했다. “지금 호주는 죽을 것같이 더워요. 뭐랄까 하쿠바 스키장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스러운 휴가지? 이런 눈에서 스키 타는 건 정말 끝내주는 일이거든요.” 과연 고프로와 나가노는 위기일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꿈꾸게 하고, 공유하게 만드는 건 꼭 ‘경제적’인 방법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조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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