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박병호는 어쩌다 마이너리그로 갔을까

2016.08.10유지성

박병호는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지며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62경기에서 홈런 12개를 날리며 장타력을 과시했지만, 그 외 기록이 인상적이지 못했다. 박병호는 한국에서 3년 연속 3할 이상 친 타자다. 지난해엔 .343으로 리그 타격 5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기록을 파고들어보면, 박병호의 단점은 명확하다. 박병호가 타석에서 스윙 시 배트에 공을 맞힌 것은 66.6퍼센트에 불과했다. 100번 휘두르면 33번은 헛스윙을 했다는 말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타자 기록을 기준으로 삼으면, 꼴찌에서 두 번째 정도의 수치다. 이렇게 ‘콘택트’ 능력이 인상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야구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스윙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투구를 스윙한 비율 36.1퍼센트.) 유인구를 잘 골라내는 그는 입맛에 맞는 공이 들어오면 ‘풀스윙’으로 홈런을 날렸다. 좋은 공만 골라 쳐 담장을 넘긴 박병호의 지난해 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는 .403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박병호의 BABIP는 .230에 불과하다. 투구를 스윙한 비율이 크게 올라가서다. 45.8퍼센트. 달리 말하면 특유의 선구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을 맞히는 능력이 떨어지는 타자가 스윙을 많이 하면 일단 삼진이 늘고, 정타가 나오기 어려운 나쁜 공을 치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빠른 공 대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올 시즌 박병호의 포심 패스트볼 타율은 0.148이며, 95마일 이상 공은 거의 공략하지 못했다.(타율 .050.) 마이너리그에서 빠른 공 대처 능력을 키워야만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

박병호의 타격 기술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렵다. 스스로 찾아낸 가장 이상적인 동작이랄까? 특히 몸 쪽 코스의 공을 몸통을 회전시키며 때리는 기술은 놀라울 뿐이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은, ‘타이밍’ 문제로 보인다. 정확한 타격 타이밍을 위해, 일단 스윙이 중간에 멈추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타격은 와인드업, 프리스윙, 스윙, 폴로스루 네 구간으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와인드업 구간은 타격을 위한 힘을 모으는 준비 단계다. 타자는 보통 체중을 몸의 중심에 둔다. 프리스윙 구간에서는 스트라이드(앞다리를 투수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힘을 앞쪽으로 전달하는데, 이때 몸무게 80킬로그램의 타자는 뒷다리에 110킬로그램의 힘을 가해 지면을 밀어낸다. 스윙 구간에서는 강한 힘으로 배트를 돌리며 공을 치고, 폴로스루 구간에서는 공을 맞힌 이후 투구가 날아온 방향으로 스윙 궤적을 그리며 팔(몸)을 돌린다. 박병호는 스트라이드 동작이 보통 선수들과 좀 다르다. 앞다리(왼발)를 곧장 투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포수 방향으로 끌어당겼다가 다시 투수 방향으로 내뻗는다. 이것은 선수의 개성으로,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왼발을 포수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프리스윙에서 스윙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일시적으로 동작이 멈출 때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타이밍에 문제가 생겨, 빠른 볼 대처 능력이 떨어지거나(늦거나)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박병호가 스트라이드 동작(프리스윙 구간)에서 왼쪽 다리를 포수 쪽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오른쪽 무릎을 살짝 투수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스윙이 멈추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윙 동작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뤄져, 빠른 공과 변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에디터
    유지성
    김남우(야구 칼럼니스트), 이종열( 'SBS Sports' 야구 해설위원)
    일러스트레이터
    전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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