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사람들은 삼겹살을 굽는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대로 한 쌈 싸 먹는다.
한은구 매일경제신문 맛집전문기자 백화점에서 파는 육질 좋은 제주도산 삼겹살을 자주 구워 먹는다. 잘 구운 삼겹살 한점을 멸치젓에 찍어 먹으면 돼지고기 맛이 확 산다. 그걸 또 부들부들하게 삶은 양배추에 싸곤 그 위에 알싸한 파 겉절이를 수북이 덮는다. 구운 김치에도 자주 젓가락이 간다.
김성호 킴스클럽마트 축산MD 팀장 짚불에 초벌구이해 돼지 특유의 냄새가 안 나는 삼겹살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녹차가루를 살짝 뿌려 구우면 된다. 바싹 익히면 맛은 고소해지지만 육포 같이 거칠어서, 꼭 부드러운 맛과 향이 살아나도록 적당히 굽는다. 그리고 고소한 콩가루에 찍어 새콤한 무쌈에 올린다. 부추겉절이는 있어도되고 없어도 되지만 구운 마늘은 꼭 넣는다.
김병만 삼겹살 동호회 ‘삼겹살 브러더스’ 운영자 삼겹살 비계의 쫀득한 맛을 좋아한다. 간혹 비계를 떼고 목살처럼 구워 먹는 걸 보는데, 삼겹살에 대한 모독이다. 노릇한 삼겹살에는 고추냉이만 조금 올린다. 느끼함이 싹 가신다. 고기를 충분히 음미하기 위해 상추는 따로 먹는다.잘씻은 기왓장에 삼겹살을 구우면 기름 잡는 최고의 불판이 된다.
김소영 요리연구가, 케이터링업체 마니에르 셰프 수육용 삼겹살을 사서 생강과 소금을 약간 넣은 막걸리에 재워 놓는다. 이걸 부드럽게 삶은 뒤 노릇하게 구워 먹는다. 간장, 식초, 설탕에 청양고추, 양파를 썰어 넣은 양념장에 살짝 찍는다. 잘 구운 묵은지에 싸먹으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맛이 최고다. 겉절이는 상추, 부추, 깻잎을 썰어 참치액으로 양념해 먹는다.
이유진 푸드컬처 칼럼니스트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마을의 토종 흑돼지가 최고의 삼겹살이다. 구하기 쉽지 않아 평소엔 제주도산 흑돼지를 먹는다. 껍데기 째 두툼한 삼겹살은 꼭 토하젓에 한 번 찍는다. 돼지고기 소화시키는 데 토하젓만한 것도 없으니까. 양파 초고추장 무침은 단맛과 매운맛이 입안을 아삭하게 정리해준다. 이 모두를 무쌈에 넣어 먹는다.
손기은 피처 에디터 삼겹살엔 단연 깻잎이다. 고깃집에선 깻잎만 두어 번 더 달라고 ‘요구’와‘애원’을 번갈아한다. 깻잎 향은 뒷면에서 나서 뒤집어 쌈을 싸면 더 향긋하고 입 안이 매끄럽다. 뒤집은 깻잎에 두툼한 삼겹살과 양파 간장절임을 양껏 올린다. 튀긴 듯이 구운 마늘을 쌈장에 푹 찍어서 올려 먹으면 2인분 먹는 게 큰 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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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