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서른 살 손드세요

2009.04.10GQ

조시 하트넷은 더 이상 초조해하지 않는다. 여전히 경계에 서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됐으니까.

“저는 인물에 따라 각본을 고르려고 해요. 경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싶을 뿐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정말 훌륭한 배우거든요.” 마지막 말을 정말 고민하다, 웃음기 하나 없이, 바닥을 보며 말하면 그게 바로 조시 하트넷이다. 매끈하면서 건실해 보이긴 한데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거라는 확신 또한 동시에 주는 그런 사람. 말할때만 봐도 그렇다. 할리우드 젊은 배우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멋진 저음 목소리를 가졌지만 말하는 속도는 크리스 터커보다 열 배쯤 느리고, 말투는 고등학교 때의 미식축구선수 경력이 <블랙 달리아>의 우아한 기운(그의 캐릭터는 복싱선수 출신의 형사였다)보다 먼저 생각날 정도로 거칠다. 이렇듯 그는 어느 곳에도 딱 들어맞질 않았다. 청춘의 아이콘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해 보이고, 정통파 배우(그런 게 뭐냐고 물으면 좀 무안하지만)라고 하기엔 오락 영화건 진지한 영화건 둘 다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배우임에도 기름기라곤 없었다. 뭐가 문제냐 하면,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이제 이십대를 지나쳤으니까.

“난 인터뷰에 진짜 서툴러요. 인터뷰는 날 불안하게 해요.” 조시 하트넷은 언제나 실수를 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이십대라서 어쩔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이십대처럼 보였다. 2004년,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가 너무 미국식으로 평면적인 영화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 영화의 모든 개념이 유럽영화와 다르다는 건 넌센스예요. 당신이 바라보는 미국 영화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뿐이죠. 예를 들어 사람들은 뤽 베송의 영화는 미국식이라고 말해요. 당신은 생각하겠죠. ‘글쎄, 그는 프랑스 사람이잖아.’ 자,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미국 영화입니다. 그러나 감독인 폴 맥기건은 스코틀랜드 사람이죠. 그리고… 우리가 얘기하는 여긴 어디죠? 런던이죠. 제작비는 모두 유럽에서 나왔습니다. 그런 거예요. 배우를 볼까요? 러셀 크로 같은 배우는 어느 범주에 들어갈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그걸 어떤 잣대로 나눌 필요는 없는거예요.” 크게 문제가 있는 말들은 아니지만 입을 다물자마자 후회할 거라면 타이핑을 하는데도 핏줄이 선 게 느껴질 정도로 반응할 필요는 없는 거다. 지금은 이렇다. “예전엔 언제나 인터뷰를 하다 문제가 생기곤 했어요. 내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걸 캐내려는 사람들 때문에요. 그러나 이제 그게 그 세계에서 일하는 방식이라는 건 이해해요. 왜 그런식으로 하는지도요. 저널리즘은 많은 압력을 받는 일이잖아요.” 이렇게 비교하니 완전 다른사람이 된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섹스요? 될 수 있는 한 많이 하는 게 좋죠”라고 말하는 종류의 배우다. 그러나 얼굴에 여유가 생겼다는 건 분명하다.

필모그래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더 이상 <진주만>같은 영화를 찍을 필요도,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이제 사람들은 조시 하트넷이 <모짜르트와 고래>같은영화도, <럭키 넘버 슬레븐>같은 영화도 고르는 배우란 걸 안다. 활동 반경은 넓어졌다.작년엔 자신이 출연한 <어거스트>에 제작자로 나섰고 연극 <레인맨>에서 찰리바빗(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했던 그 역할이다) 역을 맡았다. “먹고살기 위해 영화 산업에의존하는 것 자체가 큰 도박이죠. 꽤 많은 모험을 했어요. 원래 역마살 기질이 있기도 하고요. 난 운이 좋았어요. 뼛속까지 승부사 기질이 있거든요.” 이 자신만만한 서른 살의 도박사는지금까지 얼마나 땄을까? “내 에이전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과 함께했다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었을텐데!”

    에디터
    문성원
    포토그래퍼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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