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트리를 만든다.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 따윈 정녕 작년이 마지막이었기를 바라면서.
두루마리 화장지로 만든 트리
어떤 이는 매년 로얄 코펜하겐 크리스마스 접시를 사는 일로 1년을 닫는다. ‘코펜하겐 블루’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맑은 파랑색 접시 한 점을 벽에 걸거나 식탁에 놓는 일만큼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답게 하는 낭만은 없는 것처럼. 접시에 담을 간단한 요리로 멜론과 프로슈토는 어떨까? 멜론을 먹기 좋게 썰어 프로슈토를 둘둘 감아 입에 넣으면 끝이다. 모든 술과 다 어울리고, 곱창이나 부대찌개보다 한결 고상하다는 ‘정신적인’장점도 있다. 루콜라, 이탤리언 파슬리, 열무, 달래, 얇게 저민 마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모데나 식초 등을되는대로 푸짐하게 곁들여도 좋다. 물푸레나무 테이블 ‘마블테이블 140’ 1백69만원, 더 플레이스. 붉은색 와인잔 27만원, 바카라. 뚜껑이 달린 프라이팬 26만원, 나무 양념통 각각 16만원, 15만원, 12만원, 모두 알레시 by 10 꼬르소 꼬모. 넙적하게 썬 프로슈토 시가, 헨델과 그래텔. 바닥에 놓인 1975년 크리스마스 접시, 로얄 코펜하겐. 모델이 입은 조끼 24만원, 써니 스포츠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보온에 충실하고 스타일에‘거의’무해한‘히트 텍’바지와 양말 각각 1만9천9백원, 1만원(4개), 모두 유니클로. 읽는 잡지는 <인터뷰> 9월호.
옷걸이로 만든 트리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 골목에서 뜻밖의 것들을 만난다. 아크릴과 금속과 나무 등으로 된 여러 가지 것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방치되어 있곤 하는 것이다. 가게의 매대나 장식장처럼 뭔가 쓰임을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모양도 있다. 양초를 놓은 사각 프레임은한 미술관에서 조각 작품을 놓는 좌대로 만들었던 샘플이고, 소화기와 재떨이가 놓인 스테인리스육각형 물체는 제작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철제 서류함은 미군부대 사무실에서 쓰이던 것이고, 조각 유리를 붙여 만든 것 같은 둥근 거울은 뜻밖에도 이케아 제품이다. 각각 1만원, 5만원,10만원, 5천원, 모두 리사이클 시티. 트리 형태로 늘어뜨린 옷걸이 1천원대, 평화시장. 거울 조각과 함께 놓은 오리나무 가지 3천원(1단), 강남꽃도매상가. 스테인리스 재떨이‘크래식 프티 리볼빙’15만6천원, 비라지 by 더 플레이스. 모델이 걸친 칼라가 달린 머플러 20만원대, 블랭크 에이 at 데일리프로젝트. 골진 양말 9천6백원, 니탄. 읽고 있는 잡지는 <판타스틱 맨> 2009년 겨울호.
책으로 만든 트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보루네오를 비롯한 몇몇 국내 가구 브랜드에서 단정한 디자인의 가구를 선보인 적이 있다. 덴마크나 일본 가구에서 풍기는 절제되고 집약된 나무 느낌 그대로였다. ‘학생용’으로도 불렸는데, 최근 빈티지 시장에서 슬슬 인기를 얻는 중이다. 오래된 것이라면 그저 리폼용으로만 취급하는 알량한 취향도 여전하지만…. 서랍이 많은 나무 책상은 금속공예 작업용이다. 특별한 용도로 쓰였던 가구일수록 널뛰는 트렌드가 덜 간섭한 까닭에 원형 디자인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도면장이나 담배장의 경우가 그 예다. 유리문이 달린 보루네오 책장 7만원, 작업용 책상 3만원, 리사이클 시티. 물푸레나무와 흰색 가죽으로 만든 의자는 29만원, 더 플레이스. 의자 위의 체크무늬 담요 45만7천원, 드레이크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흰색 스탠드 조명89만8천원, 루체플랜 by 더 플레이스. 책상 위에 책으로 만든 작은 트리 맨 위의 노란색 수첩, 몰스킨. 책장 옆에 걸어놓은 롱 호스 양말 6만원, 소찌 by 앤드류 앤 레슬리. 모델이 입은 녹색 카디건 58만원, 헨릭 빕스코브at 톰 그레이하운드. 주황색 헤어밴드, 아메리칸 어패럴. 읽고 있는 잡지는 <까사 브루투스> 115호.
풍선으로 만든 트리
‘클래식’이라는 말이 한국 남자들의 의생활에 두루 퍼지면서 구두에 관한 생각과 쇼핑도 그만큼 폭넓게 진행되는 중이다. 서울에 일 치르꼬 같은 멋진 가게가 생기고,알든, 크로켓 앤 존스, 에드워드 그린, 엔조 보나페, 처치스, 유케텐, 쿼디, 파라부츠, 알프레드 서전트, 트리커스, 조지 클레버리, 존 롭, 알렌 에드먼즈, 존스톤 & 머피 같은신발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브랜드들이‘명품’꼬리표 없이 회자된다. <GQ>편집부의 남자 에디터들은 올 크리스마스에 뭔가 받을 수 있다면, 좋은 구두 한 켤레를 갖고 싶다고들 말한다. 짜릿한 초록색 볼보 XC 60 위에 있는 분홍색 체크 슬립온 17만원, 메르시보꾸 at 톰 그레이하운드. 백 미러 위에 놓인 구멍 뽕뽕 뚫인 윙팁 83만7천원,트리커스 by 일 치르꼬. 귀여운 태슬이 달린 쪽색 벨벳 로퍼 55만원, 비 포지티브 by 10 꼬르소 꼬모. 풍성하게 자란 묘이 고사리(고양이 발톱) 화분 1만5천원, 종로6가 화훼상가. 앞바퀴 밑 더블 몽크 스트랩 67만2천원, 알프레드 서전트 by 일 치르꼬. 모델 옆 코도반 브이팁 74만8천원, 알든 by 일 치르꼬. 헬륨 풍선 1천원(개당),조이파티. 빨간색 철제 빈티지 석유통 가격 미정, 골든 가구. 카키색 스웨이드 데크 슈즈 48만7천원, 유케텐 by 일 치르꼬. 검정색 태슬 로퍼 53만원, 처치스 by 10 꼬르소꼬모.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제랄트 무어가 피아노를 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LP 박스 5만원, 리빙사. 자주색 벨벳 슬립온 54만원, 트리커스 by 일치르꼬. 모델이 입은 체크 수트와 셔츠와 보타이와 포켓스퀘어 가격 미정, 모두 란스미어. 구두는 존스톤 앤 머피 빈티지. 읽고 있는 잡지는 <모노클> 10월호.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이신구
- 모델
- 박재근, 정석태
- 헤어 & 메이크업
- 이숙경
- 어시스턴트
- 박찬용, 이승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