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내 귀에 패션

2010.12.08GQ

소리도 ‘입고’ 싶은 남자는 멋진 헤드폰을 산다.

헤드폰을 ‘패션’ 아이템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폰트 사이즈가 족히 70 포인트는 넘을 만한 로고를 박은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비웃었다. 헤드폰을 살 때 고려해야 할 건 오직 ‘성능’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을 버린 건, WeSC 헤드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기능이라곤 소리를 내는 것뿐인 그 헤드폰을 애지중지하는 건, 헤드폰은 성능만으로 골라야 한다는 명제를 뒤집는다. WeSC의 이 헤드폰은 사진가 리키 파월과 함께 만든 것이다. 옆면에 리키 파월이 찍은 시베리안 허스키 사진을 새겼고, 다른 기계에서는 본 적 없는 매력적인 팥죽색을 입었다. 금색 단추를 단 남색 울 블레이저를 입고 겨자색 벅스를 신은 남자에게 이것만큼 절묘한 헤드폰도 없다. 멕시코 칸쿤 해변에서 전신 수영복을 입고 다이빙하는 게 코미디인 것처럼, 멋지다 싶으면 그냥 사면 된다. 크리스마스엔 모든 게 용서될 것 같으니까.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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