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대 호텔 여섯군데에서 각기 다른 맛의 아침을 맞았다.
조선호텔
조선호텔 아리아 뷔페는 마니아가 많다. 기본적이지만 공은 더 많이 들인 요리가 익숙하게 배열돼있기 때문이다. 그 미덕은 조식 뷔페에서도 그대로다. 예를 들어 이곳 샐러드 코너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채소를 고르고, 몇 개의 드레싱 중 하나를 또 골라야 하는 식이 아니다. 이미 잘 버무려져 나오는 걸 담기만 하면 된다. 과일 코너에서 발견한 횡으로 썬 귤처럼 친근한 아침 식사 시간.
소요 시간 40분. 가짓수가 많진 않다.
추천 메뉴 차가운 요리는 조금만 즐기고, 불고기나 채소볶음 같은 따뜻한 요리 중심으로 먹어볼만하다. 꼭 인도 요리사가 만든 플레인 라씨로 식사를 시작한다. 다른 곳엔 잘 없다.
아쉬운 한가지 확 당기는 메뉴가 없다.
롯데호텔
최근 내부수리를 마친 라세느는 인테리어가 알록달록 선명하다. 그런데 의외로 희멀건 죽 코너에 더 눈이 간다. 손님들이 고른 재료를 넣고 앞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식인데, 퍼진 뷔페 죽이 싫었던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구색은 조식 뷔페에서 나올법한 메뉴는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고급스럽진 않아도, 신나는 장터 느낌이랄까?
소요 시간 1시간. 다른 곳에 비해 접시가 유달리 커 이것저것 담고 왔다 갔다 해보지만, 먹다 보면 어쩐지 깨끗하게 접시를 다 비우기가 쉽지 않다.
추천 메뉴 직접 재료를 골라 넣고 뺄 수 있는 죽 4종, 감식초가 들어간 과일주스 4종.
아쉬운 한가지 동선이 복잡하다. 조식 뷔페 시간엔 라세느의 일부 섹션만 운영하다 보니 음식을 듬성듬성 차렸다.
신라호텔
파크뷰 조식 뷔페는 규모가 큰 만큼 조찬 모임이 잦고, 해외 관광객들도 맛집 찾듯 작정하고 들른다. 아무래도 아침이라기엔 모양이나 양이 황송한 요리들이 그득해서다. 빵 푸딩, 게살 브로콜리, 콘비프, 마즙 등 다른 뷔페 조식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단품 요리 같은 메뉴들도 계속 이어진다. 시리얼, 플레인 요구르트, 와플 같은 기본 메뉴는 토핑의 가짓수가 다양해 그 자리에서 요리 하나를 만드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 이곳에선 가벼운 아침 식사가 불가능하다.
소요 시간 2시간. 여유롭게 먹고 쉬고, 다시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내부 인테리어와 동선도 명쾌하다.
추천 메뉴 매운 정도, 들어가는 면의 굵기까지도 고를 수 있는 쌀국수. 프랑스 전채요리 같은 일식 요리.
아쉬운 한가지 한식과 과일이 부실하다. 아침에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안 되는 이들은 풍요 속 빈곤을
느낄지도 모른다.
파크 하얏트호텔
코너스톤의 조식 뷔페는 호텔의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단독 레스토랑처럼 콘셉트가 명확하다. ‘유기농’, ‘홈메이드’라는 표현은 모든 메뉴에 붙었다. 게다가 과일 코너가 여섯 개 뷔페 중 가장 화려하다. 한라봉과 망고를 포함해 10가지 과일을 구비했고 최상품이라 당도가 하늘을 찌른다. 샐러드 코너에는 드레싱 대신 발사믹 5종, 올리브 오일 5종을 갖췄다. 브랜드별로 맛이 다르니 기분대로 고를 수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식기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는데, 따뜻한 음식이 모두 스타우브 주물 냄비에 담겨 있다.
소요 시간 1시간 반. 좋은 재료를 썼다고 하니, 조금씩 모든 걸 맛보고 싶어진다. 게다가 디저트로 과일과 아이스크림도 먹어야 한다.
추천 메뉴 과일 코너에 가면 원하는 과일로 스무디를 만들어준다. 달지 않고 신선하다. 부드러운 포치드 에그와 매일 바뀌는 한식 반찬과 국도 맛있다.
아쉬운 한가지 부잣집에 놀러간 듯 좀 위축되는 마음.
그랜드 하얏트호텔
다른 호텔보다 외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서양인이 많은데, 이곳 조식 뷔페도 그 타깃에 맞춰져 있다. 구색은 햄, 베이컨, 팬케이크, 치즈, 과일, 빵 위주로 나오는 외국 호텔의 조식과 비슷하다. 거기에 닭죽과 딤섬 3종, 달걀찜 같은 따뜻한 요리 몇 가지가 추가된 형태다. 다른 곳에 비해 메뉴가 반의 반 정도로 적지만, 아침엔 늘 느지막이 일어나 독한 커피를 즐겨 마셔온 사람이라면 번잡스럽지 않은 이곳이 오히려 적절하게 느껴질 테다.
소요 시간 30분. 주르륵 흐르고 후루룩 마시는 메뉴가 없는 만큼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도 식사가 가능하다.
추천 메뉴 통햄. 그 자리에서 썰어주는데 쫄깃한 고기맛이 살아 있다. 하얏트 델리에서 바로 가져오는 빵도 훌륭하다.
아쉬운 한가지 외국에서 호텔 조식을 먹고도 고추장 튜브를 여는 한국인들에게는 따뜻한 음식이 좀 부실할 수 있다. 한국인의 조식 사랑은 남다르니까.
W 서울 워커힐호텔
이곳의 음식을 압도하는 건 창밖의 풍광이다. 보고있으면 밥보다 커피를 더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과감히 뷔페 메뉴 가짓수를 줄였다. 시리얼, 샐러드와 같은 기본 메뉴에 부추잡채, 은대구구이, 싱가포르누들, 닭고기 커리 등 특색있는 요리 몇 가지만 더했다. 또 자리에서 달걀 요리를 주문 받은 뒤 서빙하는 방식도 경치 감상을 깨지 않아 적절하다.
소요 시간 1시간 반. 1시간 동안 배를 채우고 30분은 창밖을 보며 기분을 채운다.
추천 메뉴 종류가 적으니 모두 먹어보되 꼭 디저트를 위한 배를 남겨둔다. 페이스트리류가 다양하고 맛도 좋다.
아쉬운 한가지 뚜껑을 열고 또 열면서 이것 저것 맛보는 ‘뷔페 쾌감’은 좀 덜하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CHUNG WOO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