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변종과 예측불허의 혼합. 당대를 논할 만큼 새롭고 현대적인 동시에, 깊고 두꺼운 뿌리. 흑인음악 기류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진보적인 일곱 뮤지션과 극적으로 인터뷰했다.
제임스 팬츠(James Pants)
80년대 부기와 뉴웨이브에서 출발해 50년대 리듬 앤 블루스와 로큰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 거침이 없다. 그 사이를 관통하는 건 노이즈다. 지글지글 뭐든 구기고 부러뜨러야 성미가 풀리는 심술쟁이처럼 어떤 악기도 얌전히 깨끗하게 두지 않는다. 단, 뭐든 쿵쾅쿵쾅 근사하게 바꿔놓기 일쑤라 문방구에서 파는 멜로디언도 그에게 맡기면 한몫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당신의 음악을 당신만의 언어로 묘사한다면?
라운지, 사이키델릭, 디스코, 프리 재즈 등이 조금씩 섞였다. 사실 장르라는 건 필요하지만 양날의 검과 같다. 그냥 모든 게 다 있다고 말하는 게 낫겠다. 그러나 내 음악을 힙합이나 알앤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양한 교배가 가능한 확장성과 변종 가능성이야 말로 흑인음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진보적’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 단서라고 생각한다. 과연 흑인음악의 어떤 요소가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독창적인 협업과 교배를 가능케 하는 걸까?
아마도, 드럼?
음악을 만드는 일은 음색이든 악기든 스타일이든 뭔가를 고르고 결정하는 일의 연속일 것이다.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특별히 어떤 기준을 세우기보다 그때그때 느낌을 따라가는 편이다. 어떤 것도 미리 계획하고 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당신의 음악에 어떤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뭘까?
나는 정말로 끔찍한 보컬이다. 절대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좀 더 부르다 보면 되레 사람들이 익숙해지려나?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을 들을까?
햄버거 가게에서 마주치는 ‘쿨’한 10대들.
그렇다면 당신은 요즘 무슨 음악을 듣나?
설렁설렁 돌려 듣다가 몇 개에 ‘꽂히면’ 그것만 듣는다. 이번 주엔 왝키스 레이블에서 나온 몇몇 요상한 음반들과, 선Sunn0))), 그리고 매니 프레시의 라이브 쇼를 제일 많이 들었다. 아, 내가 재미로 만든 이국적인 노래들도.
당신의 데뷔 앨범은 80년대 부기나 뉴웨이브와 많은 연관이 있었다. 지금은 50~60년대를 탐험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뮤지션이 80년대의 음악을 재현하려 노력한다. 과도한 붐이 당신 음악이 바뀌는 데 영향을 미쳤나?
그렇다. 80년대에 지쳤다. 물론 첫 번째 앨범에선 그 시절의 사운드를 많이 사용했다. 80년대는 많은 실험이 벌어진 훌륭한 시기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 시기를 좋아하는 건 그때 처음으로 클럽을 위해 마스터링된 음반이 나왔기 때문이다. 드럼 머신은 생 드럼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난 80년대 비슷한 것만 나와도 꺼버린다. 빠른 인기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레트로’한 음악을 만드는 것이지만, 길게 보자면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당신 음악은 점점 록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여름에 발매한 EP은 흡사 비모어B-More를 방불케 하는, 힙합을 기초로 한 댄스 음악에 가까웠다. 일렉트로 펑크나 댄스, 힙합같이 당신이 초창기에 즐겨 연주하던 음악은 이제 이와 같은 비정규 앨범에서만 들을 수 있는 건가?
아마 그럴 것 같다. 을 만든 건 순전히 미시 엘리엇과 작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앨범은 나왔다. 적당한 래퍼만 있다면 랩 음반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당신이 피넛 버터 울프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음반 수집가였기 때문이다. 레코드를 살 때 어떤 노하우가 있나?
두 가지다. 이름 한번 못 들어봤거나, 표지가 예쁘거나.
샘플을 사용하기보다 연주하는 걸 즐긴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샘플을 사용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코드 진행이나 키를 전환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만날 판만 뒤지고 앉아 있을 순 없다. 영영 끝나지 않는 일이다. 난 음악을 빨리 만드는 게 좋다. 난 내가 연주하면 내가 원하는 소리를 정확히 만들 수 있다.
당신은 거의 협업을 하지 않고 모든 걸 혼자 해결한다. 그런 방식엔 어떤 장단점이 있나? 100퍼센트 잘 맞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한 협업은 힘들다. 음악은 물론이고 성격도 잘 안 맞는다. 나는 제임스 브라운 같은 독재자를 좋아한다.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SAMANTHA BEARDS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