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소니 MDR-DS6500
10년 전, AV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TV였다.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극장에 가는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은 소리 때문에 극장에 간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 원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큰 음량이 아쉽다. TV야 집에 1백 인치 스크린을 단들 누가 뭐라 하겠냐만, 스피커는 바우어앤윌킨스건 보스건 맘 먹고 음량 올리기 힘들다. 그래서 최후의 보루는 헤드폰. 특히 멀티채널 헤드폰은 영화, 게임 마니아에겐 구원과도 같다. 크게 들어야 제맛인 건 음악만이 아니다. 영화와 게임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선 높은 음량이 필요조건이다. MDR-DS6500은 그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으로 바꿔줄 수 있는 제품인지도 모른다. MDR-DS6500의 가상 7.1채널은 5.1채널, 2.1채널의 소리를 증폭시켜 방향감을 제공한다. 왼쪽과 오른쪽에 국한되던 소리를 사방에서 쏟아질 수 있게 바꿨다. 레골라스의 화살이 어디서 시작돼서 어디를 향하는지, 안 봐도 DVD다. 문제는 ‘.1’이다. 우퍼를 나타내는 이 숫자가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헤드폰에서 공간감을 요구하는 건 이대호에게 도루를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사람이나 기계, 똑같이 힘들다. 그래도 방법이 있다면, 저음 부분을 강화해서 그나마 소리가 ‘빈’ 느낌이 덜 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MDR-DS6500은 저음 부분도 약하다. 그래서 방향성만 있을 뿐 웅장함은 덜하다. 어쨌든 멀티채널 헤드폰이 할 수 있는 일인 소리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에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대호가, 왜 도루를 못하냐고 묻는 꼬마 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홈런 치면 됩니더.” 가격은 최저가 25만원대.
RATING ★★★★☆
FOR 홈런왕.
AGAINST 5툴 선수.
삼성 WB700
WB 550을 써봤다면, 삼성 카메라에 대한 이미지는 꽤 좋은 편일 것이다. 그러나 후속 제품인 WB 650을 써봤다면, 삼성 카메라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WB 650의 문제는 가격이었다. 가격을 보고 놀라서 눈을 흘기게 되는 대목은 GPS와 아몰레드 LCD였다.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한 항목이 아니었기에, 희생양으로 낙점되기 쉬웠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비난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사용자 리뷰의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았다. “내가 찍은 사진 위치를 저장해놓고 지도에서 불러오면 재밌어요. 얼마나 움직였는지도 알 수 있고, 어느 위치에서 찍었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이런 반응은 삼성 카메라에 대한 한결같은 의심의 눈초리 “카메라 본연의 기능에는 관심이 없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WB 700를 보고 든 첫인상은 “급한 불은 껐다”는 것이다. GPS가 빠졌고, 액정도 TFT LCD로 교체했다. 가격은 그것만으로 10만원가량 떨어진 최저가 36만원대.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이건 화재 진화가 아니라 증축이라고 보는 게 옳다. 가로와 세로를 약 1센티미터씩 줄이면서도 망원줌 배율은 18배로 더 높였다. 35밀리미터 환산 24~432밀리미터면, 타 고급형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화각이다. 게다가 렌즈는 슈나이더 광학의 제품을 사용했다. 디지털 손떨림보정과 광학 손떨림보정을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 IS 모드 역시 전례와 같이 ‘부가기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카메라 본연의 기능’에 기여한다. 완전 수동 모드 지원이라는 뜻밖의 수확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찍은 결과물을 보면 증축이 아니라 재건축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삼성 카메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온 작은 CCD 크기와 특징적인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의 부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WB 700의 후속작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될지는 거기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RATING ★★★☆☆
FOR 카메라 근본주의자.
AGAINST 보다 심각한 카메라 근본주의자.
- 에디터
- 정우영
- 포토그래퍼
-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