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2011.10.07강지영

감추는 것 같으면서도 적나라한, 기괴하고도 수상쩍은 남자 릭 오웬스의 책.

만약 당신 곁에 우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에게 릭 오웬스의 사진을 보여줄 것을 권하겠다. 어린 것은 너무 놀란 나머지 당장 울음을 뚝 그칠테니까. 그로테스크의 제왕, 깊고 불길한 어둠의 마왕, 릭 오웬스. 몇 해 전 그를 파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우리는 각자 루 리드의 공연을 막 보고 나온 참이었다. 루 리드가 던진 기타 피크를 기적적으로 낚아채고 광분할 때, 전혀 찰랑이지 않는 긴 생머리에 어딘지 썩은 것같은 남자가 활짝 웃어줬다. 그는 곁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는데, 손이 엄청나게 따뜻했다. “축하해.” 갈라질 것 같은 외모와 달리 목소리는 촉촉하고 윤택했다. 회색 하드커버로 감싼 크고 빳빳한 책 <릭 오웬스>에는 그날 파리에서처럼 솔직하고 사적인 릭의 모습이 넘친다. ‘아방가르드’와 ‘그런지’에 가려진 섬세한 서정도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칼 라거펠트와의 수다, 올리비에 잠의 긴 인터뷰도 흥미롭지만 역시 가장 흥분되는 건 사진들이다. 3백 페이지 분량의 책 안에는 릭 오웬스가 뽑은 내 인생의 사운드트랙 10곡도 들어 있는데, 데이비드 보위의 ‘스위트 띵’, 이기 팝의 ‘펀 타임’, 줄리 런던의 ‘소피스티 케이티드 레이디’, 푸치니의 ‘네순 도르마’가 섞여 있다.

    에디터
    강지영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