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굴레를 벗어나 2

2012.02.06유지성

김승현의 행보는 수수께끼 같았다. 말은 꼬리를 물고 퍼지는데, 주인공은 코트에 없었다. 14억을 포기하고, 마침내 진짜 김승현이 나타났다.

김승현은 코트에서처럼 많이 웃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선 필요한 말만 했고, 몸은 그보다 성실하게 반응했다. 김승현에 대한 오해는 어디서부터 출발한 걸까?

김승현은 코트에서처럼 많이 웃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선 필요한 말만 했고, 몸은 그보다 성실하게 반응했다. 김승현에 대한 오해는 어디서부터 출발한 걸까?

2009년, 결국 이면계약의 미지급금과 관련해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 탓에 1년을 통째로 쉬었다. 구단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믿었나? 그렇다. 내가 계약하자고 한것도 아니고 구단에서 하자고 한 건데. 자기들이 하자 그래놓고 계약을 어기고…. 1심에서도 이겼기 때문에, 진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봤자 나는 농구를 못하게 된다. 내가 얻는 건 돈… 큰돈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이번에 깨달았다.

NBA처럼 선수노조가 있다면 좀 달랐을까? 한선교 총재님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야 구단과 선수의 갈등이 없어진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총대를 메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건가? 그러면 해야지. 그런데 지금 만들면 오세근이나 김선형 같은 선수가 회장을 해야 된다. 김주성 선수라든지. 2002년도에 나한테 회장 하라고 했었다. 그때 내가 잘나가고 그랬으니까.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괜히 했다가 다친다. 야구의 강병규 선수처럼.

어쨌든 일이 잘 해결되었고, 당신은 이적했다. 왜 꼭 삼성이었나? 당신이 거액을 포기하면서 요구한 유일한 단서는 원하는 팀으로의 이적이었다. 딱 모르겠나?

의료시설과 출전 시간 때문이라고 얘기한 기사를 봤다. 하지만 삼성과 함께 거론되던 LG로 갔어도 많은 시간을 뛸 수 있지 않았을까? 트레이드 상대가 당신과 같은 포인트가드 김현중이었으니까. 지금 당장보다 꾸준히 내 몸을 만들 수 있는 팀으로 오고 싶었다. 다른 선수들에게 삼성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여기서 농구 하면 아프지 않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기도 하고. 농구의 인기를 위해선 서울 팀이 잘되어야 한다. 내 입장에선 너무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드는 구단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라는 시선도 있었다. 난 의외의 경우다. 14억, 15억을 포기하는 대신 내 말 한마디만 들어달라는 거였다. 구단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 대신 내가 원하는 거 한 가지만 들어달라. 그런데 그것도 안 들어주려고 했다.

14억이 쉽게 포기할 돈은 아니었을 텐데. 내 입장이 되어보면 누구나 다 포기 안 한다고 할 거다. 어떻게 포기하나? 자신이 겪지 못한 일을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

복귀 후 오리온스전에서 특히 맹활약했다. 어시스트도 7개나 했다. 좀 악이 받쳤을까? 그런 거 전혀 없었다. 코트에 너무 빈 곳이 잘 보였다. 그렇다고 오리온스가 수비를 못했다는 게 아니고, 미스 매치되는 경향이 있어서 이승준 선수를 많이 이용했다. 이번에 오리온스가 연고지를 고양으로 옮겼는데, 원래 연고지였던 대구에서 했으면 좀 기분이 이상했을 것 같긴 하다.

복귀 후 벌써 열 경기 넘게 뛰었다. 뭐가 제일 아쉽나? 수비. 원래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일단 스피드를 빨리 보완해야 한다.

제대로 한판 붙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포인트가드는 코트에서 가장 먼저 상대를 1:1로 만나는 포지션이다. 어떤 한 선수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냥 이 팀을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그런 욕심은 없다.

턴오버가 많다는 지적은 어떤가? ‘턴승현’이라는 별명도 있다. 신경 안 쓴다. 좋은 플레이가 나오려면 턴오버 한두 개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자꾸 신경 쓰면 위축된다.

당신의 전성기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서서히 데뷔하고 있다. 어떤 조언을 해주나? 많은 얘길 하진 않고, 일단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라고 얘기한다. 우리 팀 선수들은 너무 다 착해서 문제다. 독한 놈들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당신은 독한가? 나 착하다. 너무 착하다.

편견은 어떤가? 게으르다거나, 사생활 얘기라던가.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를 보고 나를 알고 나를 느낀 분들은 잘 알 거다. 그런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김승현 저렇다더라, 그런 건 신경 안 쓴다.

‘천재’ 같은 말이 오히려 독이 된 건 아닐까? 천재? 나 정말 노력파다.

당신을 수식하는 말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관형어는, ‘타고난’이다. 패스 감각은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내 몸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유영규
    스탭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어시스턴트 /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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