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필라티가 이브 생 로랑을 떠났다. 그의 피날레를 당분간 못본다. 너무 멋있어서 맙소사 소리가 절로 나오는 필라티의 피날레룩만 모았다.
1. 2005년 3월 재킷이 길고 팬츠 길이도 어중간해서 재단사들이 권하는 수트 평균치에서 한참 벗어난 룩이다. 키 작은 사람은 꿈도 못 꿀, 인정머리 없는 수트의 비율도 필라티에겐 덤덤하게 어울린다.
2. 2005년 10월 다리가 기이할 정도로 길어 보인다는 필라티의 팬츠 ‘핏’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일자로 뚝 떨어지다가 종아리 중간 부분부터 슬쩍 좁아지는 팬츠는, 발목에서 댕강 자른 딱 부러지는 길이가 핵심.
3. 2006년 1월 옷핀, 양말과 함께 필라티 3대 액세서리로 불리는 스카프. 한 번 돌려 매기, 짧게 묶기, 두 번 감아 양쪽으로 늘어뜨리기 등등 그가 선보인 수많은 스카프 연출법 중 이날 택한 건 카디건 안에 얌전히 넣어두기.
4. 2006년 7월 비싸고 좋은 옷을 망칠 세라 덜덜 떠는 대신 함부로 입은 듯한 분위기가 통쾌하다. 겨자색 리넨 재킷과 검정 캐시미어 피케, 회색 울 팬츠, 소재와 색깔 배합도 세련됐지만 포켓치프처럼 구겨 넣은 스카프와 보라색 실크 양말이야말로 ‘디테일’의 황제답다.
5. 2007년 6월 흔한 착장이지만 필라티가 입으면 어디서도 못 본 스타일이 된다. 이게 다 페인팅 구두와 펠트 소재 벨트, 그리고 허를 찌르는 검정 양말 덕분이다.
6. 2009년 6월 긴 휴가를 지내고 심하게 그을려서 돌아온 후. 흰색 면 티셔츠와 검정 바지, 검정 구두로 조촐하게 입었다.
7. 2009년 10월 이 룩처럼 앞쪽에 뭔가 커다란 비밀이 있는 것 같은 바지를 입었을 땐 셔츠 단추마저 생략한다. 그래서 그가 가끔 입는 ‘아방가르드한’ 옷들은 전혀 우습지 않다.
8. 2010년 1월 낙타색 캐시미어 니트 안에 입은 건 실크 재킷이다. 소매와 칼라, 밑단에만 구슬 장식이 달린 재킷을 니트 안에 입으니 도대체 저 예쁜 건 뭔가 싶다.
9. 2010년 10월 몸에 찰싹 붙는 카디건에 광택이 있는 날씬한 팬츠를 입고 스웨이드 첼시 부츠와 악어가죽 벨트를 더했다. 여기서 핵심은 색깔이다. 남색은 자그마치 이 정도의 색깔이다.
- 에디터
- 강지영
- 포토그래퍼
- FAIRCHILD ARCHIVE/ MONT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