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빼어난 장인과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만든 쓸모 있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의 독창적인 생김생김.
박종선
잘생긴 사방탁자를 하나 들인다면, 그래서 그곳에 백자 하나 올려놓을 여유를 부린다면 좋아라, 좋을 것이다. 박종선이 알차고 반듯하게 만든 가구는 여지없이 조선 선비의 사랑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남자들이 향유했던 것들, 또한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죠.” 당연히 중심엔 책상이 있고 의자가 있고 캐비닛이 있다. 책상엔 서랍이 달렸는데, 덜렁거리지 않도록 설계한 다른 서랍이 그 속에 들어차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조선 선비가 느끼지 못했을 21세기의 리듬. “기술적인 부분은 전통 가구 장인께 수업을 받았습니다만, 결국 배운 것은 정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성이 담보할 수 있다면 그건 뭘까? 나무가 있고, 선이 있고, 면이 있다는 것은 같으니, 박종선의 가구에 강처럼 흐르는 곧은 기품이야말로 정성이 아닐는지.
이헌정
이헌정의 작품을 대하면 한번 안아보고 싶어진다. 두덕두덕 둥그스름 감자 같고 두부 같고 때로 개구리 같기도 한 그것들은 “넌 어쩌다 그렇게 생겼니” 쓰다듬고자 손이 앞서 나간다. 브래드 피트가 샀다는 덩그런 탁자부터 신사동 ‘바다디자인 아틀리에’에 놓인 버섯 만한 문진까지 한결같이 그렇다. 천진하고 따뜻하고 눈에 선하다. 그러니까 이헌정은 가마 앞에서 도기를 깨버리는 식의 도공이 아니다. “저는 깨지 않아요. 가만 두고 보면 그것대로 예뻐요.” 노랑을 칠해야지, 빨강을 드러내야지, 이번엔 파랗게 해야지 하는 의도도 없다. “받아들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누군가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거 같은, 도자기를 할 땐 그런 태도를 갖게 돼요.” 그렇게 빚은 것들은 단독조명을 받는 특별한 곳이 아니라 그저 어딘가 놓여 있고, 어쩌다 눈에 띄면 팔 벌려 안고 싶어진다.
길종상가
이슬람사원 근처 서울의 한 꼭대기에 길종상가는 있다(또한 온라인에도). 현재 길종상가에서 가장 활발한 상점은 박가공이 주인인 ‘한다 목공소’다. “목공소에서 하는 일은 다 해요.” 하지만 그의 목공소는 다르다. 한눈에 다르다는 걸 알겠는 생김, “앗! 이것은!” 싶은 것들. 대개는 주문 제작인데 과정이 재미있다. “일단 주문자의 얘기를 듣죠. 그냥 여러 얘기를 들어요. 때로는 놓일 곳에 가보기도 해요.” 그러고는 완성될 때까지 모든 게 비밀이다. 그래서일까? 길종상가의 작품엔 어쩐지 친구가 만들어준 것 같은 ‘우정’이 보인다. 참신한 감각과 다부진 기술로 쓸모 있고 어울리는 확실한 물건을 (적정가에) 만드는 것. 그건 개인과 도시 모두의 소원 아니었나? bellroad.1px.kr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More, COURTESY OF SEOMI GALLERY, COURTESY OF 길종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