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 강정호가 가면을 벗었다. 아직 전성기는 아니라고 했지만, 시상식에서 뭘 입을지는 고민 중이다.
오늘(8월 16일)은 경기 중 우천 취소된 화요일을 포함하면 5일 만의 경기다. 마침 2선발 벤 헤켄의 선발 복귀전인데, 힘이 좀 나나?
벤 헤켄이 오랜만에 나와서 적응해야 하니까, 야수들이 많이 도와줘야 될 것 같다. 수비도 열심히 하고, 점수도 많이 내야 한다.
벤 헤켄뿐만 아니라 송지만, 유한준, 김병현, 이정훈이 한꺼번에 돌아온다. 다들 자리를 비운 탓에 한동안 짐이 무거워 보였다. 이젠 좀 덜 수 있을까?
투수도 투수지만, 아무래도 타선에 (박)병호 형이나 (이)택근이 형이 있을 때랑 없을 때가 확실히 다르다. 내 뒤에선 또 (유)한준이 형이 잘 쳐주니까. 이제 치고 올라가야지. 다들 지쳐서 몸이 좀 안 따라줬던 것 같다. 욕심 버리고 쫓기는 맘 없이 유연한 자세로 가자는 얘길 많이 한다.
4강 욕심도 버릴 수 있나?
너무 4강, 4강, 하다 보면 잃는 게 많다. 쫓기기보다 도전하는 식으로 하자고 얘기한다.
넥센은 어쩐지 전반기에 1~2등 할 때도 싱싱한 도전자의 면모가 엿보였다.
도전자는 실패해도 또 도전하면 되니까. 우리 팀이 거침없는 야구를 하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1위할 때 기분은 어땠나? 2006년 입단 이후 거의 처음 아니었나?
2006년엔 시즌 초부터 팀이 잘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올해는 막상 시즌 시작하고 나니까 다들 잘했다. 팀 야구가, 대단한 팀 야구가 이런 거구나, 느꼈다. 다시 다들 복귀하니까 올라갈 수 있다.
후반기에 팀이 흔들렸던 건 체력 문제가 제일 컸을까?
글쎄, 아무래도 어린 선수가 많다 보니까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체력관리도 경험이니까.
지난해 KBL 우승을 차지한 인삼공사의 2년 차 가드 박찬희는 와의 인터뷰에서 “농구 한두 달 하는 것도 아니고, 형들이 20년씩 했다면 저희도 15년, 12년 정도 한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동의하긴 좀 어려울까?
확실히 풀 시즌을 뛰어본 사람과 처음 뛰는 사람은 차이가 난다. 나는 그래도 몇 년 뛰었고, 병호 형은 올해 처음 풀타임이다. 정말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병호 형이 나한테 많이 물어본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냐고.
모 일간지의 전반기 타자 MVP 투표에서 4할 타자 김태균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슬로 스타터였는데, 올해 초반에 잘 풀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맘이 들어올 여지 없이, 자신감만 있었다. 그래서 잘된 것 같다.
한편 홈런이 안 나온 지 50일이 넘었는데, 조바심 안 나나?
홈런에 대해선 크게 신경 안 쓴다. 다만 타격 밸런스가 좀 흐트러져서 문제지.
요즘 TV 중계에서 홈런 1위 박병호가 홈런 치고 들어오면 자꾸 카메라가 강정호를 비춘다.
하하하. 난 병호 형 홈런 치는 거 되게 좋은데. 서로 칭찬해주고 그러는데….
박병호도 박병호지만 이택근도 있다. 현대 시절부터 유난히 잘 따르지 않았나?
맞다. 택근이 형은 확실히 팀에 필요한 선수다. 시합하다 보면 게임을 풀어가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도루도 할 수 있어야 되고, 한 방 칠 수도 있어야 되고. 그런 걸 택근이 형이 잘한다.
이택근이 팀의 에이스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
에이스는 강정호인가?
아니다. 에이스는 병호 형이다.
팀 수비의 중심인 유격수로서 중심타선에까지 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유격수 수비랑 방망이랑은 별개로 여긴다. 유격수 하면서 방망이 약하다, 같은 소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수비는 수비고, 방망이는 방망이다, 라고 생각한다.
포수랑 유격수는 수비 안 되면 불합격이다, 같은 말은 납득이 어렵나?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도 4번 타자는 좀 버거웠나? 지난해 4번 타자로 기용됐는데, 성적이 예년 같지 않았다.
병호 형도 없고 택근이 형도 없고 그랬으니까. 모든 타깃이 나한테 오는 것 같았다. 같이 못 치고 팀도 어려워지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박세준
- 스탭
- 어시스턴트 / 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