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와 제이크 1

제이크와 제이크 1

2016-02-18T16:57:28+00:00 |ENTERTAINMENT|

제이크 질렌할의 얼굴은 여러 가지다. 데이트하는 모습, 미친듯 자전거 타는 모습, 모르는 사람의 주차 요금을 내주는 모습…. 그런데 그게 진짜일까? 그는 그저 인상 좋은 동네 청년일까, 아니면 기세등등한 카멜레온일까?

의상 협찬/ 모두 구찌.

의상 협찬/ 모두 구찌.

일식 레스토랑 ‘엔’ 밖으로 수많은 제이크 질렌할이 지나간다.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도니 다코>에서부터 SF 스릴러 <소스 코드>에서까지, 그가 보여준 똑똑이 타입의 남자들이 자꾸 보인다. 또 다른 이들은 질렌할이 보여준 섹시한 육체파를 닮았다. <자헤드: 그들만의 전쟁>의 근육질 해병이나 <브라더스>의 전과자, 엉덩이 노출을 서슴지 않았던 <러브 앤 드럭스>의 제약 영업사원 같은 얼굴들. 심지어 만화에나 나올 복근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페르시아의 왕자> 버전의 질렌할도 있다. 질렌할이 한결 같은 매력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보통 사람 같다는 점이다.

특급 스타, 아트하우스 배우, 독립영화의 제왕. 제이크는 이 모든 것에 해당하는 동시에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브래드 피트와 같이 이름만으로 통하는 대명사가 되기에도 미묘하게 모자라다. 그러나 곧 개봉할 <엔드 오브 왓치> 이후에는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LA 사우스 센트럴의 경찰로 출연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유례 없이 순수한 남성성을 분출했다. 실제로 나는 그가 영화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삭발머리에 이종격투기 선수 같은 육체를 겸비한 180센티미터 가량의 사나이에게 인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질렌할이 택시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거의 기절할뻔 했다. 그는 파란 셔츠에 칙칙한 갈색 치노 팬츠를 입은 후줄근한 털북숭이였다.

수염은 준비 중인 또 다른 역할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토론토에서 촬영 중인 <언 에너미>에서 찌질한 역사 교수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나는 <엔드 오브 왓치>의 근육질 경찰은 어디로 갔냐고 묻는 것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질렌할은 최근 뉴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최근 가십 잡지들은 그를 자전거로 약속과 모임을 다니는 구제불능의 피트니스 중독자로 묘사하고 있었다. “사이클 안 한 지 오래됐어요. 이제 달리기 안 해요. 몸에 신경을 쓰고 체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일은 지금 연기하는 배역의 에너지와 어울리지 않아요.”

우리가 만날 즈음에 그는 완벽히 캐릭터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는 토론토에서 아침 내내 촬영하고, 뉴욕으로 다시 날아와 이 저녁 식사 바로 전까지 한 무더기의 미팅을 거쳤다. 내일은 더 바쁠 것이다. 곧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릴 그의 미국 연극무대 데뷔작, <If There Is I Haven’t Found It Yet>에 등장할 여러 배우의 오디션을 봐야 하고, 일요일 내내 있을 <언 에너미>의 촬영을 위해 밤 비행기로 토론토로 돌아가야 한다. “살아오는 내내, 어떤 촬영을 하든 전 스스로에게 뭔가 진짜이길 요구했어요. ‘제발, 그냥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해줘요. 취재해서 나오는 것들이며, 이 캐릭터가 포크를 잡는 방법 같은 건 우리가 진실을 깨달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라면서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2011년 <소스 코드>의 프리프로덕션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의 진화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한 병사가 과학 기술을 통해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로, 대형 참사가 벌어진 8분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 설정에 그는 깊이 공명했다. 그리고 <엔드 오브 왓치>는 질렌할이 할 수 있는 도전의 정점이다. 유혈이 낭자하는 102분짜리 이 영화는 질렌할이 연기하는 테일러 경관과 그의 파트너 사이의 유대관계를 동력으로 삼는다.

질렌할의 힘들이지 않는 연기 스타일은 <도니 다코>에서부터 유명했지만, 이 영화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모든 걸 통제하고 있는, 안정된 경찰을 상상했어요.” <엔드 오브 왓치>의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가 말했다. 테일러 경관은 사우스 센트럴의 경찰들 주변에서 성장한 사람이었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질렌할은 제가 예상치 못한 수많은 연기를 내놓았어요. 믿기 힘들 지경이었죠.” 질렌할은 영화를 치밀히 준비하기 위한 몇 가지 도전을 했다.
질렌할이 말했다.

“22일짜리 촬영을 5개월 동안 준비했죠. 한 주에 3일을 경찰과 돌아다녔어요. 겐보 가라데 도장에서 매일 아침 무술 훈련을 받았는데 실컷 얻어 터졌죠. 그 다음엔 사격장에 갔어요. 서로의 머리를 스쳐 지나도록 총을 쐈어요. 실탄으로요. 극중의 화재는 조작해서 만든 거지만, 데이브는 우리가 화재를 직접 경험해보길 바랐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화재를 직접 겪어보게 했죠.”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이 영화의 요구를 이해했지만, 질렌할만큼 잘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계속 말했다. “어느 날 저와 마이클 페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방관 차림을 하고 오렌지 카운티에 간 적이 있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불타는 건물의 한가운데였어요.” 이야기는 그가 오래도록 생활한 촬영장의 인간관계로 흘러갔다. 그의 서른한 번째 생일 파티에 초대된 손님의 반은 20년 지기 친구들이었고, 나머지 반은 최근에 만난 LAPD 경관들이었다. 질렌할이 밤새 이야기를 나눈 건 바로 경관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