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개그콘서트>를 지키는 남자. 아이라인을 눈보다 크게 그린‘ 갸루상’ 박성호는 몇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걸까?
경력에 비해, ‘라인’ 같은 건 없어 보인다. 갈갈이 패밀리라든지, 김준호 사단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아니다. 그래도 나만의 안 보이는 라인이 있다. 황현희, 최효종, 정범균 이런 친구들…. 다 아이디어 좋기로 유명한 이들이다. 특히 황현희는 나와 호흡이 잘 맞는다. 최효종, 정범균도 나와 아이디어 짜는 방식도, 개그 스타일도 비슷하다.
예능에서 웃자고 한 말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당신이 후배의 아이디어에 더불어 가는 게 많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정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말 하려고 후배가 한 얘기다. 내가 어떤 선배인지 정확한 답변을 알고 싶으면, 지금 <개그콘서트> 개그맨 몇 명에게 익명으로 전화해서 물어보면 다 나올 거다. 그러니까, 뭐 이런 건 있을 수 있다. 회사로 예를 들자면, 사원 하나가 그 회사의 기밀을 빼냈다 그러면 “그래? 아주 능력 있는 친구인데 한 번 정도는 눈감아 주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근데 계속해서 정보를 빼가면 어떻게 하겠나? 짤리겠지? 그렇겠지? 나도 그런 거다. 게다가 난 아주 약한 걸, 이건 누가 가져가도 가져가는 아이디어를, 남들은 그냥 이면지 쪼가리라 생각하고 버린 아이디어를, 난 그런 걸 가져다가 약간 포장을 해서 살린 거다. 회사의 일급비밀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사실 계속 그랬다면 이런 조직 사회에서 15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칼을 맞아도 두세 방은 맞았지, 안 그렇나?
후배들이 답답할 때는 없나?
답답한 부분이 있어도 함부로 어떤 해답을 알려주거나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함구하고 있다. 근데, 좀 위험에 처한 것 같을 때, 소속사와의 계약에 관한 일이라든가 아니면 진로 문제라든가, 그런 일이 있을 땐 이야기해준다. 후배들은 인기가 많아지면 대개 너무 조급해진다. 인지도가 있을 때 회사 계약도 빨리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있다. 거의 백에 구십은 그렇다.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 언제 다시 인기를 얻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거 아무 소용없다. 개그는 본인의 노력이 거의 백 프로라고 보면 된다. 물론, 기획사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때 타이밍을 잘 잡아야지. 그 타이밍은 내가 지금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니까.
스스로의 경력에 대해서도 조급함이 없는 것 같다. 비슷한 또래가 예능 MC로 치고 나갈 때도 당신은 쫓기는 느낌이 없다.
음….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여러 개 하면서 정신없이 활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뭐 잡다한 거 하고 싶지도 않고, 여기저기 얼굴 많이 비추면서 아등바등하는 것도 좀….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나쁜 생각일 수도 있는데, 무엇이든 나에게 영양가가 없으면 별로 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안 될 게 뭐 있나? 선택의 문제인데.
그런가? 해도 되나? 여기저기 출연하면 돈은 벌겠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소중하다.
그렇게 지켜온 나만의 시간에는 뭘 하고 노나?
주로 사우나 가고, 운동한다. 진짜 안 해본 운동이 없다. 탁구를 좀 좋아한다. 유승민 선수랑 되게 친해서 한번 붙어봤는데, 봐주면서 치는데도 효도르와 아홉 살짜리 학생이 탁구를 치는 것 같았다.
탁구가 그렇게 재밌나?
탁구는 정말 묘한 운동이다. 내가 탁구를 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열심히 쳐도 실력이 진짜 안 느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진짜 죽도록 쳤다는 생각이 들어도 실력은 그대로다. 아주 ‘쪼끔씩 쪼끔씩’ 는다. 그런 맛에 오히려 탁구에 자꾸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개그도 탁구 같을까?
개그는 완전히 다르다. 그 사람의 타고난 끼와 능력이 육칠십 퍼센트고 나머지가 노력이다.
당신은?
난 솔직히 육칠십보다는 많지 않을까?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박세준
- 스탭
- 스타일리스트/ 남경민, 헤어/ 지석(스와브17), 메이크업 / 이가빈(스와브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