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지드래곤, 서른여덟 버벌. 충격과 도발, 새로움과 파격이라면 뭐든지 환영하는 두 남자.
촬영할 때 보니, 더 진지해진 것 같아요.
저 되게 가벼워 보여요?
신나게 즐기는 쪽을 기대했달까요?
음악 할 땐 즐기는데 화보나 다른 일은 달라요. 잘하는 게 아니니까 실수를 줄이려고 긴장 아닌 긴장을 하는 것 같아요.
‘내 나이 열셋’ 불렀을 땔 기억해요. 그때로부터 달라진 게 있다면요?
음… 나이 들어서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그대로예요. 환경은 많이 달라졌죠. 그때는 어려웠으니까. 그 나이에 음악 찾아 듣기도 어려웠고, 무대 한 번 서기도 어려웠고.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기 좋은 환경이죠. 남들 보기엔 부러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만큼 어릴 때 남들보다 더 했던 것 같아요. 보상받는 느낌? 그런 거라 요즘은 마음이 좀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많이.
‘내 나이 열셋’, 그리고 ‘소년이여’에서 똑같이 말하듯 “G-Dragon, 남들이 뭐라건”은 그대로인 거겠죠?
그렇죠. 그때는 안에 뭐가 없는데 일부러 남들한테 보이기 위해서 그랬던 거라면, 지금은 어… 안에 뭔가 있으니까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이번엔 버벌의 앰부시와 협업을 했죠. 앰부시의 어떤 부분이 맘에 드나요?
너무 메이저가 아니라 좋아요. 뮤지션이 자기 브랜드를 갖고, 키우는 게 쿨해 보였어요. 제가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해서, 처음 버벌 만났을 때 많이 물었어요.
지드래곤의 음반에 다른 뮤지션이 피처링하는 건 익숙하지만, 다른 음반에 참여하는 지드래곤은 낯설어요. 앰부시는 후자의 경우일 텐데, 어땠나요?
일단 제가 모르는 세계니까요. 그 친구들이 어쨌든 먼저 일궈낸 성과가 있으니까 많이 배우려고 해요. 나중에 제 브랜드를 낼 때 풀어볼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좋은 선배 같은 느낌?
여전히 간절히 갖고 싶은 게 있나요?
간절히 갖고 싶은 거… 지금 현재요? 아직 안 나왔지만 이브 생 로랑이 너무 갖고 싶어요. 에디 슬리먼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컬렉션 보지도 않았지만 일단 나오면 빨리 보고 싶고 갖고 싶어요.
발매된 것 중에 가질 수 없는 건 없겠죠?
솔직히 없어요. 구하면 다 구합니다….
지난 빅뱅 음반의 ‘Bad Boy’부터 빅뱅이 다시 힙합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시간이 5년, 6년 걸렸을 뿐이지 처음 시작부터 빅뱅은 힙합 그룹이었어요. 남들이 안 좋아하는데, 무턱대고 처음부터 우리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건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엔 아이돌 음악이나 다른 여러 가지 음악을 하면서 인기를 얻고, 믿음이 가는 그룹이란 타이틀이 생겼을 때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풀면 대중들이 따라올 거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힙합을 다시 몰래 조금씩 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궁극적인 목적은 힙합이란 장르를 다시 대중화시키는 것.
역시 음악과 패션은 한 덩어리죠?
네. 사람들이 저보고 패셔니스타라고 하는데 그거… 좀 낯간지러워요. 그냥 음악 좋아하고 옷도 좋아하고 해서 저대로 푸는 것뿐인데. 물론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한데, 옷 잘 입는 사람들은 정말 많잖아요. 저도 외국 사람들 보면서 옷 잘 입으면 그걸 따라할 때도 많고….
요즘엔 누가 제일 멋있어요?
음… 요즘엔 M.I.A가 멋있어요. 여자인데 멋있어요. 남자는 멋있는 사람 너무 많은데, 개인적으론 퍼렐을 참 좋아해요.
‘One of a Kind’ 뮤직비디오를 보곤 에이샙 락키가 생각났어요.
얼마 전에 ‘Peso’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되게 좋았어요. 옛날 힙합인데 껄렁껄렁한 그 느낌이…. 저도 하고 싶었던 걸 먼저 한 걸 보니까 좋더라고요.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뮤직비디오였어요.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외국 뮤직비디오들 보면서 쇼크 받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노래나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 전부 좀 밋밋했는데, ‘Peso’가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좋았어요.
‘COMME des FUCKDOWN’ 모자가 어느새 유명세를 탔어요. 자기가 입었던 걸 남들이 입는 걸 보면 기분이 어때요?
좋죠. 좋아요.
좋긴 한데, 더 이상 입고 싶진 않다거나….
예전엔 그랬어요.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제가 입었다고 쳐요. 제가 최초도 아니었을 테지만 방송에 나온 뒤에 사람들이 그 옷을 많이 입으면 전 그때부터 안 입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이해가 안 가요. 그런데 제가 처음 만든 옷을 사람들이 입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요번부터 그렇게 많이 하는데….
예를 들면 지방시의 스펠링을 바꾼 ‘지용시’ 모자?
예를 들면. 하하. 그냥 폰트 하나 파서 쓰고 다니는 모자, 후드 같은 걸 사람들이 입는 걸 보면 좋더라고요. 파는 게 아닌데도.
뮤직비디오에선 좀 망가지기도 했어요. 마냥 멋있지만은 않은 옷을 입는다거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다거나. 새롭고 좀 반가웠어요. 이젠 그런 것도 상관없나요?
맞아요. 예전엔 너무 쟀던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별로인 모습은 보이기도 싫었고,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음악을 설명할 수 있고,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길이면 망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면도하는 건 못 봤던 장면이잖아요. 멋있는 척, 센 척하는 건 익숙할 테니까, 계속 그런 모습으로 나오면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어떤 포즈를 취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너무 잘 아는 사람이죠. 어느 정도까지만 망가져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을까요?
저도 모르게 잡는 게 있겠죠. 그런데 더 론리 아일랜드도 그렇고, 망가질 거면 제대로 망가지는 게 낫지 어설프면 보기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망가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 안에 안 보이는 수위가 있겠죠.
1년 반 전의 인터뷰에선 스스로를 늑대에 비유했어요. 이번엔 “곰보단 여우”라고 했죠?
음반 준비하면서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작년에 본의 아니게, 불가피하게 쉴 수 있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때 에너지를 아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니 생각도 많이 하고, 내면적으로 컸다고 해야 되나? 불미스런 일이라 죄송하지만, 필요했던 시간인 것 같아요. 안 되는 것에 대한 욕심을 많이 버렸죠.
뭔가 애착 있는 부분에서 실패해본 적 있어요?
음… 있죠! 무조건 있죠. 짝사랑도 많이 해봤고. 공부도 그렇게 잘한 게 아니고….
그렇지만 지드래곤은 언제나 이겨온 사람처럼 보여요. “잘나가서 죄송하다”는 가사가 자연스럽죠.
지금은 나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걸 해도 자신이 있으니까. 예전엔 자신감이 없었어요. 어릴 땐 키도 작고 왜소해서 정신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엔 트리플 타이틀곡, 전곡 뮤직비디오 같은 음악 외적인 콘셉트가 없어요. 역시 자신 있어서인가요?
솔로에, 미니 음반이라 제가 하고 싶은 걸 했어요. 음반에 딱히 콘셉트가 없어요. 좀 생뚱맞은 트랙도 있고, 1번 트랙이랑 2번 트랙도 이어지는 느낌이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거 다 넣고, 듣는 사람들이 기분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게끔 만들었어요. 자신감이라기보다 그냥 지금 제 생활이 그래요. 그래야 사람들도 더 좋아하는 것 같고.
그저 보여주고 싶은 걸 제일 먼저 보여줬다고 생각했어요. 전략적으로 하려고 작정했다면, ‘One of a Kind’가 마지막에 나오지 않았을까.
네 맞아요. 그냥 잘할 수 있는 것부터 보여줬고, ‘One of a Kind’ 하나로 제가 이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걸 충분히 이해시켰다고 생각해요. 뮤직비디오, 스타일링, 가사, 분위기 전부.
타이틀곡은 양현석 대표가 고른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나요?
작사를 많이 하는 편인데, 가사나 작가들의 글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거든요. 토씨 하나에 많은 게 바뀌잖아요. 사장님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바꿔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시는데, 가사만큼은 끝끝내 계속 미는 것 같아요. ‘그 새끼’도 그랬고.
이번 음반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요?
음… 점수. 70점은 되지 않을까요?
겨우?
70? 77! 77…. 못 매기겠어요. 3년, 5년 뒤에 들어봐야 매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홍장현
- 기타
- 스타일리스트: 지드래곤은 지은, 버벌은 윤YOON / 헤어: 지드래곤은 김태현(이가자 헤어비스 청담) / 메이크업: 지드래곤은 임해경, 버벌은 이가빈(Suave17) / 어시스턴트: 임동명, 정혜원, 이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