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꾸민다고 스타일이 생기진 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거기서 뭔가를 놓치고 있다.
지겹다 한물갔다 누가 보냐 해도, ‘원석을 발견하는 기쁨’이라는 측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꾸준히 매력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기획한 얼굴만 무대에 오르고 화면을 채우는 판에, 기획이라고는 없이 덜렁 카메라 앞에 섰다는 자체로 그들은 이미 매력을 발산한다. 문제는 가공이 시작되면서부터, <슈퍼스타 K4>로 치면 생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소위 전문가들이 나서서 당장 무대에 올려도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뭔가를 기획하는 순간, 원석의 매력은 어떤 통합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 중추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스타일이다.
이때 적용되는 건, 요정들이 나타나 재투성이 신데렐라에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히는 장면과 같다. 그 변화된 모습에 누구나 놀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고 마침내 놀란다. 하지만 그 변신이 한 가수가 지닌 고유한 이미지에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즉 온통 과하게 뭔가를 꾸며놓는 데만 집중한다는 점은 문제다.
과한 옷차림에 불과한 것을 ‘스타일’로 퉁치는 예는 수두룩하다. 실은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무척 단순한 질문. 로이킴과 정준영과 이하이와 배수정과 이승훈 같은 이들의 이미지로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화장도 킬힐도 보타이도 없이, 그 얼굴과 목소리를 처음 선보인 장면이 아닐는지. 스타일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전, 즉 뭔가를 억지로 짜맞추기 전의 모습 말이다. 그들이 매주 무대에서 새로운 스타일로 새로운 미션을 수행한다는 것은, 매주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서 어울리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뜻과 같다. 물론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무대 경험이 전무한 이에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어울리는 걸 찾아가려는 의도가 있을 테니까. 예를 들어 <슈퍼스타 K3>에서 군용 모자를 쓰고 ‘본능적으로’를 부르던 강승윤의 모습은 제대로 스타일을 찾았을 때의 쾌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스타일링이란, 기존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더욱 강조하거나, 변화를 꾀하거나, 아예 뒤집어버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기존의 이미지가 없는 참가자들에게는 강조하고 바꾸고 뒤집을 이미지 또한 없다. 그러니 스타일리스트는 뭔가를 발명하고 찾아내야만 하는 입장이 된다. 포인트가 없다면 만들어내기라도 해야 한다. “모델이 아닌 사람들을 데리고 화보를 찍을 때랑 비슷해요.” 스타일리스트 P가 말한다. “무슨 옷을 입어도 어색한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스타일은 아주 작은 부분에서 미묘한 재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은 어색해하니까, 차라리 과한 걸 입히는 쪽을 택하기도 하는 거죠. 참가자 입장에서는, 이게 좋은가 보다, 어울리나 보다 하는 거고요.”
남자 참가자가 유난히 강세인 올해 <슈퍼스타 K4>는 이런 지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는데, 보타이는 참으로 단순한 증거다. 가만 보면 모두가 아무 데나 보타이를 매고 나온다. 확실히 장식적인 포인트를 내긴 하지만 그 의도가 빤히 보여 민망할 정도다. 턱시도든 티셔츠든 발라드든 댄스든 그 무엇이든 거의 아무 곳에나 보타이를 질끈 동여매니 말 다했다.
그런 예는 또 있다. 짧거나 길거나 일단 ‘롤업’하고 보는 바지, “나 이렇게 생긴 안경이야” 윽박지르는 듯한 모양의 안경, 점잖게 접혀 있는 꼴을 못 보는 포켓치프, 한두 개 걸어서는 성에 안 차는 듯한 체인, 심상찮은 부츠, 십 리 밖에서도 보이게 하리라 작심한 듯한 색깔, 척 보면 아는 유명 브랜드의 상징, 록이면 스키니 진, 발라드면 깃 세운 트렌치코트 하는 식의 상투성….
가수의 옷차림은 통상 ‘무대복’의 역할을 따른다. 일상에서 입는 옷과 다르다는 점에서 무대복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걸 입는 가수와 또한 음악과의 어울림에서 찾아야 한다. 보타이에 무슨 잘못이 있나, 흰 구두가 무슨 잘못인가?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결국 가수의 몫이다. 저 혼자 둥둥 떠다니려는 옷이라 할지라도,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스타일이라 할지라도, 노래와 무대로서 제 몸에 붙도록 잡아 끄는 것이 무대에 선 가수의 몫이다.
그런 측면에서 <슈퍼스타 K4>의 로이킴과 정준영과 홍대광은 흥미로운 사례라 할 만하다. 로이킴은 옷에 대한 감이 있다. 옷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안다. 셔츠만 입을 때, 코트를 입을 때, 재킷을 걸칠 때, 그때그때 어울리는 뭔가를 구사한다. 정준영은 자신의 스타일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바꾼다. 가죽 부츠를 정준영만의 것으로 만들어버리지만, 동시에 슬리퍼만 찍 끌고 나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둔다. 스스로의 취향이 정한 테두리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홍대광은 좀 다른데, 과한 옷을 입는 어색함을 ‘어색함’ 자체를 표현하는 얼굴로 이겨버린다. 그 또한 목소리 못지 않은 진심이 아닐까? ‘저도 제가 어색해 보인다는 거 알아요’ 그렇게 얼굴로 표현해버림으로써 무대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끌어당긴다.
노래 실력만으로, 인기투표만으로, 어떤 한 가지만으로 뭔가 결정하기엔 너무 복합적인 세상이다. 그 ‘짓누르는’ 스타일을 누가 어떻게 이겨내는지 살피는 것도 좋은 가수의 조건을 따지는 합당한 방법일 것이다. 아, <슈퍼스타 K>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참가자보다도 사실 사회자인 김성주의 옷차림이야말로 문제적이라 할 만하다. 그는 사회자로서 그 과도한 스타일을 과연 이겨내고 있을까?
- 에디터
- 장우철
- 아트 디자이너
- ILLUSTRATION / 김종호(KIM JONG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