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전 스트리퍼로 일했다. <스텝업>시리즈로 얼굴을 알렸다. 탄탄한 복근과 엉덩이 근육이 얼굴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이젠 들끓는 연기 욕심을 서슴없이 분출한다. 연이어 똑똑하게 작품을 고른다. 채닝 테이텀에 대한 평가는 좀 더 공정해져야 한다.
채닝 테이텀은 오후 두 시쯤이 되자 슬슬 지쳐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은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다음 장면을 찍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채닝은 팔에 피가 흥건한 칼자국을 새기고 사지에 분장용 검댕을 묻힌 채 푹 꺼진 의자에 앉았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이하드>의 백악관 버전’이다. 채닝이 두 시간 내내 온갖 새로운 무기를 다 써보는 그런 영화다“. 정말 다 써요. 재블린 미사일만 빼고요. 대통령이 미사일을 못 쏠 이유 있나요? 아, 더 이상은 말 안 할래요.” 촬영은 몬트리올 외곽의 거대한 투명 비닐 안 실내 골프장에서 진행됐다. 골프장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진짜 잔디를 깔았고, 그 위에 카메라, 조명, 부서진 헬리콥터, 소방차, 앰뷸런스, 비율을 맞춰 다시 지은 무너진 백악관 뒷면이 통째로 놓여 있다.
채닝 태이텀은 현장에서 절대 지치는 법이 없다. 힘이 차고 넘치며, 밝고 긍정적이다. 마치 뭘 해도 힘이 남는 어린애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지칠 줄 모르는 남자가, 그러니까, 지쳐 보인다. 채닝 태이텀의 얼굴은 지난 12시간 동안 사방을 무릎으로 기며 세계와 핵 미사일과 대통령을 등에 지고 돌아다닌 듯하다. 어쩌면 전문 트레이너와 하루에 두 번씩 운동을 하러 가느라 점심을 걸러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사는 채닝을 위해 골프장 근처에 아예 임시 체육관을 하나 지었다. “체육관엔 멍청한 짓을 하러 가요.” 채닝이 말했다. “오늘 운동은 괜찮았나요?” “좋았죠, 좋았어요. 데드리프트를 사백스물다섯 번 했어요.” 물론 그가 피곤한 건 사백 번이 넘게 어깨 근육을 꿈틀거렸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집에서도 늘 어깨 운동을 하지만, 지치는 경우는 절대 없다. 그보단 <화이트 하우스 다운>촬영 일정의 끝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게 더 큰 이유다. 채닝은 지난 두 달 동안 일주일에 딱 하루만 쉬는 강행군을 계속 이어왔다. 게다가 그 사이사이에 <지. 아이. 조 2>의 재촬영과, 이제 곧 크랭크인 할 베넷 밀러 감독의 <폭스캐쳐>의 스케줄도 끼워 넣었다. 채닝의 촬영 스케줄을 본 영화계 사람들의 평은 한결같다“. 미쳤구만.” 녹초가 되어 커리어를 망칠지도 모를 정도라며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채닝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들이 제게 한 말이 있어요. 일이 잘 풀릴 땐 계속하라고요. 밀어붙이라고요. 누군지 이름을 밝히진 않을 거예요. 정말 성공한, 똑똑하고 위대한 배우들이 저에게 해준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죠. ‘밀어붙여. 정말 이 일이 좋으면, 쉬지 말고 밀어붙이라고.’ 그래서 전 그렇게 하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쁜 위치에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건 확실하지 않나요?”
- 포토그래퍼
- SEBASTIAN KIM
- 기타
- 글/ 데빈 프리드맨(Devin Fried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