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수다. 누가 모를까. 다들 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오연수가 있다. 그게 좀 흥미롭다.
어느새 오연수 하면 ‘커트 머리 여자’가 떠올라요.
맞아요. 지긋지긋했던, 고전적이라는 소리 이제 안 들어요. 머리 한번 잘랐더니 도시적이라네요. 너무 웃기죠.
그런데 커트 머리 여자는 왠지 남자를 거절하는 거 같거든요?
아무도 안 좋아해요. 남자들 열 명 중에 한 명쯤 좋아할까요? 다들 싫어하더라고요.하하.
대답이 참 활기차네요?
그래요? 왠지 요즘 좀 그래요. 작년에 찍은 영화(<남쪽으로 튀어>)랑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아이리스2>)가 겹치면서, 또 새해라서 그런지, 기분이 좋네요. 자만감 이런 건 아니고요. 생각해보면 참 꾸준했던 거 같아요. 만족해요.
꾸준했다, 정도로 만족할 수 있어요?
그럼요.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제 능력의 한계 같아요. 일을 너무 많이 하거나 크게 벌이거나 제 능력으론 힘들어요.
누구나 부러워할 데뷔작을 찍으면서도, 실은 현장이 무서워서 도망다녔다죠?
네, 겁이 났어요. 다행히도 그땐 인터넷 같은 게 없었어요. 연기를 좀 못해도 바로 씹히지는 않았죠. 그때 능력으로 지금 데뷔했다면, 전 아마 한 작품으로 매장됐을 거예요.
남 얘기에 신경 쓰는 쪽인가요?
아뇨. 좌지우지되지 않아요. 그러거나 말거나.
간이 큰가요?
커요. 좀, 남자 같아요. 저지르고 봐요. 붙들고 고민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외모에 대해서도 뭔가 초월했나요?
사람들은 결국 외모만 보잖아요. 불로초를 먹는 것도 아니니까, 차근차근 늙어가면서 그것에 맞게 연기하면서, 그런 성숙미랄까, 저는 그런 게 좋지만, 사람들은 늙었다, 맛갔다, 그러고 말죠.
그래서 여러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 배우도 있죠.
성형을 하면 또 성형을 했다고 뭐라 그러잖아요. 기사 제목이 ‘오연수 최강 동안’ 뭐 그렇게 나가잖아요. 그런 게 참 싫어요. 내가 내 얼굴 동안이라고 한 적도 없고, 내 몸매 좋다고 내 입으로 말한 적도 없는데.
남자들한테 오연수는, 약간 감춰놓고 좋아하는 여배우였던 거 같아요. 누가 제일 예쁘냐 했을 때 처음 말하는 여자는 아니죠.
저는 여자들이 더 좋아해요. 남자들이 속으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제 성격이, 남자들 같은 그, 배포가 있어요. 터프하달까. 기계도 잘 만져요. 나름 얼리어답터예요. 신제품 나오면 친구들이 저한테 배워요.
그런 성격이라는 걸 말하고 싶나요?
아니요! 특별히 뭔가 내보이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를 몰랐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오연수를 모르겠어요. 20년이 지났지요. 새삼 여러 장면이 기억납니다.
저도 얼마 전에 찾아봤는데, 기억에서 잊힌 드라마도 있더라고요. 근데 1년도 안 쉬었더라고요. 결혼도 했고, 애도 둘이나 낳았는데 쉰 적은 없었어요. 정말 가늘고 길게 했구나.
사람들이 오연수를 안다는 게 어떤가요?
정말 한 신, 한 신, 정성을 다해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충 찍지 뭐, 했던 것조차 뚜렷할 수 있겠구나. 사람들은 다 보는구나.
위축되나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봐 위축되진 않아요.
운전 이상하게 하는 사람한테는 창문 내리고 말하나요?
저, 완전 많이 싸워요. 누가 보든 말든, 오연수 성격 더럽드라 떠들든 말든, 욱하는 걸 못 참아요. 근데 운전할 때만 그래요.
연기할 땐 그렇게 대차게 안 되나요?
연기는 참 저를 소심하게 만들어요. 이십 몇 년 연기했지만, 어쨌든 내일 당장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잖아요. 촬영 전날이면 잠을 설쳐요.
그래도 뭔가는 달라졌겠죠?
이렇게 말하는 거요. 처녀 때는 진짜 말을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그땐 연기가 좋다고 느낀 적도 별로 없었어요. 작품이 잘될 때도, 잘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지, 좋지는 않았어요. 근데 결혼하고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여유도 생기고, 즐거움, 자신감, 만족도가 강해지는 걸 느껴요. 내가 배우구나, 그게 좋아요.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안하진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오선희, 헤어 & 메이크업/권희선(정샘물인스피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