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조금씩 잘생겨 보이는 남자. 누가 양상국을 촌놈이라 하는가?
고향은 진영이고, 학교는 창원에서 나왔죠? 저랑 같아요. 나이도 같고.
아, 진짜요?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창원중앙여고.
아, 그래요? 저 창원고등학교 나왔어요. 그쪽 애들하고 미팅 많이 했는데.
어쩐지 좀 본 듯하더라니! 그런데 창원이건 진영이건 그렇게 촌은 아니잖아요.
아니, 저도 촌놈 개그를 하면서 느낀 건데, 서울 사람들은 지방이면 다 촌으로 보더라고요. 요즘 진영에 내려가보면 커피빈도 있고, 배스킨라빈스도 있고, 던킨도너츠도 있어요. 어릴 땐 상상을 못했거든요. 그거 보면서 ‘아, 이제 진짜 촌이 아니구나’ 생각해요.
고향 가면 스타 대접 좀 받나요?
요즘은 저보다도 부모님이요. <인간의 조건>에서 얼굴을 비친 이후로 사람들이랑 사진도 같이 찍어주신다고 그래요. 효도가 딴 게 아니에요. 제가 잘되는 거, 그 자체가 진짜 효도라니까요.
<인간의 조건> 방송 중에 부모님을 배웅하고 엄청 울었죠. 부모님도 그 방송을 보셨겠네요.
방송 날이 설날이었는데, 도저히 같이 못 보겠는 거예요. 그날 약속도 없었는데 그냥 나갔어요. 차에서 DMB로 봤어요. 엄마가 울 거 같은 거예요. 엄마를 보내고 내가 그렇게 울었다는 걸 방송으로 보시면 엄마가 얼마나 또 울겠어요, 집에서.
억울한 일 당한 사람처럼 서럽게 울었어요.
그게 사실은, 오래전부터 감정이 쌓인 거예요. 사건의 발단이 작년 연말 연예대상이에요. 그때 ‘네 가지’가 ‘코너상’을 받는 줄 알고 감정이 엄청 잡혀 있었어요. (김)기열 선배도 우리가 상 받는 줄 알고 “나는 멘트를 좀 길게 할 거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해라” 그랬어요 “그럼 선배님, 난 다 필요 없고 저기서 엄마, 아빠 사랑한다는 말만 꼭 하고 싶어요” 했고요. 그때부터 눈물이 맺히는 거예요. 그런데 결국 ‘용감한 녀석들’이 상을 받았는데, 그때 그 감정이 계속 가는 거예요. <개그콘서트> 녹화를 하는데, 무대에서 눈물이 떨어진 적도 있고.
허경환, 김준현, 박지선, 박성광, 박영진과 동기죠. 늦게 받은 스포트라이트라 더 간절했던 마음도 있었을까요?
사실, 한 방은 제가 먼저 쳤어요. 동기 중에선 제가 ‘닥터피쉬’로 이름을 먼저 알렸는데, 아하하. 근데 지금 생각하면 웃긴 게, 그 코너 끝나고 제가 약간 딜레마에 빠져서 10개월을 쉬었어요. 출근도 안 하고, 아예 <개콘>에 안 나갔어요.
아니, 왜요?
지금 생각하면 빵 뜬 것도 아닌데, 그땐 하나 터지면 다 떴다고 생각하는 게 있었어요. 요즘 신인들도 아마 그럴 거예요. 아무튼 그래서 ‘다음에 내가 무슨 코너를 해야 되지?’ 이런 걸 고민하다가…. 그 사이에 동기들은 뭐, (박)영진이 형이랑 (박)성광이 형이 ‘박대박’ 대박 치고, (허)경환이 형이 “있는데~” 유행어 밀기 시작하고 그랬어요.
그 후론 코너 중간에 깜짝 등장하는 작은 역할이 많았죠
‘서울 메이트’ 전까지만 해도 저의 모든 개그가 중간에 나오는 ‘등장 개그’였어요. 후배들이나 동기들이나 가장 인정하는 게, “가장 짧은 시간에 큰 웃음 줄 수 있는 건 상국이 형밖에 없다” 그래요.
외모가, 특히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요?
으하하. 얼굴도 좀 많이 작용을 했죠. 근데 보통 카메라 마사지를 받는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잘생겨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예전에 비해서. 그리고 톤이나 캐릭터나 다 작용을 하는 거죠. 제가 <개콘>에서 캐릭터가 세다 보니까…. 캐릭터가 없으면 등장해서 웃기고 못 빠져요.
캐릭터는 특유의 사투리에 많이 기댈 텐데, 사실 <개콘>엔 경상도 사투리 강자가 많잖아요. 서로 어떻게 달라요?
약간 그러니까, (허)경환이 형은 진짜 ‘쌩 사투리’만 쓰거든요? (김)원효 형도 약간 그렇고요. 저는 그나마 나름대로 톤을 잡다 보니까, 서울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완전히 경상도 말도 아닌 그런 사투리….
서울말요? 진심이에요?
그렇죠. ‘쌩 사투리’라면 지금도 “그렇죠”라고 안 하고 “맞지예” 뭐 약간 이래야 되는 거잖아요. 제가 “형, 밥 먹었어?” 이렇게 하면 이게 지방에선 서울말이에요. 지방 사람들이라면 “아 행님, 밥 뭇나?” 뭐 이래야 되는데, 이건 뭐 서울말도 아니고 사투리도 아니고…. 단어가 사투리라기보단 억양이 사투리인 거예요.
사투리라면 자신있는데, 들을 때마다 정말 살벌하게 독특한 억양이네요.
약간 양상국만의 톤이 있어요. 양상국만의 언어인 것 같아요. ‘톤 싸움’하기 좋은 그런.
톤 싸움?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요, 경환이 형이 유행어를 되게 잘 만들잖아요. “할라 하고 있, 는, 데~”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이런 게, 경환이 형이 잘하는 톤 싸움이에요. 그래서 서울 출신 개그맨들은 유행어를 만들기가 힘들어요. 원효 형 같은 경우도, “안 돼애~” 톤이 사투리에서 나왔으니까. 근데 전라도 사람들은 톤 자체가 안 세더라고요.
요즘 <인간의 조건>에선 유행어나 사투리보단 그냥 양상국이 많이 보여요. 제일 의욕적이기도 하고요.
나머지 네 명은 그냥 자연스럽게 하는데, 저는, 되게는 아니고 조금 열심히 하니까…. 찍기는 똑같이 찍거든요. 열심히 한 만큼 제가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경환이 형이 농담처럼 그런 말 해요. “나는 그냥 빠질게.” 너무 방송에 안 나온다고, 자기랑 안 맞대요. 저는 오히려 <해피투게더> 같은 게 잘 안 맞고요, 이런 리얼 프로그램이 맞아요.
어떻게 보여야겠다는 목적이나 가식이 안 보인달까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되게 괜찮은 남자 같이 보이는데요, 으하하. 평소에 그냥 하고 싶은 걸 실천하는 편인 것 같아요. ‘서울에서 개그맨 해야지’ 하고 서울에 혼자 올라왔고, 할 수 있는 걸 다 했고요. 아, 근데 지난번 미션 때는 욕심을 좀 부렸더니 잘 안 된 것 같아요. 지렁이 키운 일이 막 화제가 되니까, ‘자동차 없이 살기’ 미션 하면서 뭘 해야 대박이지? 이런 생각을 계속했어요. 그랬더니 와, 막상 아이템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미션은 그냥 막 했어요. 원래대로.
근데, 양상국은 어떤 남자예요?
음…, 좀 진국이라고 해야 되나?
무슨 국요?
왜냐면 우리 세대들이 의리, 뭐 이런 게 없어요, 솔직한 말로. 특히 서울 애들이 간사한 게 많더라고요. 근데 저는 좋아하는 사람한테 돈도 잘 쓰고 그래요. 진짜 행사 1백만 원짜리를 가도, 친구한테 들러서 30만원 주고 같이 맛있는 거 먹고 놀다 오고.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전 시골 애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감성이 있어요. 어릴 때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 감성이 PC방 다닌 애들 감성이랑 다른 거 같아요. 인간미가 있는 거죠.
자랑이 청산유수네요. 여자 앞에서도 이래요?
저는 여자 앞에선 되게 매력 있는 남잔 거 같아요. ‘아, 쟤 괜찮다. 꼬셔야지’ 하면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하하. 연말엔 상을 좀 꼬셔봐요.
<개콘>에서 코너가 하나 더 빵 터지면 코미디 부문 우수상 하나 받고, 아니면 버라이어티 신인상 정도? 연예대상에서 올해는 상 받을 거예요, 무조건. 건방지게 말하는 게 아니라, 항상 저한테 이렇게 외쳐요. 요즘엔 일어나자마자 네 가지를 외쳐요. 갑자기 생각이 빌 때도 항상 속으로 외쳐요. “나는 잘생겼다. 나는 잘된다. 올해 출연료로만 4천만원을 번다. 그리고 올해 연말대상에서 꼭 상을 받는다.”
잘돼가요?
이 중에서 지금은 ‘나는 잘된다’랑 ‘나는 잘생겼다’가 되어 가고 있는 거 같고요, 출연료 4천만원이라는 말은 진짜 내가 그만큼 프로그램 많이 한다는 말이잖아요. 좋은 프로그램을, 비싼 프로그램을요. 올해 나머지 두 개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 받으면 또 울 건가요?
벌써 멘트도 생각했어요. “재작년에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울었고요, 작년에는 이 무대 밑에서 울었습니다. 드디어 무대 위에서 웁니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Na Jhin
- 스탭
- 스타일리스트/ 배보영, 헤어 스타일링/ 혜남(컬처 앤 네이처), 메이크업 / 이가빈(컬쳐앤네이처), 어시스턴트/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