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김슬기 같지 않았다. 낯을 가렸고, 목소리는 성기고 낮았다.
좀 피곤해 보이네요. 피부는 괜찮아요? <SNL 코리아>에선 얼굴에 부대찌개를 끼얹는 장면도 있었어요.
피부 많이 안 좋아졌어요. 뭘 맞는 장면도 장면인데, 화장한 채 스물네 시간 촬영인 날도 많아서요. 이제 본격적으로 피부 관리 좀 받으려고요.
CF를 많이 찍었으니 마음껏 관리 받을 수 있겠네요. 정산일이 기다려지죠?
하하. 네. 정산되려면 멀었죠. 찍은 지 얼마 안 됐어요.
<SNL 코리아>에선 소리 지르고 화낼 때가 많은데 힘들진 않아요? 마음대로 안 된다거나.
제 연기가 부족해서 느끼는 스트레스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제일 스트레스인 것 같아요.
살면서 시기와 질투를 가장 많이 느낄 때일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요. 아무래도 관심이 더 많아진 거겠죠. 관심이 많은 건 좋은데, 예전과 똑같이 행동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변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잘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낯을 좀 많이 가리는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도 몇 마디 안 했어요.
최근에 인터뷰는 좀 안 했는데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터뷰는 너무 힘들어요. ‘시원한’ 옷을 좀 꺼린다면서요? 예전에 어떤 화보 찍을 때 좀 데어가지고…. 제가 그런 옷에 좀 거부감이 있어요. 최근에 화보 찍을 때도 처음엔 못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보수적인가요? 절대로 성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 같아요. 아니면 그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가요?
예쁘다는 말보다는 연기 잘한다는 말이 더 좋아요. 예쁘다는 말은 빈말로도 할 수 있잖아요. 연기 잘한다는 말은 빈말로 못하니까요.
욕쟁이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했죠?
음, 그렇게 대답했어요. 하지만 그런 모습도 다 제 성격 안에서 소화를 한 거예요. 그래도 전 욕을 안 해요. 아! 저희 언니가 욕을 해요. 하하. 욕을 듣기는 좀 들었네요.
보면, 좀 ‘독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음…. 일단 가정 형편이 안 좋았어요. 좋다가 나빠진건 아니고, 처음부터 안 좋았죠. 사실 저는 지금이 가장 부유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금전적인 이유로 많이 치였어요. 항상 안정적인 돈이 필요했죠. 언니와 남동생이 있는데, 저희 집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런 생각.
성공할 것 같았나요?
그냥 저는 막연히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도 담임선생님한테서 “넌 공부를 안 하는데도 불구하고 걱정이 안 된다”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그냥 ‘잘해내겠지’ 이런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인기는 뭘까요? 어떤 사람은 아무리 해도 유명해지지 않고 누구는 한 번 TV에 출연해도 사람들이 좋아하죠.
결국 사랑스러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장르를 하든지 그게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그리고 사랑스럽게 보이게끔 하는 것.
어떻게 하면 사랑스럽게 보이는지 알고 있나요?
저는 그걸 아는 것 같아요. 타고나는 부분도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다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인기에 익숙해지기도 하나요?
요즘엔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늘 뭔가 하나씩 할 때마다, ‘내가 이런 복을 누려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려도 되지 않나요?
되죠. 하하. 이런 시기가 있으면 또 나중에 안 좋은 시기가 오니까. 인생은 늘 기복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뭐 행복할 때 충분히 누려야죠.
스물세 살이죠?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뭐예요?
결혼하고 싶어요.
서두르는 이유라도?
당장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최근에 김민교 선배님하고 저희 PD님한테 결혼 생활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무조건 나중에 하라고 하시던대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거 같아요.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몰라요.
연애 경험이 많진 않아요. 그냥 적당히 한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 한 번, 대학교 때 한 번. 딱 두 번이 전부예요. 연애는 정말 하고 싶어요. 언제나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사랑은 늘 해야죠.
남자의 어떤 면을 봐요?
전 좀 남자다운 사람이 좋아요. 덩치가 큰 스타일요. 키는 중요하지 않지만 목소리는 중요해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
평상시 목소리는 꽤 낮고 성기네요. 연기할 때 목소리는 대부분 높고 단단했어요. 정극을 하면서도 그런 목소리면 듣기에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제 음역대가 넓은 편이에요 평소에는 낮은 편이고요.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보여준 목소리는 고음이 필요해서 사용한 목소리예요. 제 목소리는 좀 알차다고 해야 될까요? 저는 제 목소리가 좋아요. 곧 편안한 연기를 통해 들려드릴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이젠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같이 벅찬 걸 하면서 편안한 연기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요즘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를 해야 할 것인가.
같이 일해보고 싶은 감독은 누구예요?
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한국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이라서요.
의외네요.
아, 그럼 장진 감독님으로 합시다. 하하.
장진 감독 새 영화에 출연해요?
안 해요. 제가 할 만한 역할이 없었어요. 영화는 이번에 개봉하는 <무서운 이야기 2>로 데뷔해요. 처음으로 <투모로우 모닝>이라는 뮤지컬도 해요. 그런데 노래가 정말 힘들어요. 제 음역대가 너무 낮아서 잘 안 돼요.
중학교 때 노래자랑에 나가서 ‘오리 날다’를 부르는 영상을 봤는데 음이탈을….
아악! 그걸 보다니! 이번 뮤지컬 노래가 대부분 너무 어려워요. 어려워도 너무 어려워요. 뮤지컬을 하는 것 자체가 제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인 것 같아요.
김슬기의 한계는 뭔데요?
딱히 연기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외모에선 얼굴이 큰 거? 아참, 요즘 김슬기가 성형했다는 말이 많은데, 여기서 좀 풀어야겠어요. 중학교 때 제 사진이 돌면서 다들 그렇게 말하던데, 제가 그때는 쌍꺼풀이 없었거든요. 크면서 생긴 거예요. 풀로 쌍꺼풀 그리는 거 있잖아요. 그걸 계속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생겼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사진을 보면 쌍커풀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성형했을 리는 없잖아요. 정말 억울해요. 전 자연산 주꾸미인데.
주꾸미요?
어떻게 해도 주꾸민데 성형한 주꾸미라고 하니까 진짜 억울한거예요. 인터넷에 보니까 어떤 분이 김슬기가 자연 미인인 이유를 상세하게 올렸어요. 쌍꺼풀의 라인이 짝짝이고 앞트임이 다르다. 만약 성형을 했다면 의사가 이걸 맞췄을 것이라는 거죠. 아, 그게 베스트 글이 됐어야 했는데….
자연산 주꾸미의 항변이군요.
맞아요. 저는 자연산 주꾸미입니다. 오징어는 너무 크고 주꾸미, 이렇게 작아요.
- 포토그래퍼
- 홍장현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김주연, 헤어 / 구 BY 컬처앤네이처, 메이크업/ 이가빈 BY 컬처앤네이처, 어시스턴트/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