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의 모든 요리는 물론, 디저트와 음료수에까지 토마토를 쓰는 식당과 장고 끝에 차린 식당.
토마토 터지는 날
경이롭다고 느끼는 몇 가지 식재료가 있다. 비싸고 귀한 것이 아니라, 파와 양파처럼 어떤 요리에 넣어도 기막히게 어울리면서 자기 맛을 지키는 재료들이다. 토마토도 당연히 그중 하나다. 토마토로 만든 요리의 경계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풍성하게 증명하는 식당이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마늘에 집중한 ‘매드포갈릭’, 고추에 몰두한 ‘시추안하우스’를 만든 썬앳푸드가 일본에서 들여온 새 브랜드다. “잘 익은 토마토를 소금에 찍어 먹으면 진짜 순수한 토마토의 맛이 느껴져요. 농장에서 온 토마토를 일주일간 잘 숙성시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부엌에서 매일 토마토를 공부한다는 안정모 셰프가 말했다. 그는 당도가 좋은 부여의 도태랑 토마토를 비롯해 흑토마토, 염토마토, 그린 방울토마토 등 다양함 품종을 활용해 무려 마흔 가지가 넘는 이탤리언 요리를 만든다. 샐러드와 파스타는 기본이고 토마토잼 소스, 토마토로 만든 파나코타 디저트도 준비했다. 한번 마시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토마토 주스는 병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이베리코 포크 스테이크와 토마토 2만7천원. 02-3446-6871
장고 끝에 차린 식당
요즘 레스토랑의 뚜렷한 특징이라면 술과 음식 모두를 세심하게 준비한다는 점이다. 흔히 가스트로펍이라고 부르는데, 이런저런 정의와 경계보다 중요한 건 덕분에 식사 시간이 훨씬 길고 깊어졌다는 점이다. 한남동에 지금 막 문을 연 ‘R&D’도 밤 늦도록 술과 음식을 즐기고 싶은 곳이다. “이번엔 좀 잘한 것 같아요.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1년 내내 고민했거든요.” 서울 곳곳에 식당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현 셰프의 말이다. 메뉴판에 붙은 와인과 맥주 아이콘을 확인하고, 접시에 정성껏 올린 요리를 감상하면 그의 고심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미국식 요리가 많지만, 술에 어울린다며 간장게장과 떡볶이도 메뉴에 과감하게 올렸다. 로스트 코스트와 앤더슨 밸리 같은 크래프트 맥주 리스트도 빛난다. 02-749-4891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LEE HYUN 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