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다프트 펑크 이후

2013.09.11GQ

단순한 복고풍이 아니라, 나일 로저스가 활동하던 30년 전으로 돌아가 모든 프로세스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서 70년대 후반의 댄스 음악, 디스코 황금기의 모든 노하우를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지난달 발표된 다프트 펑크의 12인치 싱글 ‘Get Lucky(remix)’는 메이저 레이블인 컬럼비아에서 꽤나 오랫만에 발표된 상업용 12인치 싱글 레코드다. 그 동안, 메이저 레이블들은 간간히 ‘기념’용 12인치 싱글을 제외하고는, 2000년대 중반부터 디제이 용 12인치 싱글을 제작하지 않았다. 다프트 펑크의 레코드에서 70년대 콜럼비아 레코드의 빨간색 레코드 라벨을 부활시킨 점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전의 앨범들처럼 홈레코딩을 이용한 샘플링과 프로그래밍에서 벗어나 실제 연주자들과 함께 릴테입에 녹음하는 방식을 택했다. 단순한 복고풍이 아니라, 나일 로저스가 활동하던 30년 전으로 돌아가 모든 프로세스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서 70년대 후반의 댄스 음악, 디스코 황금기의 모든 노하우를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디스코는 단언컨대 가장 많은 논쟁거리를 지니고 있는 음악 장르다. 베이비 붐 세대를 대변하는 이 음악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가장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동시에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심한 야유와 증오를 받았다. 디스코 시대를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인 패트릭 아담스는 자신의 대표곡 중 하나인 유니버설 로봇 밴드의 ‘Dance and Shake Your Tambourine’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 수록할것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그로 인해 지금까지 발생할 수 있었던 수익을 약 천만불 가량으로 예상한다. 디스코의 상업적 성공에 정점을 찍은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안티 디스코 무브먼트를 촉발시킨다. 디스코 음악의 공식적인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79년 시카고에서 열린 ‘Disco Demolotion Night’에 이르는 것이다. 수만장의 디스코 레코드가 불태워지고 폭력사태로 얼룩진 이 행사를 기점으로 디스코 음악은 차트에서 종적을 감췄다. 연이어 디스코의 명가 레이블들 TK, Salsoul, ABC 레코드 등이 문을 닫으면서 디스코 시대는 끝이 난 듯했다. 하지만 그 음악적 영향력과 발전 양상은 이미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안티 디스코 무브먼트는 당시 만연해있던 호모포비아, 인종차별주의적 마초이즘에 미국 내 정치 경제적 상황이 도화선을 당기며 일어난 사태라고 보는 게 맞다. 순수하게 음악의 영역에서, 디스코의 어법과 완성도는 70년대 후반부터 부기, 모던 훵크, 모던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며,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개러지, 하우스 같은 음악을 배출한다. 디스코를 소규모 편성과 프로그래밍을 통한 테크놀로지로 재구성한 하우스나 미드웨스트 지역의 훵크를 재구성한 디트로이트 테크노 등이 탄생하고, ‘팝 프로덕션’은 댄스 음악 프로듀서들의 영향으로 그 전체가 바뀐다. 또 클럽 신에서 이어진 디스코의 꾸준한 발전 양상은 현재의 거대한 EDM(Electronic Dance Music)신을 촉발한다. 댄스 음악의 ‘메가 히트’를 기록한 디스코 시대로부터, 클럽 신과 세부 장르의 댄스음악의 탄생을 거쳐, 팝 음악에 본격적인 댄스음악 영역의 구축. 이제 댄스 음악은 현대 대중 음악의 중심부다.

이 과정의 한가운데에서 앨범을 발표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스스로를 ‘샘플링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르는 다프트 펑크는 자신들의 작법 변화를 <트론> 사운드 트랙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과거의 작업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비용으로 작업할 수 있었기에, 풀 밴드를 포함한 오케스트라를 경험했고, 곧 자신들의 음악에도 적용했다는 것이다.

“(첫 앨범의)‘Around the World’는 쉬크의 레코드와 (샘플링) 토크박스, 신스 베이스를 연주해 만들어졌습니다. 나일 로저스를 부를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우리의 능력과 위치는 이제 전통적인 녹음세션 방식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도가 됐습니다. 행운이죠(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레트로 프로덕션’의 유행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다른 시각에서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 제작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음악 시장 황금기의 패러다임을 다시 찾고, 기존의 미디어와 주류 음악 시장의 방정식에 따르지 않는 자생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60-70년대 소울/훵크 레코딩의 방식을 지향하는 뉴욕의 댑톤 레코드와 트루쓰 앤 소울은 에이미 와인하우스나 씨-로같은 아티스트들의 히트곡에도 참여하지만, 자신들의 방법론으로 지난 십수년간 레이블을 운영해 오면서 리-필즈, 샤론 존스 같은 아티스트들을 통해 그동안 사라진 영역을 팝 시장에서 개척해 나간다. 전통적인 레코딩/프로듀싱의 기법 자체가 이제는 시간축 상의 방향 설정이 아닌, 독립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원형을 복각한다는 것에는 큰 노력과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지만, 창작에서의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다프크 펑크의 가, 그 결과물을 비롯해 콘셉트와 방향성까지 큰 호응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전통적인 (혹은 구닥다리)’방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우주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또한 세대간의 교차 통합으로 뽑아낸 거대한 구조물이 아직까지 팝 시장에서 유효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타
    글/ 박민준(디제이) ILLUSTRATOR/ 심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