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류현진에게 남은 마지막 질문들

2013.09.12GQ

결국 류현진이 탈삼진을 높이고, 좌타자를 상대로 선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기존 슬라이더의 위력을 높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류현진은 운이 좋은 투수인가? WHIP라 표현되는 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야구 좀 안다는 사람들의 전유물 같은 기록이었다. 좀 더 보편적인 지표인 평균자책점은 후속 투수가 물려받은 주자를 막아냈느냐에 따라(승계주자 실점률)에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주자를 출루시키는 것은 확실히 주자를 내보낸 투수의 책임이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7일 현재, WHIP으로 보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그리 돋보이는 투수가 아니다. 1.27은 리그 평균(1.28)과 거의 차이가 없으며, 이와쿠마 히사시(0.97) 다르빗슈 유(1.02) 구로다 히로키(1.03) 등 일본인 투수들에 비해서도 떨어진다. 내셔널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48명의 투수들 중 31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17위(3.15)다. 반면 류현진보다 좀 더 좋은 WHIP(1.25)을 기록하고 있는 릭 포셀로의 평균자책점은 4.28이다.
WHIP은 말 그대로 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이다. 만약 한 이닝에 안타 한 개를 내줄 경우 WHIP은 1.00이 된다. 문제는 WHIP에 장타라는 요소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홈런이나 단타나 똑같은 안타 한 개로 계산된다. 투수의 또 다른 책임인 몸에 맞는 공도 반영되지 않는다. 즉, 맹신하기엔 허점이 많은 기록이다.
류현진은 현재 피안타율 부문에서 리그 26위(.254)에 올라 있다. 하지만 피장타율 순위는 그보다 높은 18위(.373)다. 이는 류현진이 그만큼 장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류현진이 두 경기에서 두 자릿수 안타를 맞고도 SPORT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장타를 안 맞았기 때문이다. 또한 류현진은 아직까지 내셔널 리그에서 유일하게 몸에 맞는 공을 한 개도 허용하지 않은 투수다(아메리칸리그의 바톨로 콜론과 함께). 극단적으로 가정해보면, 몸에 맞는 공 세 개로 만루를 허용해 놓고 홈런을 맞은 선수와 단타 한 개를 내주고 이닝을 무실점으로 끝낸 선수의 WHIP은 1.00으로 같다. 즉, 류현진은 WHIP이 표현해내지 못하는 부분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내 무대에서도 류현진은 WHIP에 비해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였다.
류현진이 출루 허용에 비해 실점이 적은 또 다른 이유는, 리그 8위라는 대단히 좋은 잔루율(78.4퍼센트)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점 상황을 비롯한 위기에 유독 더 강한 투수는 없다는 게 통계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류현진을 지켜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류현진에게 새로운 구종이 필요한가?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닥터K’였던 류현진은 현재 9이닝당 7.44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리그 평균(7.47)보다도 살짝 떨어진다. 또한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이 .247로 비교적 준수한 반면, 좌타자에게는 .276라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런 역시 우타자에게는 62타수당 한 개를 맞은 반면, 좌타자에게는 27타수당 한 개를 허용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구종일 필요할까? 류현진은 ‘무빙 패스트볼’로 분류되는 투심 패스트볼, 싱커, 컷 패스트볼 등을 현재 던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공들은 모두 탈삼진을 유도하는 구종이라기보다 땅볼 유도구에 가깝다. 류현진은 현재 1.56이라는 대단히 훌륭한 땅볼/탈삼진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리그 평균 1.38). 땅볼 유도구를 새로 추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평균적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비율이 가장 높은 공은 슬라이더다. 류현진은 이미 슬라이더를 던진다.
좌타자에게 고전하는 문제 역시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류현진은 우타자를 상대로 타석 당 19.8퍼센트, 좌타자를 상대로 20.4퍼센트의 삼진을 잡고 있는데, 좌완이 좌타자에게 갖는 강점을 고려하면 좌타자 삼진률이 더 높아야 하는 게 정상이다(리그 좌완 평균 탈삼진율 역시 우타자를 상대로 했을 때 18.9퍼센트, 좌타자를 상대로 했을 때 23.8퍼센트다). 그리고 대부분의 좌타자들은 좌완이 던지는 슬라이더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류현진이 탈삼진률을 높이고 좌타자를 상대로 선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기존 슬라이더의 위력을 높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류현진은 홈 경기에서만 강한가? 파울 지역이 많이 줄긴 했지만, 다저 스타디움은 박찬호가 활약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투수친화적인 구장이다. 지난 3년(2010~2012) 동안의 파크팩터에서 타율 9위(98), 홈런 9위(103)에 올랐지만(100이 넘을수록 타자에게 유리하단 뜻이다), 올해는 다시 투수에게 유리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다저스 투수들은 홈 평균자책점 3.23, 원정에서 3.60을 기록하고 있으며, 리그 최고의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조차 홈 평균자책점(1.59)가 원정(2.24)보다 좋다.
대다수 신인 투수들은 원정경기에서 고전한다. 일종의 SPORTS통과 의례다. 원정 구장의 마운드와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올 시즌 ‘영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투수들인 맷 하비(홈 2.03, 원정 2.44), 패트릭 코빈(홈 1.50, 원정 3.39), 호세 페르난데스(홈 1.39, 원정 3.97), 셸비 밀러(홈 1.74, 원정 4.10), 훌리오 테에란(홈 2.66, 원정 3.41) 역시 하나 같이 홈에서 더 잘 던진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 중에서도 유독 홈과 원정 방어율이 차이가 크다. 홈에선 1.83, 원정에선 4.52다.
류현진이 원정경기에서 고전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구속이 떨어지고, 땅볼 유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추신수를 상대했던 7월 28일 홈경기에선 무려 평균구속 92.3마일(148.5킬로미터)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떠난 컵스 원정에선 88.6마일(142.6킬로미터)이었다. 또한 류현진은 홈에서 2.23이라는 싱커볼 투수 급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원정에서의 비율은 리그 평균(1.38)보다 낮다(1.15). 류현진의 땅볼 유도가 특정 구질보다 정교한 제구력 덕이라고 보면, 원정에서 구속과 제구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동서부간의 시차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저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 지도 모르지만, 실제 기록으로도 증명이 가능하다. 류현진은 원정 시리즈 1차전 평균자책점이 5.08에 달한다. 하지만 원정지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후에 등판하는 2,3차전 평균자책점은 4.17이었다. 실제로 많으면 세 시간까지 나는 시차가 류현진의 원정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할 수 있다. 홈에서 열린 지난 신시내티 전에서 류현진은 11시간을 푹 잔 뒤에 최고의 피칭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원정에서도 얼마나 잘 잘 수 있느냐가 꽤 중요하다.

    에디터
    글/ 김형준(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기타
    ILLUSTRATOR/ 이재준(LEE JAE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