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12월엔 2014 지프 그랜드 체로키 서밋이다.

2014 지프 그랜드 체로키 서밋
미국 유타 주 모압Moab을 달리다 보면 두 개의 동그라미 가운데 일곱 개의 세로줄이 그려진 표지판을 갑자기 만나게 된다. 모압은 ‘마녀의 가랑이’ ‘죽은 말’ 같은 계곡의 이름이 역사로 전해지는 곳, 영화 <127시간>의 배경이기도 했다. 두 개의 동그라미와 일곱 개의 세로줄은 지프의 상징이다. “여기서부터는 지프가 아니면 힘들 겁니다.” 표지판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그 땅 안에서, 지프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른 성능을 보인다. 컴패스, 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사이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의 차이는 그야말로 근소하다. 자동차가 길을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보장하는 자유는 생각보다 광활하다. 자동차의 등판력이 필요한 상황은 의외로 자주 생긴다. 강원도 어디의 언덕을 오르거나, 그때가 마침 눈 내린 1월이었거나, 어떤 사찰을 찾아가는 고즈넉한 길은 아직 포장 전인지도 모른다. 정말 좋은 것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반나절을 위해서….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아니라 다른 어떤 세단이라도 갈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 운전석에선 스트레스의 정도, 조바심의 경중, 마음의 여유가 다르다. 지면의 굴곡, 등판각의 정도, 심지어 건너야 하는 냇물의 깊이까지 다 끌어안고 묵묵하다. 그랜드 체로키 앞에 ‘도심’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는 이유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그랜드 체로키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그랜드 체로키는 극상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과 최상의 안락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다. 사고 방지턱을 넘을 때조차 상상하게 만드는 지구 어딘가의 오프로드, 그럴 때마다 설계해보는 누군가와의 4박 5일의 겨울 휴가.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자극한다. 그 자극의 끝에, 담담한 자연이 있다고.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인테리어는 매우 단정하다.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핸들은 넉넉한 크기로 얼싸안 듯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센터페시아 좌우로 쓴 원목 패널은 일부러 광을 내지 않아서 자연스럽다. 서체가 깔끔하고 버튼이 큼직큼직해서 잘 보이기도 하고, 쉽게 눌리기도 한다. 화면 안에서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 늘어나면서 버튼의 숫자가 줄어든 것도 이 간결함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V6 직분사 디젤 엔진도, 보닛 안에 이렇게 듬직하게 제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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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5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폭스바겐 투아렉이 뉴 그랜드 체로키의 경쟁자다.” 크라이슬러 코리아 파블로 로쏘 사장의 말이다. 가격대와 쓰임을 바탕으로 꼽은, 합리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이 네 대의 차를 두고 선택하는 기준이 그 둘만은 아닐 것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운전자가 감당해야 하는 존재감의 무게가 다르고, 각각이 지향하는 세계관의 성질에도 차이가 있다. 정통을 기준 삼자니 디스커버리가 떠오르고, 안정적인 성능을 고려하자니 투아렉이 섭섭한 이런 고민이라니. 하지만 왠지, 그랜드 체로키를 선택하는 누군가의 주말이 가장 모험에 가까울 거라는 확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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