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스킷엔 ‘차와 곁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명한 용도가 있다. 포장에는 자스민 차에 곁들이라는 조언이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주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쌉쌀하게 우리면서 딱 두 개를 챙겨 찻잔받침에 올려놓는다. 아직 어딘가에 남아있을 바싹 마른 단풍을 생각하면서 넘기는 첫 모금. 그렇게 입 안을 개운하게 한 뒤 도톰하고 단단한 비스킷을 한입 깨문다. 식감은 단호하고 생강과 레몬 향은 그야말로 풍성하다. 비스킷이 홍차를 머금고 부드럽게 허물어지는 순간에는, 모든 향이 입 안에서 황홀하게 뒤섞인다. 이런 오후야말로 여유롭다고 혼자서 여기게 된다. 나머지 하나는 그야말로 마음 가는대로 먹는다. 살짝 적셔 혀로 부숴 먹기도 하고, 비스킷만 오독오독 씹어 삼키기도 한다. 차가 다 식기 전, 이 짧은 휴식을 마무리하기 전에 마음부터 천천히 가라앉는다. 포장엔 이런 말이 써있다. “당신이 추울 땐 차가 따뜻하게 덥혀줄 겁니다. 너무 더울 땐 식혀줄 거예요. 우울할 땐 활기차게, 너무 흥분했을 땐 고요하게 해줄 겁니다.” 19세기, 윌리엄 글래드 스톤 전 영국 수상의 말이다.
- 에디터
- 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