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항상 성급하다. 물은 아직 얼어 있었다. 그래도 달려야 하는 3월이라면.
마세라티 기블리 기블리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마세라티의 가장 새로운 이름이다. 두개골을 찌르고 흔드는 것같이 단호한 직선이었던 배기음은 이제 가슴께를 울린다. 그 울림이 그대로 뱃속을 간지럽힌다. 인테리어는 확실히 개선됐다. 매우 단정해졌다. 동시에 효율적이다. 센터패시아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생겼다. 그 안에 필요한 모든 버튼이 다 있고, 그걸 터치하는 감각이야말로 새롭고 상쾌하다. 마세라티 정통의 세단, 콰트로포르테보다 좀 작지만 여전히 넉넉하고 의연하다. 가격은 1억 9백만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세라티다. 겉이 이렇게 아름답고, 속은 편안하고 고급하며, 그 소리와 감각으로 사람을 이렇게까지 흥분시키는 자동차는 과연 희귀하다.
메르세데스-벤츠 CLA 45 AMG 4MATIC 보닛에 잡힌 두 개의 성난 주름과 범퍼 아래 뚫려 있는 커다란 숨구멍은 확실한 공포의 상징이다. 이 예쁜 차가 실은 AMG라는 것, 장기가 뒤틀릴 것 같은 감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 이 우아함 안에 광폭한 고성능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 CLA는 2003년에 처음 선보인 벤츠의 소형 쿠페다. 지붕선은 둥글고 날렵한데 문은 착실하게 네 개를 다 가졌다. 하지만 체급과 장르를 따지기 전에, 다만 “예쁘다”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던 오후. 이 길이 트랙이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렸을 어떤 날을 상상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차의 운전석은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고유의 감각만으로 일상을 순식간에 벗어나버린다.
아우디 TTS 컴페티션 TTS가 이렇게 당찬 차라는 걸 오래 잊고 있었다. TTS 컴페티션은 전 세계에서 딱 5백 대만 생산된 한정판이다. 원래 없었던 리어 스포일러가 생겼고, 운전석과 조수석 스티치는 야구 글러브를 저미는 그 방식 그대로다. 이렇게 작은 세부만으로도 소년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니. 그 기분 그대로 심장 박동이 빨라질 정도로 달릴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벗어나는 순간에는 아우디 콰트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그대로 더 밀어붙인다. 더 강력한 새 차, 더 예쁜 차는 무수히 출시됐다. 하지만 아우디 TTS의 물방울 같은 디자인이야말로 아이콘의 지위에 올랐고, 진짜 소유욕은 이렇게 작은 세부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인피니티 Q50 하이브리드 동양의 감수성이 자동차에 요구하는 지점을 정확히 충족하면서도 운전 재미를 놓지 않았다. 이건 인피니티의 장기다. 시동을 걸면 ‘부르릉’ 하지 않고 가전제품의 전원을 올린 듯 ‘반짝’ 한다. 주행 후 얼마간은 스르륵, 전기 모터만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이 걸출한 세단의 성격을 얌전한 하이브리드에 맞추면 곤란하다. 화끈하게 달린다. 전기 모터는 획기적인 연료 절감을 위한 게 아니라 내연기관에 힘을 보태려는 의도가 더 짙어 보인다. 그렇게 달리면서도, 넉넉한 공간감 안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다. 날렵하면서 여유 있고, 편안하면서 역동적이며 또한 안정적이다.
2014 닛산 패스파인더 꿀렁꿀렁 파인 흙길이라도, 범퍼 아랫부분이 닿을 것 같은 언덕이라도 훌렁 넘어버린다. 그 감각이 듬직하고 의뭉스러워서, 운전자는 마냥 마음을 놓게 된다. 이 차에 탈 수 있는 일곱 명의 승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패스파인더를 가진 사람의 어깨에는 누구라도 기댈 수 있을 것 같다. 엔진룸에선 큰 기둥이 뿌리부터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이렇게 믿음직한 가운데 핸들링은 의외로 날렵하다. 그 감각 그대로 웬만한 오프로드는 스트레스 없이 달릴 수 있으니 패스파인더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가족을 모두 태우고, 지난 주말보다 더 먼 곳으로 떠나라는 거다. 그게 패스파인더pathfinder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이신구
- 스탭
- 어시스턴트 / 이범식, 강승균, 박현상, 이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