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심이>를 보면 이런 노래가 나온다. “하나면 하나지 둘은 아니야, 둘이면 둘이지 셋은 아니야.” 그토록
명백한 숫자의 세계라니. 이 차트를 통해 말하고 싶은 바도 같다. “1위면 1위지 2위 아니야, 5위면 5위지 10위 아니야.” 명명백백 숫자로부터 우리를 둘러싼 ‘지금’을 가차없이 정렬했다.
막기 힘든 선수라고 표현하긴 싫다. 그보단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막기 어려운 가드들이랄까? 1위는 김선형이다. 일단 엄청 빠르다. 점프슛은 순위의 다른 네 명에 비해 가장 떨어지지만, 공을 갖고 달리는 기술이 뛰어나다. 플로터, 리버스 레이업 등 공격 방식도 다양하다. 김민구도 김선형만큼은 아니지만 빠르다. 그리고 슛이 다섯 명 중 제일 정확하다. 거리를 조금만 주면 여지없이 던진다. 김태술은 수비가 탄탄하다. 공격 후엔 힘이 빠져서 수비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경쟁을 즐기는 선수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같이 뛰면 재미있다. 4위 김시래는 LG 소속인데, LG는 스크린을 이용한 픽앤롤 공격이 팀 전술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스크린을 타고 움직이는 김시래를 따라다니다 보면 체력 소모가 크다. 마지막으로 양동근. 그는 동료를 이용할 줄 안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만 집중할 수가 없다. 다른 선수를 견제하다 득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전태풍(부산 KT 소닉붐 가드)
샌프란시스코 마켓의 한태민 대표는 무슨 옷을 입고 나타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알란스의 남훈 대표는 복식사에 대한 이해가 옷에도 드러난다. 유니페어 강재영 대표는 구두와 의상의 조합에 누구보다 예민하다. 로크 임준영 대표는 꽤 도전하기 어려운 옷도 스스럼없이 입는다. 테일러블 곽호빈 대표는 이 중 가장 어리지만 오래된 시대의 느낌을 잘 살린다. 김석원(앤디앤뎁 대표)
손지연은 우리 동네 최고 싱어송라이터다. 존 브라이언은 <이터널 선샤인>의 영화 음악으로 유명한데, 그 작업의 ‘예쁨’은 내 맘에서도 우러나오는 예쁨이다. 신중현의 ‘구성짐’은 대체 뭘까? 밥 딜런은 술집에 걸린 포스터 모델에 가깝지만 한대수는 여전히 영감 그 자체다. 사실은 그와 젊은 시절을 함께했으면 어떨까 싶다. 데이비드 보위라면 한 무대에서 단 한 곡만이라도 좋다. 조웅(뮤지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이영애와 ‘중년’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녀도 마흔넷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과연 충격이었다. 우아하면서 이토록 묘한 배우가 또 있을까? 한편, 차화연은 다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며 힘을 뺄 때 그녀만은 옛날 배우처럼 힘주어 연기한다. 조연으로 출연해도 꼭 주연 같달까? 그런가 하면 이미연의 충격적인 복귀를 기대한다. 부디 안전하지 않은 예술영화로 멋지게 돌아와 주길. 이지혜(영화사 ‘찬란’ 대표)
“요즘 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 ‘썸’을 이렇게 잘 풀어낸 작사가는 정기고, 민연재, 제피, 에스나, 릴보이 다섯이다. 위 대목은 누가 썼을까? 자기 거인 듯 자기 거 아닌 가사를 쓴 사람과 수다나 한번. 김이나는 ‘그놈 목소리’의 작사가다. “귀를 감아 넘어오는 그놈 목소리 지겨워도 듣게 되는 그런 멜로디 다시 나를 조여오는 너의 메모리.” 완벽한 운율에 ‘그놈’을 향한 저주, 지겨운 자기 자신에 관한 ‘크리틱’까지. 만나서 술 한잔 하면 술술 나오겠다. 80년대 초반의 하덕규를 데려다 종이 위에 아무 말이나 쓰라고 하고 싶다. 김민기가 왕년에 술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부른 노래를 받아 적을 수 있었다면. 김창완의 자연스러움은 김소월에 필적한다. 그의 운율은 고려가요에 닿는다. 서정시의 전통은 노래 가사에도 이어져 있다. 성기완(시인, 뮤지션)
실현 가능한 순으로 다섯 명이다. 주현미는 현역 최고 숙녀 가수다. 발라드 소품집이 어떨까. 중화권, 60-80년대 아시아 국가의 클래식 발라드 소품들을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함께 레코딩한다. 이미자는 프로듀서 엄진과 지구 레코드에서 작업했던 내용을 기본으로 민요, 가요 클래식을 빅밴드 형태로 편곡한 앨범이 좋겠다. 그녀의 ‘우아미’는 팝 레코딩에서도 빛난다. 김상희는 한국 여가수 중 가장 세련된 음성을 지녔다. 그녀의 히트곡을 한국의 젊은 밴드와 녹음한다. 이미배는 미셀 르그랑 작품집이다. 원어 가사 말고 한국어로 개사해 (신병하 선생이 안 계시니) 정성조 편곡으로. 이화는 한국 트위팝 보컬의 원조다. 광고 음악의 요정 이화를 복권하고 싶다. 프렌치 팝 분위기로 편곡한 가요 앨범을 추진한다. 이봉수(비트볼 레코드 대표)
월터는 16년 만에 처음 일상을 벗어 던지고 떠나,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남자다.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한 인간의 일생을 재치 있게 담은 캐릭터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도니는 장애아를 낳으면 초원에 버리며 ‘너는 자유’라고 말하겠다 외치는, 귀엽지만 그로테스크한 미치광이다. 마약, 섹스, 도박을 탐닉하는 자본가의 광기와 소년의 천진난만함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흔치 않은 인물이다. <인사이드 르윈> 최고의 캐릭터는 고양이다. 길 위의 음악과 인생에 지친 주인공 르윈을 다시 길 위로 끌어내는 인물. 대사 한마디 없이 르윈의 음악과 방랑으로 채워지는 여정을 연결해주는 캐릭터. 김수경(시나리오 작가)
김중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독특한 성격과 페이소스, 가능성이 큰 작가다. 오정희는 늘 궁금하다. 30년 전 작품을 지금 읽어도 서늘할 정도다. 이승우는 다시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많이 읽혔으면 한다. 배수아는 그녀만의 문체와 분위기가 있다.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필립 로스는 절필 선언을 했다. 정말 안타깝다. 그래서 더욱 출판하고 싶다. 김은주(출판사 ‘예담’ 편집자)
강윤구의 직구는 스피드건을 의심하게 된다. 숫자보다 훨씬 묵직해서. 컨트롤이 관건이다. SK 김광현의 직구도 매섭다. 공 끝의 위력은 강윤구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폼이 역동적이고 팔도 길어 일단 호쾌하다. 두산 니퍼트는 키가 2미터가 넘는다. 그렇게 높은 데서 빠른 공이 날아오면 심판도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헷갈릴 때가 있다. 타자들은 심판보다 더 앞에 있다. 높아 보여도 안 치면 스트라이크가 될 수도 있으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 SK 박희수는 하체 이용을 잘 한다. 니퍼트와는 반대로 좀 낮다 싶은 공이 떠올라 스트라이크로 꽂힐 때가 있다. 5위는 넥센의 손승락이다. 일반적인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기보다 조금씩 변형시키는 경우가 많다. 타자 근처까지 와서 살짝 휜다거나. 나광남(프로야구 심판)
한국 사회가 지금 이렇다. 온갖 사건이 펑펑 터지고 있지만, 개인은 파편화되어 흩어진 채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인생에 대해 감정에 대해 수업을 들으며, 인문학 강의, 토크 콘서트, 좋은 말씀을 쫓아다닌다. 결국 승자는 ‘탯줄’을 잘 잡은 운 좋은 사람들인 것만 같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감시하는 단속사회의 일원으로 전락하고 말까?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한 개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는 없나? 노정태(자유기고가)
동대문운동장을 남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조성룡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공모전에서 2등이었다. 그는 운동장 좌석을 남겨뒀고, 초승달 모양의 흔적에서 관망하게 한 접근이 훌륭했다. 무엇보다 동대문과 동대문운동장의 의미를 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조민석은 그런 면에서 항상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왔다. OMA는 리움, 서울대 미술관,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만든 렘 콜하스의 사무실이다. 그가 바라보는 서울과 동대문에 대한 해석이 궁금하다. 코펜하겐에 있는 사무실 B.I.G는 당돌하고 재기가 넘친다. 마지막으로, 어쩐지 여성을 연상시키는 DDP 인근에 장 누벨의 남근 형상 건축이 하나 있다면 어떨까? 음양의 조화 측면에서. 배윤경(건축인)
‘어떻게 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질투와 탄식이 절로 난다. 그런가 하면 캐롤라인 플라첵은 목소리까지 어쩜 이런가 싶다. 한편 제니퍼 로렌스는 건강하고 육감적이며 거리낌이 없다. 한 손에 상패를 쥔 채 가운데손가락을 들고, 바보처럼 수상 소감을 말하는데도, 바로 그런 점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가장 섹시했던 건 아델의 입이다. 입술, 입꼬리, 앞니, 말할 때 언뜻 보이는 혀까지. 아이와 남자, 요부, 소녀가 전부 보인다. 마지막으로 아이돌 그룹 위너의 남태현을 보면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5:5 앞가르마에 더블 커트, 그리고 눈웃음을 치는 마른 남자애. 얼굴도 과거의 유행이 돌아오나? 오선희(쟈뎅 드 슈에뜨 스타일리스트)
변모' 같은 자를 재미있다며 방송이고 어디고 이름이 오르내리도록 하는 꼴, 더 이상 못 참겠다. '예능감'이니 '대중성'이니 하는 말에 흘레붙어 온갖 아양이나 일삼는 자들의 저열함도 눈감고 못본 척하는데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를 환기시키는 이름 1위로 김수현을 뽑았다. 누군가는 김수현 드라마를 '말이 많다'고 일갈한다지만, 말로서 또한 글로서 한 치 한 푼 벗어나지 않도록 그렇게 무결한 언어를 추구하는 작가가 또 있나? 누군가는 또한 홍상수의 영화를 두고, 늘상 반복되는 엘리트 놀음이 지겹다는, 더 지겨운 얘기를 하는데, 한 작가의 꿈이 대체 작품마다 카멜레온처럼 변해야 하는 건지 거꾸로 묻고 싶다. 작품 하나하나를 따로따로 살피려는 시각과 성의는 없으면서, 모든 걸 유행의 규격에 우겨 넣으니 '언제쩍' '한물간' 같은 말이 솔직한 언어로 둔갑하는 난장판이 된다. 거기서도 이준규의 네 번째 시집 <반복>은 아름답게 읽힐까? 버나드박의 목소리는 얼얼하게 울릴까? 한받이 뭔가 시작한다면 여전히 설레고, 김뉘연의 침착한 도전과 간결한 업적은 서울에서 거의 희귀할 지경의 무엇이며, 황현산의 글엔 '어른'이자 '현대인'으로서의 태도가 선명하고, 장민승은 납득할 만한 대중성을 힌트로 더욱 개인적인 의미에서의 시공간을 확장시킨다는 사실 등이 무슨 좌표값이나 될 수 있을까? 서울에서 받은 상금을 들고 남프랑스로 간 소설가 정영문은 돌아왔나? 종종 그가 올리는 '트윗'을 보면,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 중요하지도 않으면서 묻고 싶다. 그리고 오형근의 '찐한' 포트레이트가 '찐하게' 눈에 띈다. 저 유명한 대중은 어차피 조선희의 사진과 오형근의 사진을 구분하지 못한다. 실은 구분할 필요도 못 느낀다. 그걸 구분하려는 뜻이 없다면 이런 얘기 자체가 헛소리다. 장우철('GQ KOREA' 피처디렉터)
- 에디터
- GQ 피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