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죄 많은 여름밤

2014.08.13정우영

파커가 <더 헌터>의 첫 장면에서 말한다. “꺼져.”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또 다른 자아, 리처드 스타크가 창조한 범죄자 ‘파커’의 태도는, 극중의 조직원 페어팩스의 묘사가 정확하다. “진지하고 직설적이고 다른 건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범죄소설에서 배려가 뭐며, 약함이 뭐며, 사색이 뭔가. 1962년에 만든 완벽한 고전 범죄물이 그래픽 노블로 다시 태어났다. 빈약하게 번역된 소설보다 낫다. 다윈 쿡의 그림은 이 필체가 아니면 안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원작에 밀착돼있다. 1976년작 <포인트 블랭크>나 <페이백> 같은 영화를 보는 것보다 파커와 좀 더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낮보단 여름밤에 읽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