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추석에 서울에서

2014.09.05장우철

(왼쪽) 김정희 <명선> 조선백남순 <낙원> 1937,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개인소장

 

 

입추와 추사<간송문화- 2부 보화각>

입추 지난 지 한참, 도시의 골목을 돌 때마다 건조한 바람이 스치는 때, 동대문 DDP에서는 <간송문화- 2부 보화각>전이 열리고 있다. 보화각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38년에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사립미술관이다. 이번 전시는 보화각 소장품 중 최상의 작품을 대거 선보이는 자리로, 이정, 이징, 윤두서, 정선, 심사정,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등의 그림과 안평대군, 한호, 이광사, 김정희 등의 글씨를 한자리에 펼쳐놓는다. 명실공히 모두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작품들로 엄선했다. 추사의 지긋한 필치나 혜원의 할퀴기 직전 같은 미묘함을 대면하기에, 절로 걸음이 가벼운 계절이다. 부디 각각의 시간 속에서 즐거운 만남을 이루길 권한다. 9월 28일까지,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산수화-이상향을 꿈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산수화-이상향을 꿈꾸다>전을 한다. 백미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와 김홍도의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로 과연 대작이라는 말에 걸맞는 규모와 표현을 보여준다. 세밀한 묘사에서 이야기를 짐작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주목하고 싶은 건 여백이다. 여기에 없는 뭔가를 총동원해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내려놓게 하는 것. ‘강산무진’의 뜻이 뭔가? 강과 산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는 뜻이다. 강을 메우고 산을 깎는 일이 발전인 듯 구는 세상에서 그건 무슨 뜻이나 될 수 있을까? 한편 전시장 동선의 끝엔 이채롭게도 유화로 된 8폭 병풍 한 점이 있다. 백남순의 1937년 작품 <낙원>이다. 9월 28일까지.

    에디터
    장우철
    사진 제공
    서울 디자인 재단,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