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피는 꽃은 훨씬 더 아름답다.
샹젤리제 야경만큼 찬란한 봄여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의 색깔은 다른 겨울보다 훨씬 화사하다. 주황과 청록, 인디언 핑크와 미드나이트 블루, 살구와 연지, 만다린과 터쿠아즈. 색깔의 이름만으로도 옷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버버리 프로섬, 드리스 반 노튼, J.W. 앤더슨, 이른바 남성복의 대표적인 시인들은 연인을 대하듯 뜨거운 감정을 고스란히 옷에 담았다. 런던 디자이너인 조나단 선더스, 크리스토퍼 섀넌, 이타우츠는 영국 최고의 정원인 스타워헤드 정원의 사계절을 탐닉했고, 요지 야마모토와 겐조는 벽에 걸린 그림 액자를 그대로 떼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옷은 가장 단순한 옷과 함께 입어야 한다. 꽃은 한 송이일 때 제일 애틋하므로.
- 에디터
- 박나나